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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NSC 당국자 “한반도 비핵화 향한 ‘중간 조치’ 고려할 수 있어”


미라 랩-후퍼(오른쪽)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4일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대담하고 있다. (중앙일보 공식 유튜브 채널 캡쳐)
미라 랩-후퍼(오른쪽)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4일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대담하고 있다. (중앙일보 공식 유튜브 채널 캡쳐)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중간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백악관 당국자가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북러 간 무기 거래가 지속되면서 북한이 다른 군사정권에 대한 주요 무기 공급원이 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라 랩 후퍼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정책 목표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중간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랩 후퍼 선임보좌관은 4일 서울에서 한국의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주최한 포럼에서 빅터 차 CSIS 한국석좌와 가진 특별대담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랩 후퍼 선임보좌관] “But we're also going to consider interim steps on that pathway to denuclearization, provided that these steps will make the region and the world safer.”

랩 후퍼 선임보좌관은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그러나 이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역내와 세계가 보다 안전해질 수 있다면 중간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해왔고, 랩 후퍼 선임보좌관의 이번 발언은 이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랩 후퍼 선임보좌관이 ‘중간 조치’의 세부적인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전례에 비춰볼 때 북한의 핵 동결 혹은 감축에 상응한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미국 내 일각에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핵무기 감축을 목표로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랩 후퍼 선임보좌관은 “특히 현재 한반도 상황에 비춰봤을 때 ‘위협 감소’에 대해 북한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고 그렇게 하길 원한다”며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가 오판으로 이어질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북한과 더 큰 폭의, 더 정례화된 소통을 추구해야 하며, 안정화를 위한 활동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랩 후퍼 선임보좌관은 그러나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면 물론 초기 단계에서는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중간 단계까지 “진전을 이루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랩 후퍼 선임보좌관은 북러 군사 밀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에 상당한 규모의 군수품과 탄약 등을 공급하면서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있고 탄도미사일 등 판매를 통해서 수백만 달러로 추정되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러시아로부터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전투기, 지대공 미사일, 장갑차, 탄도미사일의 생산 장비와 관련 원자재, 그리고 첨단기술의 지원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랩 후퍼 선임보좌관은 “러시아가 전장에서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관련 기술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며 “북한이 전 세계 다른 군사정권에 탄약이나 미사일 등 무기 공급원이 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NSC 부보좌관을 지낸 매트 포틴저는 포럼 기조연설에서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반박했습니다.

매튜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4일 중앙일보-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중앙일보 공식 유튜브 채널 캡쳐)
매튜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4일 중앙일보-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중앙일보 공식 유튜브 채널 캡쳐)

포틴저 전 부보좌관은 김 위원장이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군사 도발 강도를 높이는 것은 전쟁 준비 신호라기 보다 추후 있을 협상의 판을 키우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포틴저 전 부보좌관] "I think it's far more likely that Kim is dusting off an old playbook of manufacturing a crisis in pursuit of the following goals.”

포틴저 전 부보좌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면서 미국과 한국을 억제하기 위해 위기를 조장하는 과거 방식을 쓰고 있다며, 이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미국과의 재협상을 염두에 둔 준비 과정이기도 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포럼 오찬사를 통해 북한이 4일 시작한 올 전반기 미한 연합연습 ‘프리덤실드’(FS) 등을 계기로 무력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원식 장관] “북한은 유리한 전략환경을 조성하고 연합훈련과 한미 선거일정을 맞춰 다양한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 장관은 또 “오늘날 국제 안보정세는 매우 엄중하고 이스라엘-하마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자유주의와 전체주의 진영 간 신냉전은 격화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개회사에서 북한의 사회주의 형제국인 쿠바가 최근 한국과 수교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이를 성찰의 계기로 삼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4일 중앙일보-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개회사하고 있다. (중앙일보 공식 유튜브 채널 캡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4일 중앙일보-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개회사하고 있다. (중앙일보 공식 유튜브 채널 캡쳐)

[녹취: 홍석현 회장] “북한이 아무리 핵과 미사일로 무장해도 인민은 잘 먹고 잘 살 수 없습니다. 세습 독재정권의 미래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북한은 쿠바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홍 회장은 또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리해진 국제정세를 과신해 중러에 밀착하고 주변국을 위협하는 행위를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홍 회장은 “핵을 가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이 두 개의 전쟁과 대선을 감당하느라 여력이 없는 허점을 노릴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홍 회장은 그러나 “북한이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 원조를 줄이거나 중단하면 북한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대북 원조도 우크라이나 상황이 진정되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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