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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대표부 여성 외교관 전무…190여개 회원국 중 사실상 유일


지난 2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 북한대표부 외교관들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장일훈 대사, 김성 참사관, 권정근 참사. (자료사진)
지난 2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 북한대표부 외교관들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장일훈 대사, 김성 참사관, 권정근 참사. (자료사진)

유엔의 190여 회원국들은 유엔 본부와 사무국이 위치한 지역에 대표부를 운영하면서 외교관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대표부에 여성 외교관을 단 한 명도 파견하지 않은 나라가 2 곳 있습니다. 북한은 그 중 한 곳이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는 모두 11명의 외교관이 공식 파견돼 있습니다. 모두 남성입니다.

북한은 유엔 사무국이 있는 스위스 제네바와 오스트리아 빈 주재 대표부에도 각각 8 명과 10 명의 외교관을 파견했지만 모두 남성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다자외교를 위해 파견한 29 명의 외교관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는 겁니다.

‘VOA’가 13일 각국의 외교관 명단이 적힌 유엔의 ‘블루 북 (Blue Book)’을 분석한 결과, 이들 세 지역 대표부에 여성 외교관을 단 한 명도 파견하지 않은 나라는 북한과 우즈베키스탄, 단 2 곳뿐이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이 한 지역 당 2~3 명의 인원 만 파견한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대표부를 운영하는 북한은 사실상 남성 외교관 만을 파견한 유일한 나라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진 중동과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들도 적은 숫자지만 여성 외교관을 공식 파견한 점은 주목할 만 했습니다.

뉴욕 만을 놓고 볼 때 아프리카 나라인 차드, 시에라리온, 감비아, 소말리아, 중동의 시리아,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 카리브해의 도미니카 연방 등의 대표부는 모두 남성으로만 구성돼 있었지만, 이들은 제네바와 빈 등에 적어도 1명의 여성 외교관을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경우 뉴욕주재 유엔대표부에만 36명의 외교관이 파견돼 있는데, 이 중 여성이 8 명으로 22%를 차지했고, 제네바와 빈은 여성 외교관 비율이 각각 25%와 18%에 달했습니다.

또 미국은 뉴욕주재 대표부에 파견한 157명 중 여성이 83명 (53%)으로 남성 외교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록 미국보다는 많진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도 여성 외교관의 비율이 각각 34%와 8%였습니다.

여성이 각국을 대표하는 대사직을 맡은 경우도 뉴욕에선 193개 주재국 가운데 38개 나라에 달했고, 제네바는 178개국 중 40개 나라, 빈은 148개 중 33개 나라로 집계됐습니다.

쿠바와 이란,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등은 1개 대표부에 여성을 대사로 파견했고, 미국과 프랑스, 그리스 등은 2개 지역에서 여성 대사가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파키스탄은 뉴욕과 제네바, 빈 주재 대표부 대사를 모두 여성으로 임명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이 여성 외교관을 국제사회에 파견하지 않은 건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공직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와는 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한국 출신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후임에는 여성 인사가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처럼 여성이 나라를 이끄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역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당선될 경우 최초의 여성 지도자를 갖게 됩니다.

북한은 지난 1946년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을 공포한 바 있습니다.

이 법령 제1조에는 국가, 경제, 문화, 사회, 정치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이 남성과 평등권을 갖는다고 명시했으며, 제3조에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노동의 권리와 동일한 임금, 사회적 보험과 교육의 권리를 갖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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