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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볼튼 전 보좌관] “비핵화 ‘중간 단계’, 김정은에 시간만 벌어줄 뿐…과거에도 검증 거부”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언급한 북한 비핵화 ‘중간 단계’는 북한에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고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지적했습니다. 과거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이 비밀 핵시설에 대한 검증을 거부했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볼튼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북 정상회담이 다시 추진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백악관과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잇따라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이 핵 동결이나 핵 군축과 같은 정책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보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제게는 그것이 지난 30년 동안 여러 번 시도됐지만 항상 실패했던 이른바 ‘행동 대 행동’ 접근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들립니다. 실제로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합의했던 틀로 돌아가는 것이죠. 놀라운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번에는 과거보다 더 잘 작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또한 지난 3년간 바이든 행정부의 행동의 결과뿐 아니라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한 불행한 대북 정책에 따른 결과도 보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은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을 실제로 결합할 수 있는 능력에 매우 근접해 있으며, 곧 유도 체계 역량과 전 세계 어디든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재진입 능력까지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매우 위험한 지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우리는 이런 순간이 도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행동 대 행동’, ‘중간 단계’ 등의 대북 접근 방식은 김정은에게 시간을 더 벌어줄 뿐입니다.

기자) 북한의 비핵화를 논할 때 전혀 다른 의미인 ‘핵 군축’과 ‘단계적 접근’을 혼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당장 위협이 되는 핵물질과 핵무기 생산을 동결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제공하는 비핵화 압박 조치나 중간 조치도 핵군축과 같은 의미로 표현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것은 북한에 제안하기에 너무 모호한 개념이 아닐까요?

볼튼 전 보좌관) 그렇습니다. 용어에 오해의 소지가 있고,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이 장기간에 걸쳐 일련의 조치를 취해 결국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다는 패턴이죠. 그러나 제재 완화나 실제 경제 지원 제공 등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은 먼저 지급되는 ‘판매수수료(Front-end load)’로 여겨지는 반면 비핵화 성과는 맨 마지막에 지불되는 ‘환매수수료(Back-end load)’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이익은 확대되지만 비핵화는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소한 우리가 시도했던 접근 방식은 핵무기 포기 의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보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북한이 그것을 미리 해주길 원했습니다. 우리는 이전에도 비슷한 징후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난 2003년과 2004년의 리비아 모델입니다. 우리는 카다피가 정말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싶어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는데, 리비아 핵 프로그램은 그다지 진전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어떤 통치자로부터도 핵무기 추구를 정말로 포기할 계획이 있다는 의사를 전달 받은 적이 없습니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경제적 제약으로부터의 자유이며, 이를 얻기 위해 많은 것을 약속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습니다.

기자) 북한에는 대외적으로 공개된 것 외에 추가적인 비밀 핵시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핵동결을 약속한 이후나 중간 조치에 합의한 이후 이러한 비밀 핵시설에서 비밀리에 진행될 수도 있는 우라늄 농축 활동 등 핵 진전을 탐지하거나 사찰한다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글쎄요. 북한은 우리에게 숨기려고 했겠지만 미국은 북한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첩보가 완벽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전통적인 군비통제 회담에서 협상 당사자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한 가지 방법은 자신들의 역량을 모두 공개하는 소위 ‘기준선 선언(baseline declaration)’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선의를 보여주기 위한 ‘기준선 선언’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반응은 ‘우리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왜 알려줘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런 요청을 한 것은 이미 일부 시설의 위치를 알고 있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북한이 사실로 인정하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과거에 수차례 했던 것처럼 그 과정을 끈질기게 버텨내면 자신들이 숨겨온 많은 시설들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만 이는 그들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선의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들이 정말로 (비핵화에) 헌신적이라면 모든 것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북한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시설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시점에서 그들이 악의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실제 비핵화 과정에 돌입하면 실무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미국 정부가 굳이 ‘중간 단계’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북한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북한에게는 ‘우리에게 적대적인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우리는 기꺼이 미국, 당신들과 거래할 수 있다’는 사고 방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국에서는 북한이 미국 영토에 핵무기를 쏘려 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북한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 방식은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 역사의 매우 순진했던 초기 시대로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때도 효과가 없었고 지금도 작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김정은과 그의 세습 독재 정권은 한국과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방어 목적이 아니라 처음부터 핵무기를 추구해 왔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얻는 이점은 미국과 일본 등에게 한국과 일본, 괌에 있는 미군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협박해 철수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미한 동맹을 깨뜨릴 수 있다면, 그는 훨씬 더 강력한 입장에 서게 될 것입니다. 저는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한일 3각 공조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해 그 공로를 인정합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북한과 중국에 실질적인 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우리가 더 많이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하셨는데,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1월 대선 이후 재집권하게 되더라도 ‘중간 단계’ 조치 등 비슷한 대북 접근법을 취할 것으로 보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글쎄요. 적어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이 가져올 또 다른 위험은 트럼프 대통령이 본질보다 거래를 더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종종 국제적 맥락에서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북한 김정은이라면, 대선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건네며 “이번에는 평양에 한번 방문하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만납시다’라고 말하면 트럼프가 수락할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들이 잠재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인들은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대처한 방식을 살펴봐야 합니다. 아베 총리는 당시 북한 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국익을 생각해 때때로 하기 힘들었을 텐데도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가깝게 지냈습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미국이 ‘중간 조치’나 ‘핵 군축’을 협상의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데 대해 한국 내에서도 거부감이나 반발에 나올 수 있는데, 이것이 향후 ‘자체 핵무장’ 여론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특히 지난 3년 동안 북한의 행동이 더욱 도발적이었고 한국이나 일본, 미국의 이익에도 정말로 도발적이었던 것을 우리가 봐왔기 때문에, 저는 한국인들이 ‘행동 대 행동’이나 ‘중간 조치’ 접근법으로의 회귀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탄약과 무기를 러시아에 판매하고 있고,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그 대척점에 서 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가 지켜본 것은 냉전 시대와는 매우 다른 새로운 중-러 동맹입니다. 이번에는 중국이 지배적인 파트너이고 러시아가 종속적 하위 파트너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북한과 벨라루스, 이란, 시리아를 위성 동맹으로 둔 이 조합이 전 세계적인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 간 3국 협력 확대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호주와의 ‘오커스(AUKUS)’ 잠수함 프로젝트도 중요하고 인도, 일본, 호주, 미국으로 구성된 아시아 4자 안보 협력체 ‘쿼드(QUAD)’도 중요합니다. 저는 한국이 쿼드의 5번째 가입국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협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위협은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조율되고 있는 우리의 당면한 위험을 무시한다면, 우리 모두는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과거 오마바 행정부와 한국 문재인 정부가 추구했던 수익성 없는 접근법으로 돌아갈 것임을 북한에게 시사하는 최악의 시점입니다. 아울러 북한에게 우리의 의지가 약해졌다는 인상을 줄 것입니다.

기자) 최근 미국과 한국은 각각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표를 임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 중국이 제기하는 역내 위협 증가가 한국의 방위비 분담의 추가적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미국 조야에서는 초당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방위비 인상이) 미국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3.5% 정도인 총 국방비 지출을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5~6% 수준으로 다시 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토 동맹국들에게도 2~4% 정도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지난해 일본의 국방비를 GDP의 1%에서 2%로 두 배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도 다양한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증액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아시아에서 즉각적인 위협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 세계 곳곳에서는 위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의 모든 위기를 고려할 때 중국이 미국의 ‘과부하(bandwidth problem)’ 문제를 어떻게 악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 전반적으로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이는 아마도 국내 지출의 삭감을 의미할 것입니다. 정치인들에게는 그것이 인기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바깥 세상은 위험합니다. 이것은 미군의 해외 주둔 비용과 동맹국 간 비용 분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 저는 한국, 일본과 미군 주둔 기지 비용 분담금 증액을 위한 협상을 맡았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방위비 분담을 위한 할 포괄적인 전략적 검토를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우리가 그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폴란드에 무기와 탄약을 판매하고 있는 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위협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가능한 협력을 강조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과 나토 간의 협력 강화는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강화처럼 좋은 일입니다. 따라서 지금이 전반적인 전략적 논의를 하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매우 위험한 시기가 될 향후 20년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한국과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제시할 창의성과 제안은 미국과 모든 인도태평양 국가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최근 미국 정부 관리들이 잇따라 언급한 북한 비핵화 ‘중간 단계’와 관련한 견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상진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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