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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유엔, 한국 정부 대북 인도지원 환영…미 전문가들 엇갈린 반응


백태현 한국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대북인도지원 검토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백태현 한국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대북인도지원 검토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 제재 국면 속에서8백만 달러 상당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북 지원을 담당하는 국제기구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원 시기와 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매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 보는 심층취재, 김현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유엔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지원할 뜻을 밝힌 한국 정부 계획에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 대변인실은 1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 정부가 세계식량계획과, 다른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주의 사업에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해 2월부터 자금부족으로 탁아소 영유아와 임산부, 수유모에 대한 식량 지원을 표준배급량의 66% 수준으로 축소할 수 밖에 없었고, 5월부터 7월까지 유치원 어린이 19만 명에 대한 식량 지원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호소했습니다.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도 19일 ‘VOA’에 “유엔의 대북 제재는 북한의 무고한 어린이들에게 고통이 가중되지 않도록 특별한 조치를 마련할 것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며 “현재 많은 북한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와 설사 등 질병으로 큰 고통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드 보노 유니세프 대변인] “The UN Sanctions against DPRK explicitly recognize that special steps must be taken to ensure that sanctions don't add to the suffering of innocent children. And in DPRK we know that many of children are already experiencing malnutrition and diarrhea. In times of trouble, we must work twice as hard to save and protect children. Children - wherever they live - are first and foremost children. They cannot be allowed to suffer and die for the decisions of adults.”

유니세프는 그러나 지원이 아직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계획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어른들의 결정으로 어린이들이 고통 받거나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9월 북한 함경북도 홍수 피해 지역을 방문한 유니세프 직원 아닐 포크렐 씨가 북한 어린이를 안고 있다. 유니세프가 발표한 북한 수해 실태 보도자료에 실린 사진.
지난해 9월 북한 함경북도 홍수 피해 지역을 방문한 유니세프 직원 아닐 포크렐 씨가 북한 어린이를 안고 있다. 유니세프가 발표한 북한 수해 실태 보도자료에 실린 사진.

앞서 한국 통일부는 이번 지원이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 WFP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오는 21일 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지원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발표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지 10여일 만에, 유엔안보리가 새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지 이틀 만에 나왔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4일 이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국무부 산하 대외 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 (USAID)도 1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은 북한 주민들의 안녕 (well-being) 에 매우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원론적 반응만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 계획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한국정부에 문의하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 (AEI) 선임연구원은 18일 ‘ VOA’에 “북한이 처벌받아야 할 시기에 동맹의 분열을 조장하는 듯한 메시지를 주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녹취: 에버스타트 연구원] “I think there are a number of problems with attempting to provide humanitarian aid to DPRK through such channels right now. The first and obvious problem of course is the mixed message that it sends seeming to invite a separation of allies at a time when DPRK should be penalized.”

실제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훼손하는 행위”로 비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북 지원 계획을 발표한 시기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의 오공단 선임 아시아 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알지만, 이번 결정은 진정한 지원이기 보다 (북한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 역시 원론적으로는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동의하지만 발표한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일단 정치적으로 볼 때 북한의 연속되는 도발 직후에 그런 대북 지원 발언을 한 것은 외교적 측면에서 적절치 않은 반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엔이라는 지원 창구를 문제 삼았습니다.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북한 정권과 지나치게 가까운 유엔을 통한 지원은 김 씨 일가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든 창 변호사] “Aid is not a good idea when it is distributed through the regime, because that only can bolster the Kim family, and UN is much too close to the regime, so I don’t think it is good idea South Korean government any aid through UN. The real issue is method of distribution. When aid is distributed it is very important…. ”

외부인이 현지에서 식량 분배와 섭취 과정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대북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래리 닉시 연구원은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에 지원한 식량 가운데 적어도 30%는 군대나 엘리트 계층에 전용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현지 취재원을 통해 북한 소식을 외부에 전하는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19일 'VOA'에 실제로 유엔이 지원하는 의약품이 장마당에서 팔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유엔이 지원한 식량)이 장마당에서 팔리고 있다는 것은 들은 적이 없지만 의약품은 장마당에서 팔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미국 서부 남캘리포니아대학 한국학연구소의 데이비드 강 소장은 “북한 주민들은 정권의 가장 직접적인 희생자”라며 “가능한 한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인도적 지원을 정치 사안과 분리한 것은 오래 지속돼온 원칙”이라며 “유엔 기구들은 북한에서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북 경제 제재는 취약계층에 피해를 주려는 의도는 없다”며 한국정부의 이번 결정은 옳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 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도 "인도주의와 전략적 사안을 연계해선 안 된다"며 비슷한 시각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WFP 와 유엔 기구들은 명확한 인도주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대체적으로 적절한 감시 아래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의 지원 계획 금액이 많진 않지만 선의의 표시로,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폭넓은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가톨릭대학의 앤드류 여 교수도 한국 정부가 8백만 달러라는 적은 금액의 인도주의 지원을 통해 대북 관여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앤드류 여 교수] “The timing and optics of any humanitarian assistance to North Korea does not look good given ongoing security tensions. However, by offering a token $8 million of humanitarian assistance to the UN, South Korea is signaling that it has not completely shut the door for engagement, humanitarian or otherwise. The Moon government has adopted a fairly hard stance against North Korea, pushing for sanctions and coordinating with the US in taking additional security measures, so the offer of humanitarian assistance under this context should not be interpreted as appeasement...”

문재인 행정부는 북한에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추가 안보 조치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조율하고 있는 만큼 이런 종류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유화책으로 해석되선 안 된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윤 선 스팀슨 센터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미국 정부와 긴밀한 조정 아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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