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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려명거리' 공사 착수...평양에 5년간 4개 거리 건설


북한이 평양에 준공한 '미래과학자거리'. (자료사진)
북한이 평양에 준공한 '미래과학자거리'. (자료사진)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월 평양에 '려명거리'를 조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려명거리'는 작년에 완공된 '미래과학자거리'에 이어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거리가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대규모 토목공사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36년 만에 열린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말 ‘미래과학자거리’를 준공한 데 이어 최근에는 ‘려명거리’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보도] "선군 조선의 불패의 국력을 세계 만방에 과시하게 될 려명거리 건설 착공식이 3일 현지에서 진행됐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지난 2012년 '창전거리'와 2013년 '은하과학자거리', 그리고 2015년엔 '미래과학자거리'를 만들고 이곳을 따라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마천루를 세웠습니다.

북한 언론에 따르면 새로 들어설 '려명거리'에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육자들을 비롯한 과학자, 연구사들이 살게 될 70층 높이의 주거공간과 탁아소, 유치원, 세탁소, 체신소 등 공공건물들이 건설될 예정입니다.

북한 평양과학기술대학의 박찬모 명예총장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과학기술을 강조하면서 과학기술자들을 위해 '려명거리' 같은 지역을 연이어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 "과학기술자의 복지를 위해서 은하과학거리라든지 평양의 미래과학자거리를 건설해서 과학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렇게 평양 안에서 각종 대단위 건설공사를 다그치는 것은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전 한국 통일부 장관] “다른 방법이 없거든요. 김정은으로서는 뭘 가지고 자신의 권위를 높이겠습니까, 인민생활을 향상한다고 유원지를 만들고 있지만 그건 인민생활 향상과 관계가 없는 것이고..."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런 대규모 토목건설이 모두 외부에 ‘보여주기식’ 사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지금 북한 주민들은 밥 먹는게 중요한데, 김정은의 선심정치가 너무 전시용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해서 우려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경제성이 없는 전시성 사업을 강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5년간 전국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동상을 세우거나 물놀이 시설, 승마장, 스키장, 그리고 고급 식당 등을 건설했습니다. 또 2014년 7월에는 평양국제비행장을 새로 지었습니다.

한편 이런 대규모 주택과 도시 건설이 김정은식 경기부양책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한국 민간연구기관인 SK경영경제연구소의 이영훈 수석연구원은 VOA에 북한 돈 약 100억 원이 투입된 미래과학자거리 건설과 동일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경우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대북 제재 국면에서 토목공사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데다,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북한 당국으로서도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교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그레이스 오 교수는 이런 전시용 사업과 건설이 북한경제를 한층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오, 조지아대학교 교수] "”This is typical mistakes that government...”

이런 전시성 사업과 건축물이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후퇴시킨다는 겁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 국면에서 '려명거리'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원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에서 새로운 계층으로 등장한 '돈주'들이 이런 국가사업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북한 당국이 시장 기능과 돈주들의 자금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동시에 주민들로부터 준조세 성격의 돈을 거둬들여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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