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한국 독자제재 선박, 과거 ‘북한행’ 달고도 무사통과…허술한 감독 ‘도마위’


지난 2019 6월 동중국해에서 시에라리온 선적의 'Vifine(비파인.오른쪽)' 호와 'New Konk(뉴콘크)' 호 사이에 해상 환적이 이뤄지고 있다. 'Vifine' 호는 여러 곳에서 선적한 정제유를 북한 남포항으로 운반했다. 사진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보고서.
지난 2019 6월 동중국해에서 시에라리온 선적의 'Vifine(비파인.오른쪽)' 호와 'New Konk(뉴콘크)' 호 사이에 해상 환적이 이뤄지고 있다. 'Vifine' 호는 여러 곳에서 선적한 정제유를 북한 남포항으로 운반했다. 사진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보고서.

한국 정부가 새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선박 11척 중에는 과거 목적지를 ‘북한’으로 기재하고도 한국 부산항을 무사히 통과한 유조선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2021년 문제를 일으켰던 선박들이 일제히 제재 위반의 주범이 됐는데, 당시 한국 당국의 허술한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 명단에는 최근 유엔 안보리가 특히 주목한 유조선 뉴콘크(New Konk·뉴콩크)호도 포함돼 있습니다.

앞서 VOA는 뉴콘크호가 2019년 신원미상의 새 주인에게 넘어가기 직전까지 한국 깃발을 단 선박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번엔 오히려 한국의 제재 대상이 된 것입니다.

4천702t급 유조선인 뉴콘크호는 지난 2019년 2월과 3월 한국 부산항에 기항하면서 이름을 우봉호에서 지금의 뉴콘크호로 바꾼 뒤 같은 해 3월 22일 부산을 떠났습니다. 새 주인을 만나 등록 정보를 변경한 뒤 한국을 떠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후 뉴콘크호는 매년 2차례 발행되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수십 차례 이름을 올릴 정도로 제재 위반의 상징적 존재로 부각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공해상에서 불법 환적에 가담하거나 직접 유류를 싣고 북한 남포에 입항하는 모습이 적발됐으며, 다른 선박의 이름과 등록정보를 도용하는 방식으로 위장 운항을 한 정황도 여러 차례 포착됐습니다.

지난 2020년 8월 북한 남포항에 입항한 'New Konk(뉴콘크)' 호. 사진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보고서.
지난 2020년 8월 북한 남포항에 입항한 'New Konk(뉴콘크)' 호. 사진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보고서.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17일 해상 환적과 대북 유류 반입, 밀수출 등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선박 11척을 전격 제재하면서 뉴콘크호를 포함한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2019년 동일 선박에 대한 ‘수상한’ 관리 체계와 매우 대조적입니다.

앞서 VOA는 뉴콘크호가 2019년 2월 4일 한국 부산항에 입항할 당시 한국 항만 당국에 다음 목적지 즉 차항지를 ‘북한’으로 신고한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이후 뉴콘크호는 약 50일 뒤인 3월 22일 부산을 떠나면서도 여전히 북한을 차항지로 기재해 출항 허가를 받았는데, 이때까지 한국 정부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식적으로 북한을 향하는 선박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뉴콘크호가 대북제재 위반 ‘핵심’ 선박이 되는 단초를 제공한 것입니다.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뉴 콘크 호(과거 우봉 호)가 한국 선박이던 2019년 2월과 3월 당시 남긴 입출항 정보. 다음 목적지와 항구를 각각 북한의 영문 코드인 'KP'와 '북한기타항'으로 기재했다(빨간 네모 안). 자료=한국 해양수산부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뉴 콘크 호(과거 우봉 호)가 한국 선박이던 2019년 2월과 3월 당시 남긴 입출항 정보. 다음 목적지와 항구를 각각 북한의 영문 코드인 'KP'와 '북한기타항'으로 기재했다(빨간 네모 안). 자료=한국 해양수산부

당시 한국 해양수산부는 VOA가 이런 내용을 지적하자 뉴콘크호의 출항 정보 페이지에 표기돼 있던 차항지를 ‘북한’에서 중국 ‘닝더’로 급히 수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스템상의 오류로 입항 때 기록된 차항지 정보가 출항 정보에까지 남게 돼 이를 고쳤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선박의 차항지가 입항 시 ‘북한’이었던 점을 확인하는 동시에 실제로 부산을 떠난 직후엔 북한의 통제 아래 놓였던 상황과 모순돼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습니다.

또한 한국 정부가 뉴콘크호를 면밀히 조사했다면 그 뒤로 죽 이어질 이 선박의 제재 행보는 물론 5년 뒤 독자 제재 대상이 되는 것까지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해운업계 전문가인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도 당시 VOA에 한국 당국이 북한행 선박을 보통 선박처럼 취급한 건 업계 관행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녹취: 이동근 대표] “입항 신고서에 여러 가지를 적게 됐지만 북한이라고 차항지를 딱 집어서 기입했다는 건 사전에 이 배가 북한으로 오너쉽이 이전되던지 다른 목적으로 북한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나라라면 해수부를 통해 대공 부서에서 관심과 조사가 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뉴콘크호를 비롯해 한국 소유였던 1만t급 이하 중고 선박 여러 척이 집중적으로 북한으로 넘어간 사례가 여러 건 확인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척의 중고 선박을 매입했는데, 그중 7척이 과거 한국 깃발을 달았거나 한국 회사 소유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2019년 12월 한국 인천항을 떠난 지 불과 9일 만에 북한 송림항에서 발견됐던 한국의 ‘리홍’호는 북한 자성무역회사의 ‘도명’호로 탈바꿈했습니다.

같은 해 북한으로 벤츠 차량 등을 옮기며 제재를 위반했던 ‘지유안’호는 불법행위 포착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 깃발을 달았던 ‘서니 시더’호였고, 2020년 10월부터 북한 선적을 갖게 된 ‘수령산’호도 같은 해 7월 16일까지 한국의 한 해운회사가 선주였습니다.

또 한국인이 운영주로 있던 ‘안하이 6’호는 2022년 5월 부산항을 떠난 뒤 약 4개월 만에 북한 선적의 ‘락원 1’호가 돼 나타났습니다.

그 밖에도 VOA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북한 소유가 된 유조선 ‘오션 스카이’호와 ‘신평 5’호가 매각 직전까지 한국 깃발을 단 한국 선박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22년 중순 이후 한국 중고 선박이 북한에 매각되는 횟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앞서 VOA는 2023년 한 해 동안 북한이 국제사회에 등록한 중고 선박이 33척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들 모두 직전까진 중국 깃발을 달았습니다. 한국 선적이거나 한국 회사 소유인 선박이 단 1척도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관련 업계에 주의를 당부하는 회의를 개최하고, 이번처럼 제재 위반 선박에 대해 독자 제재를 가하는 등 단속을 강화한 결과로 보입니다.

앞서 한국 외교부는 2022년 12월 한국 외항선사 보안 담당자 등 16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중고 선박 판매 시 유의 사항과 결의 위반 연루 시 선박 억류 등 피해 가능성을 안내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대북제재 위반자들을 겨냥한 조치도 강화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의 이번 독자 제재는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15번째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