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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미-북 군사 충돌 시 중국의 선택은?


최근 호주로 가던 항로를 바꿔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향하고 있는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최근 호주로 가던 항로를 바꿔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향하고 있는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 행동 조건과 가능성이 자주 거론되면서 중국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군사 대응 신호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의 행동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면 결국 북한 대신 미국과의 관계를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 보는 심층취재,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과 북한을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에 비유한 중국은 두 기차가 실제로 충돌할 경우 중대 기로에 서야 합니다. 1961년 체결된 ‘북-중 우호협력과 상호원조 조약’에 따라 북한에 군사적 지원을 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최근 사설에서 북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정밀타격에 중국은 군사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은 중국의 궁극적 이해 관계와 선택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미국이 군사 대응을 결정할 만큼 북한의 위협을 심각히 여길 경우 중국은 미국과의 무력 충돌까지도 감수할 것인가? 중국 출신인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사전 협의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It depends on how the U.S. strike is launched. So when the U.S. launch preemptive strike against North Korea without any consultation with China, if that is the case China will very likely react militarily to such a strike.”

미국이 중국과 어떤 상의도 없이 북한을 선제공격한다면 중국은 군사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교수는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고위 관리들이 반복적으로 북-중 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보통관계”로 묘사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녹취: 청샤오허 교수] “You see, the past years, the Chinese leaders, Chinese senior officials have repeatedly maintained that the relationship between China and North Korea is normal state to state relations. In other words, the 1961 alliance treaty has become irrelevant.”

중국 당국자들의 이런 인식 하에선 군사 원조를 약속한 상호 우호조약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한국, 일본이 중국을 배제한 채 북한을 일방적으로 공격한다면 북-중 우호조약의 효력이 살아나 중국은 북한을 구하러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어떤 군사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사전에 중국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현재까지 미국의 대북 군사 공격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여전히 이를 현실적 옵션으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렉산더 가부에프 카네기 모스크바센터 선임연구원 입니다.

[녹취: 알렉산더 가부에프 연구원] “Many previous U.S. administrations look into military options pretty carefully and they haven’t used for variety of reasons which are still there…”

역대 행정부들이 북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없었던 많은 이유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사이버 공격 등 보다 은밀한 작전에 기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앞서 ‘환구시보’는 미군과 한국 군 병력이 38선을 넘어 북한을 침공하고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면 즉시 군사적 개입에 나서겠다며 ‘금지선’을 분명히 제시했습니다.

중국 당국자들과 오랫동안 접촉해 온 전 북한 고위 관리 A씨는 중국이 국경 인근 안전을 위협하는 북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외과수술식 타격’까지는 용인할 수 있지만, 중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는 북한에 외국 군대가 들어올 경우엔 군사적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실전에서 ‘정밀타격’이냐 ‘전면전’이냐를 논하는 건 의미 없는 구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연구원] “Look, a preemptive strike, if we hit one airfield, we’re not going to do the job that needs to be done. We have to hit dozens of targets. If we hit dozens of targets, it’s going to take days, if not weeks, of strikes that make a difference against North Korea. That’s a big war.”

북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선 비행장 한 곳만을 선제타격하는 게 아니라 며칠 동안 수 십 개 목표물을 공격해야 하는 만큼 결국 대규모 전쟁이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베넷 박사는 또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지상군 투입은 불가피하지만 미-한 연합군과의 전쟁이 아니라 친중 정권 수립을 모색하거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접수하는 등 사후 관리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더 나아가 중국의 반응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공격 여부에 결정적 요인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랠프 코사 소장] “Would China declare a war on the United States if that would happen? Absolutely not. The Chinese aren’t going to a war over a very ungrateful friend--given the fact the North Koreans are gone out of the way and insult and undermine Chinese national interests over the last couple of years.”

북한이 최근 몇 년 간 중국을 모욕하고 중국의 국가이익을 훼손해 온 사실을 고려할 때 중국은 “고마워할 줄 모르는 친구”인 북한을 위해 미국과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교수도 중국이 미국 혹은 북한과의 관계 중 단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북한 대신 미국과의 관계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청샤오허 교수] “That would be a tough Choice Chinese government needs to make in such kind of awkward situation, but I think if China faces a choice between maintaining relationship with the United States or maintaining eye-level relationship with the DPRK, if China are forced to make such kind of choice, I think China will choose the relationship with the United States.”

극단적 상황에 처할 경우 중국은 국가이익을 지키고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의 깊고 이성적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힘든 선택에 직면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북한의 보호막 역할을 했던 그동안의 대북 접근방식을 바꿀 것인지가 의문으로 남습니다.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북한 모두를 위협으로 보는 중국의 복잡한 셈법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If the Chinese have to describe it, the DPRK is a tactical threat and the United States is a strategic threat. And the strategic threat is always more important until the tactical threat evolves into a war between you and the United States and that is when the DPRK becomes a strategic issue.”

윤 선 연구원은 중국에게 북한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에 해를 가할 수는 없는 “전술적 위협”이고 미국은 “전략적 위협”이라며, 전술적 위협이 미국과의 전쟁을 촉발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전략적 위협이 언제나 더 위중한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북한을 미국에 대한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려 하지만 그 때문에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China wants to use North Korea as a strategic leverage against the United States but China does not want to fight a war with the U.S. for that strategic leverage. The strategic is only leverage when you don’t have to use it.”

윤 선 연구원은 북한이 중국에 제공하는 전략적 영향력은 이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때만 가치를 지닌다며, 만약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과의 전쟁으로 치달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순간이 바로 중국의 셈법이 바뀌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북 영향력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북한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현 상황을 바로 그런 지점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 “I actually think there is a good chance that China will change its strategic direction and the reason is because I think that at the end of the day when China looks at the situation, the negatives of North Korea are beginning to outweigh the positives.”

북한의 예측불가능한 지도자가 동북아시아의 안전을 크게 훼손한 결과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등으로 이어지면서 중국에 더 큰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현재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얻는 부정적 요소가 긍정적 요소를 넘어서고 있다며, 중국이 전략적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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