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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첫 해외순방, '3대종교' 순례...이란 대선 '핵합의' 심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 17일 코네티컷주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임관식 참석 후 전용기에 오르며 주먹을 쥐어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 17일 코네티컷주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임관식 참석 후 전용기에 오르며 주먹을 쥐어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요일 (19일)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올랐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등 중동방문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에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벨기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으로 이어지는 9일간의 일정인데요. 어떤 의제들이 예정돼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란에서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요.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토요일(20일)로 취임 1주년을 맞지만 특별한 공식연설은 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요일 (19일) 첫 해외 순방 일정에 돌입했군요.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요일 (19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등 중동방문을 시작으로, 바티칸-벨기에-이탈리아로 이어지는 9일 동안의 해외순방길에 올랐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이전 행정부와는 다른 외교노선을 예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에 나서는 것이라,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일정은 여러모로 독특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한 지 금요일 (19일)로 119일, 거의 넉달만에 해외로 향하는 건데요. 최근 50년래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취임 후 가장 늦게 첫 해외 순방에 나서는 겁니다.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조지 W. 부시, 바락 오바마 등 이전 대통령들은 모두 취임 후 50일 안에 해외 방문 길에 올랐는데요. 특히 직전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119일 시점에 이미 9개 나라에 다녀왔습니다.

진행자) 취임 후 첫 방문국가도 이전 대통령들과는 다르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중동을 가장 먼처 찾는데요. 1980년대 집권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들은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이웃나라들을 첫 방문지로 선택했습니다. 가까운 나라들을 먼저 찾아서, 본격적인 정상 외교를 ‘시운전’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 직전 지미 카터 대통령도 전통적 우방이고, 비슷한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영국을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행은 전례가 없는 행보입니다.

진행자) 이전 대통령들은 이웃나라나 동질감이 큰 국가를 먼저 방문했는데, 미국과 문화적으로 많이 다른 중동부터 찾는 점이 특이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계 주요 종교의 중심지를 한번에 돌게 되는 것도 관심거리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첫 기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최대 성지 메카가 자리잡은 이슬람교의 본거지이고요. 이어 방문할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이 있는 기독교와 유대교의 본산입니다. 그 다음으로 향할 바티칸은 가톨릭교회의 중심지죠. 불교를 제외한 ‘세계 3대 종교’ 성지를 잇따라 방문하게 되는 겁니다. 취임 첫 해외 일정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바티칸을 한번에 방문하는 미국 지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미국 내부적으로도 메시지를 전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AP통신과 CNN방송 등 미국 주요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란스런 국내 정치상황을 뒤로하고 해외 순방길에 나선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들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특검이 출범하고, 의회 일각에서 탄핵론까지 불거진 정치적 위기를, 해외 순방으로 돌파해보려 한다는 해설을 내놓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해외순방을 통해 이슬람 급진주의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를 통제하는 동시에 미국 내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지지 여론을 결집시키는 ‘일석삼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부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번 순방을 '죽기 아니면 살기(do-or-die)식' 순방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자, 그럼 이번 해외순방에서 어떤 의제가 예정돼 있는지 살펴보죠.

기자) 첫 기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약 1천억달러 규모 무기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도됐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사우디 제2 왕위 계승자이자 국방장관인 모하마드 빈살만 왕자 등과 만나 가격협상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산 군용항공기, 함정, 정밀유도 폭탄 등이 사우디에 공급되는 가운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그 다음 방문국은 이스라엘이죠?

기자) 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백악관에서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만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중재자로 나서 평화협정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이스라엘 방문 기간 동안 핵심 분쟁지역인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요르단강 서안을 직접 찾을 예정입니다.

진행자) 이후 유럽으로 향하죠?

기자) 네. 이스라엘 방문 후 트럼프 대통령은 바티칸으로 향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납니다. 강경한 이민관련 행정명령과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계획 등을 놓고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던 교황과의 첫 만남이라,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눌지도 큰 관심사입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찾는데요, 여기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신임 대통령도 처음 만나게 됩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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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금요일(19일) 이란에서 대선이 실시됐죠.

기자) 네. 이란 대통령 선거가 금요일(19일) 실시됐는데요. 당초 투표 마감 시간이 오후 6시였지만 예상보다 높은 참여율에 마감 시간을 두 번이나 연장해 현지 시각으로 밤 10시, 조금 전에 끝났습니다. 이번 이란 대통령 선거는 서방 측과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개혁파’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과 검사출신 이슬람 성직자인 ‘강경보수파’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가 맞대결하는 구도로 펼쳐졌습니다.

진행자) 개혁파와 강경보수파 후보, 누가 이길까요?

기자)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개혁파인 로하니 현 대통령이 앞서고 있는데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보수파 에브라함 라이시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게 변수입니다. 20~40대 젊은 층은 로하니, 50대 이상 장·노년층은 라이시 후보 쪽으로 세대별 지지세가 갈리고 있어서요, 개혁과 개방을 바라는 청년세대와 엄숙한 이슬람 율법에 따른 통치를 원하는 기성세대 중 어느 쪽이 투표장에 더 많이 나올 지도 승부의 관건입니다.

진행자) 이란 대선전의 가장 큰 쟁점은 뭔가요?

기자) 로하니 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제재를 풀어주기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6개국과 맺은 핵합의가 대내·외적으로 가장 큰 쟁점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은 핵합의를 놓고 이란 국민들의 신임을 묻는 투표라고 외신들은 평가하고 있는데요. 서방의 경제제재가 상당부분 해제된 혜택을 이란 국민들이 얼마나 실감하고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란 내 강경 보수진영에서는 핵 합의 때문에 우라늄 농축을 비롯한 에너지 부문 활동에 제약이 생겼을 뿐, 경제제재 해제의 효과는 미미하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얼마전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를 연장하기로 했죠?

기자) 맞습니다. 미 국무부가 2015년 핵합의에 따른 대 이란 제재 해제를 계속 이어가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수요일(17일) 밝혔는데요. 미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핵합의를 맺은 당사자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재선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핵합의 이후 이란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국제 사회와의 교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강경보수파가 정권을 잡으면 중동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텐데요.

기자) 핵합의 이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이란 대선 결과는 향후 중동정세의 큰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는 토요일 (20일)에나올 전망인데요. 유효 투표수의 50% 이상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일주일 뒤인 다음주 금요일(26일) 결선투표에서 겨루게 됩니다. 서방 언론은 지난 2013년 취임한 로하니 현 대통령이, 4년 중임제 첫 임기중 핵합의라는 명시적인 성과를 거뒀고, 1979년 이란에 공화정이 들어선 뒤 1981년 대통령제가 확고히 자리잡은 이래 과도정부를 제외하고 연임에 실패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로하니 대통령의 재선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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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이번 주말, 취임 1주년을 맞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토요일(20일)이 차이잉원 총통의 취임 1주년인데요. 하지만 그간의 업적을 돌아보는 공식 연설 등을 피하고 조용한 취임 1주년을 보낼 것이라고 타이완 총통실이 밝혔습니다. 이전 지도자들이 성대한 기념식을 열고 연설하던 모습에 익숙한 타이완 주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위기입니다.

진행자) 차이잉원 총통이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걸까요?

기자)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해, 8년 만에 만년 여당인 국민당에서 민진당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하고, 타이완 역사상 첫 여성 총통으로 취임했는데요. 취임 직후 50%를 웃돌던 지지율이 최근 조사에서는 30%에 그쳤습니다. 취임 1년 만에 지지율이 이렇게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기념식을 거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지지율이 그렇게 곤두박질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경제 악화와 중국과의 교착 상태를 주요인으로 꼽고 있는데요. 일부 타이완 주민들은 차이잉원 총통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타이완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차이 총통은 친 중국 행보를 보였던 마잉주 전 총통과 달리 중국이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 즉 타이완이 중국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독립적인 외교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차이 총통 취임후중국과 타이완은 대화가 단절되고, 경제 교류도 중단되는 등 급속히 관계가 악화하고 있습니다.

기자) 경제적 타격이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간단한 예로 차이 총통 취임 전인 2015년 한 해 동안만 타이완을 방문한 본토 중국인 관광객 수는 340만 명에 달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타이완을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은 30%나 감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타이완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입김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관광객 감소는 타이완의 경제에 자연히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죠.

진행자) 그렇다면 타이완 주민들은 중국이 협상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길 원하고 있습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타이완 주민의 절반 이상인 56%가 차이 총통이 중국의 요구에 계속 저항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마잉주 전 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자 타이페이 전역에서는 대규모 가두 시위가 계속됐고요. 결국 마잉주 총통의 국민당이 총선에서 패배했었는데요. 하지만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는 것 외에 다른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차이 총통은 금요일(19일) 한 인터뷰에서 타이완이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타이완 주민들의 인내심을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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