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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선 르포] 전직 고위 관리들 “미-한 정상회담 서두르지 말아야”


10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청와대로 이동하며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을 지나가고 있다.
10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청와대로 이동하며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을 지나가고 있다.

한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은 문재인 정부의 미-한 관계 전망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밝혔습니다. 미-한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엇박자가 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대선 르포 오디오] 전직 고위 관리들 “미-한 정상회담 서두르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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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더욱 협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습니다. (중략) 한-미 동맹은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한편으로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습니다.”

한국의 여러 전직 고위 외교 관리들은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일단 긍정적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유명환 전 외교장관은 10일 ‘VOA’에, 문재인 대통령이 일각의 우려와 달리 정상적인 대미외교 노선을 밟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유명환 전 장관] “41%를 얻어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대선공약으로 내 걸은 것은 다 버리고 중간으로 와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통합이 되는 거죠. 나머지 60%는 한-미 동맹이 상당히 중요하고 미국과의 안보 협력, 사드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저는 현실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가운데로 움직일 것이라고 봅니다. 미 언론들이 걱정한 것 만큼 그렇게 친북적이나 반미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안팎에서는 문재인 새 정부가 선거운동 때 강조한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 철회를 협상용으로 삼거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조치와 배치되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로 미-한 관계에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진보 정부에서 영국과 일본 대사,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라종일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기존의 조치들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라종일 교수] “사드 문제는 결국 근본 문제는 북한의 핵 위협과 미사일 위협, 결국 안보 위협이니까 그 문제 진행하는 거 하고 따라서 해야지요. 그 것을 당장 그런 식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 정부는. 당장 그 것을 다시 협상을 하자든지는 못할 겁니다.”

전직 관리들은 개성공단 역시 유엔 안보리 제재뿐 아니라 미국의 2차 제재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 핵 문제의 돌파구 없이는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방위비 분담 협상 등에 진통이 따르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급진적인 대미정책을 펼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김성한 전 차관] “큰 틀에서 보면 동맹의 중요성 자체를 문재인 대통령 자체가 경시하는 입장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뤄갈 것으로 봅니다. 집권하자 마자 인수위를 통해 충분한 학습과정을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상대적으로 미국 측 입장을 경청하면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펼치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문재인 정부가 미-한 관계 등 외교안보 사안과 남북관계에 기본적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와 “껄끄러운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천영우 전 수석] “한-미 동맹이나 한-중 관계, 또 대북정책에 있어서 인식이 다르니까요. 북한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미국은 지금 최대한의 압박을 가해 비핵화 공약을 받아내겠다는 정책이고 우리 새 정부는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철학적으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니까 서로 인식의 차이가 있죠.”

천 전 수석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협치를 강조했지만 외교안보 사안은 대통령 전권에 속하는 게 많아 국회의 견제 수단도 적다며 본연의 진보 노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직 관리들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라종일 교수는 특히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서두르다 엇박자를 낸 사례를 지적하며 양측이 충분한 준비와 조율 뒤에 회담을 갖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라종일 교수] “(정상회담을) 빨리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당히 조율을 하고 복안을 갖고 한-미 협조를 깨지 않고도 상호 이해가 가능한 복안을 갖고 천천히 만나라고 그랬습니다. 급히 가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서로 맞부딪힐 수 있으니까 그런 지혜를 발휘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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