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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따라잡기] 미 상원 인준 절차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 내정된 벤 카슨 박사가 12일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 진행된 상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 내정된 벤 카슨 박사가 12일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 진행된 상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현재 미국 의회 상원에서 트럼프 내각 지명자들에 대한 인준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상원의 엄격한 검증 과정을 통과하고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게 될지, 지금 전 세계의 눈과 귀는 미국 의회로 몰려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상원 인준 절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입니다.

[녹취: 제프 세션스 의원]

절지난 10일, 트럼프 행정부의 장관 지명자들 가운데서는 제프 세션스 의원이 제일 첫 번째 주자로 상원 인준 청문회에 섰습니다. 의원 경력 20년의 베테랑 정치인인 세션스 의원이지만 일부 방청객의 거센 항의와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종종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는데요. 미국에서 장관이 되려면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혹독한 과정, 바로 상원의 인준 과정입니다.

“상원의 인준은 언제 시작됐나요?”

미국 건국 초기인 1787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연방 헌법을 만들면서 연방 정부 공직자들의 임명 권한을 대통령이 가질 것인가, 아니면 각 주 정부를 대표하는 상원의원들이 가질 것인가를 두고 격론을 벌였습니다. 결국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것으로 절충이 이뤄지면서 오늘날의 틀이 마련됐습니다.

이에 따라 상원은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이 그 자리에 잘 맞는지, 자질은 갖췄는지, 도덕적인 문제는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이를 인준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데요. 이런 권한은 상·하 양원 중 상원에만 있습니다.

미국의 헌법이 상원에 이런 인준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바로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입니다. 미국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의회의 인준은 미국이 세계에서 제일 처음 시작했습니다.

“누가 상원의 인준이 필요한가요?”

상원의 인준 대상은 백악관 보좌진을 제외한 모든 장관급 각료들이 다 포함됩니다. 행정부 15개 부서의 장·차관, 연방준비제도 의장, 예산관리국장(OMB), 환경청장, 중소기업청장, 무역대표부 대표, 각국 파견 대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웬만한 고위 공직자는 모두 해당합니다. 또 연방 대법관, 연방 판사, 군 장성에 이르기까지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자리는 무려 1천 200여 개에 달하는데요.

하지만 상원의 인준을 받는 모든 공직자가 모두 인준 청문회 절차까지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부의 경우, 대체로 장관과 부장관, 차관, 차관보 정도만 인준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고 있고요. 군 고위직은 소수만 인준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고 있습니다.

“상원의 인준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대통령, 또는 대통령 당선인이 어떤 사람을 지명하면 첫 번째 단계로 인준해줄 것을 요청하는 인준 동의안을 상원에 제출합니다.

고위직 지명자들은 사전에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요. 즉 정권 인수위원회나 대통령 자문위원회, 정부윤리청 등이 후보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이고 마지막 단계로 상원이 상임 위원회별로 서면 조사와 청문회를 병행해 검증 작업을 벌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법무장관은 법사위원회가, 국무장관은 외교관계위원회가 청문회를 열고 후보를 검증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도 범죄 기록, 납세 기록 등을 살피고요. 청문회는 횟수 제한 없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청문회가 끝나면, 상임위원회는 투표를 통해 인준을 거부하거나, 동의, 보류 등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는데요. 상임위가 과반 찬성으로 인준에 동의하면 상원의원들이 모두 모이는 본회의로 넘어가고요. 본회의에서도 과반 찬성을 얻으면, 대통령에 통지하는 것으로 인준 절차는 마무리 됩니다.

“상원 인준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 ”

미국 역사상 제일 처음 상원의 인준이 거부된 불명예의 주인공은 1789년, 미국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 당시, 미국 최대 항구 가운데 하나인 조지아 주 사바나 항의 해군 책임자로 지명된 벤저민 피시번이었고요.

최근 각료 인준이 거부된 사례로는 1989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 당시 국방장관으로 지명됐던 존 타워 전 상원의원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타워 지명자는 직무상 이해관계 의혹에 여자 문제까지 불거졌는데요. 타워 지명자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인준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는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에 대해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 한, 상원 인준을 통과한다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국민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원하는 사람을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연방대법관이나 연방판사등 사법부 인준과는 달리 내각 청문회는 대부분의 후보가 큰 어려움 없이 상원의 인준을 받아왔습니다. 이번에 법무장관에 발탁된 제프 세션스 지명자 역시 지난 1986년 연방판사로 지명됐다가 법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막혀 분루를 삼켰는데요. 과연 이번에는 각료로 인준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상원의 인준 절차는 현대로 들어오면서 정당 간의 정치적 계산이 늘면서 지연되는 등 난항을 겪는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상원의원 개개인이 인준 절차를 중단시킬 수 있고, 이를 철회할 때까지는 절차가 보류돼 하염없이 기간이 늘어질 수도 있습니다.

[녹취: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 취임 선서]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법무장관으로 발탁된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의 취임 선서 듣고 계신데요. 린치 장관은 무려 161일이나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의 인준을 기다리는 바람에 1977년 이래 장관 지명자 중에서는 가장 오랫동안 상원의 인준을 기다린 기록을 갖게 됐습니다.

참고로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자들은 상원의 인준을 받는데 평균 35일이 걸렸고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6일, 빌 클린턴 대통령도 16일,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21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3일, 지미 카터 대통령은 6일로,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자들이 훨씬 더 오래 기다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상원 인준 절차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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