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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연말 특집] 세계 주요 뉴스 


1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된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1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된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3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이 시간에는 올 한해를 분야별로 다시 조명해보는 연말 특집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2023년 국제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주요 뉴스를 정리했습니다.

“다시 불붙은 화약고, 중동”

지난 10월 7일,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침투하며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중동이 다시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미국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하마스의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1천400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마스는 또 200여 명을 인질로 가자지구로 끌고 갔습니다.

이스라엘은 즉각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면서 보복 대응에 나섰고요. 10월 말에는 지상전도 단행했습니다. 압도적 화력 속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 지역 대부분을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 갔습니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에 따르면 10월 7일부터 11월 23일까지 가자지구에서 1만4천800명 넘게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 가운데 어린이가 6천여 명, 여성이 4천여 명이었습니다. 유엔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주요 분쟁 지역에서 목숨을 잃은 어린이는 약 3천 명(2천985명)이었는데요. 하지만 가자지구에서는 불과 7주 동안 배가 넘는 어린이가 목숨을 잃은 겁니다.

여기에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면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자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박도 커져갔습니다.

당초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나타냈던 미국 정부도 인질들의 석방과 가자지구 민간인의 인도적 위기를 들어 이스라엘 설득에 나섰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번에는 반드시 하마스를 섬멸하겠다며, 목표를 완수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휴전이나 협상도 없다며 초강경 자세를 보였는데요. 하지만, 지난달 22일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인질 50명,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맞교환하는 조건으로 나흘간의 일시 휴전에 전격 합의합니다.

이에 따라 24일 1차 교환을 시작으로 하마스에 잡혀간 인질들과 이스라엘에 수감돼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이 풀려났는데요. 이어 양측은 휴전 종료일인 28일 이틀간 휴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30일 기준, 지금까지 풀려난 인질은 약 100명, 이스라엘이 풀어준 팔레스타인 수감자는 210명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또 한 차례 연장 협상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특히 하마스 쪽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는데요. 양측은 30일 2차 휴전 종료 직전에 하루를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12월 1일부터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다시 끝 모를 무력 충돌에 들어갔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은 또한 그간 미국의 중재로 어느 정도 가시권에 접근했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 정상화 움직임을 다시 얼어붙게 만들며, 중동 정세를 원점으로 돌려놓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역에서 러시아군 공격으로 차량이 불타고 있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역에서 러시아군 공격으로 차량이 불타고 있다 (자료사진)

“줄어드는 관심, 우크라이나 전쟁”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휴전, 종전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관여해 온 러시아 용병 단체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씨가 군부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전쟁의 흐름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초대형 사건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권 붕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지도력에 큰 흠집을 내는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 반란 시도는 불발에 그쳤고, 두 달 후, 프리고진 씨는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후 바그너그룹은 존재감을 크게 상실했고,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여전히 여러 전선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10월 터진 중동 분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별다른 전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미국에서는 전쟁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여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된 일부 영토를 포기하고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발을 빼는 나라도 등장했습니다. 최근 친러시아 정부가 들어선 슬로바키아는 전임 정부가 마련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안을 폐기했습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지도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유럽의 안보, 더 나아가 세계 안보에 중대한 핵심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나토 외교장관들은 지난달 말에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올 4월, 나토의 31번째 동맹으로 가입한 핀란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 없는 지지를 다짐했습니다.

반면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러시아는 중국, 이란, 북한 정권과 공공연히 연대를 강조하고,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로 보폭을 넓히며 공을 들인 한 해였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핵 위협 강도도 높이고 있습니다. 올 2월, 미국과의 사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참여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국제 조약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도 철회했습니다.

CTBT는 모든 종류의 핵실험 금지를 골자로, 1996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조약인데요. 러시아는 비준 철회 이유로 미국이 비준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30년 가까이 유지했던 CTBT 비준 지위를 철회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서방에 대한 반발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또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가 하면, 일본과 핵무기 폐기 협력 협정도 중단하는 등 핵 사용 위협 강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과 중국의 동상이몽, 협력 모색 속 갈등 소지도 여전”

올해 미국과 중국 관계는 갈등과 대립이 고조됐다가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이후 더 악화했던 양국 관계는 올해 2월 중국의 이른바 정찰 풍선 사건이 터지면서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 일로, 양국이 조용히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도 취소됐는데요. 이 사건은 몇 달간의 분석 작업 끝에, 문제의 정찰 풍선이 각종 데이터를 수집했지만, 중국에 보내지는 않은 것 같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로 일단락됩니다.

더불어 양국의 해빙 분위기도 다시 조성됩니다. 6월에는 블링컨 장관이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는 5년 만에 베이징을 찾았는데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이 성사되면서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틔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어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 등으로 이어진 미국 정부 고위급 관리들의 잇따른 중국 방문은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양국의 공감대를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은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30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였습니다. 미국은 APEC을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의식한 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여부를 쉽게 확인하지 않았는데요. 결국 정상회의 개최를 불과 며칠 앞두고서야 시 주석의 참석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두 정상은 1년 만에 다시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작년에 끊어졌던 두 나라 간 군사 소통 재개를 비롯해 일련의 합의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두 정상이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게 백악관의 발표인데요. 양국의 공통되고 일관된 기조는 상호 공존과 대화와 교류의 중요성입니다.

비록 두 나라가 수시로 마찰하고 대립하며 엇박자를 내면서도, 건전한 경쟁과 안정적인 양국 관계가 서로는 물론 국제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하지만 전방위적으로 갈등의 불씨가 산재해 있어 언제든지 재점화할 우려도 안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왼쪽)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동 직후 공동회견하고 있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왼쪽)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동 직후 공동회견하고 있다.

“부상하는 인도∙태평양, 몸값 올라”

2023년 올 한해는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간 대립과 갈등 구도가 보다 선명해진 가운데 미국과 인도∙태평양 국가 간 결속 행보 역시 두드러진 한해였습니다.

미국은 특히 올해가 다 가기 전인 11월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최국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역내 국가들을 모두 안방에 불러들여 결속과 협력을 다졌습니다.

그에 앞서 8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대해, 3국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세 정상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를 계기로 3자 정상회담을 가진 적은 있지만, 이렇게 3국 회담만을 위해 따로 모인 건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회동 장소인 캠프 데이비드가 현대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외교적 결정이 이뤄진 역사의 현장이다 보니, 올해 3국 정상회담은 미한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개별적으로도, 한국과 일본 정상은 올해 각각 4번이나 미국을 방문해 미국과 흔들림 없는 동맹 관계를 과시했는데요. 특히 지난 4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두 번째 국빈 방문이었습니다.

더불어 오랫동안 냉랭했던 한국과 일본 관계도 화해 기류가 흐르는 조짐입니다. 러시아, 중국, 북한의 상시 위협 속에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협력과 공존은 역내 평화와 안보의 중추인데요.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문제 등과 얽혀지면서 이 같은 기류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올해는 인도의 부상도 눈에 띄게 두드러졌던 한 해였습니다.

지난 6월에 있었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은 격동의 국제 정세 속에 부상하는 인도의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14부터 집권하고 있는 모디 인도 총리는 그간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했지만, 국빈 방문은 처음이었는데요. 미국은 특히 대중국 견제의 대항마로서 인도와의 공조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는 국익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러시아, 중국, 미국 사이에서 지금 외교적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인도∙태평양 핵심국의 하나인 호주의 행보도 눈에 뜨입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 10월 워싱턴을 공식 방문해, 양국의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재다짐했는데요. 그리고 일주일여 만에, 호주 총리로서는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했습니다.

호주 역시 지금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형국인데요.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국제 관계 속에, 2024년 새해에는 과연 각국 정부가 어떤 대외 정책과 행보를 펼칠지 주목됩니다.

2023년 한해를 돌아보는 연말 특집, 이 시간에는 올 한해 국제 사회 주요 뉴스와 움직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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