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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헌법 13조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 수정헌법 13조 15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 수정헌법 13조 15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박영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안녕하십니까?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진행자) 오늘 미국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네, 이곳 시간으로 수요일(9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에서 미국 수정헌법 13조 150주년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이 기념식에는 바락 오바마 대통령도 참석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모든 편협함과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과거에 했던 노력에 대한 배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시리아 난민 사태와 또 최근 미국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는 흑인 총격 사건 등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인데요. 오늘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이번 달로 150주년을 맞는 '수정헌법 13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수정헌법 13조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길래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 의원들에게 편협함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문한 걸까요?

기자) 네, 한마디로 말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분기점이 되는 노예제도 폐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150년 전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기치 아래 흑인 노예들에 대한 편협함을 버리고 노예제 폐지를 선포했던 미국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거죠. 수정헌법 13조는 미국 안, 또는 미국의 법이 미치는 어떠한 장소에서든 노예제도, 또는 비자발적인 예속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수정헌법 13조는 미국의 남북전쟁과 깊은 관련이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남북전쟁이라면 흑인 노예해방문제를 둘러싸고 남부에 있는 주들과 북부에 있는 주들이 갈라져 약 4년간 싸운 미국의 내전이었죠. 이 전쟁이 끝나고 미국 의회는 노예제 폐지를 확실히 못박기 위해 3개의 법적 장치를 마련했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금 살펴보고 있는 ‘수정헌법 13조’, 노예제를 폐지하는 내용이고요. 이어서 나온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의 시민이 되려면 어떤 자격이 있어야 하는가, ‘수정헌법 15조’는 흑인들에 대한 투표권 보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흔히 이렇게 3개 법을 묶어 ‘재건법’, 또는 ‘재건수정법’이라고도 하는데요. 전쟁으로 찢긴 나라를 다시 건설하자는 의미를 담아 붙인 이름입니다.

진행자) 남북 전쟁이 노예제 폐지를 지지하는 북부군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이렇게 흑인 노예들을 페지하는 법안이 통과하기까지도 진통이 만만치는 않았겠죠?

기자) 물론입니다. 이 법안이 처음 상정된 게 1863년 3월의 일인데요. 하지만 표결에 부치기까지도 쉽지 않아서 해를 넘기고 맙니다. 결국 토론에 토론을 거듭한 끝에 1년만인 1864년 4월, 상원에서는 찬성 38 대 반대 6으로 통과됩니다.

진행자) 상원에서 통과됐다 하더라도 하원이 또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원은 상원에서 통과되자마자 2달 만에 같은 법안을 표결에 부쳤는데요. 그 결과 찬성 93, 반대 65 표가 나왔습니다. 노예제 폐지 지지가 더 많이 나온 거죠? 하지만 기권표가 23표나 나오는 바람에 법 제정에 필요한 3분의 2 득표에 실패하고 맙니다. 이 때가 1864년 6월의 일이었는데요. 결국 하원도 해를 넘겨 이듬해인 1865년 1월 31일에서야 찬성 119대 반대 56으로 통과시킵니다.

진행자) 흑인 노예제 폐지를 위해 전쟁도 불사했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으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었겠군요.

기자) 물론입니다. 앞서 들으신 대로 상원과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제법 긴 공백기가 있었는데요. 이 기간 동안 링컨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은 노예제 폐지 반대파 의원들을 만나 힘겨운 설득작업을 하면서 계속 물밑 작업을 해왔습니다. 법안 통과 소식을 학수고대해왔던 링컨 대통령은 상하원이 공동 서명한 법안이 올라오자 당장 그 이튿날 서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앞서 이번 달로 수정헌법 13조가 150주년을 맞았다고 소개해주셨는데요. 그러면 대통령이 서명을 하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법으로 효력을 발휘한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의회가 통과시켰다 해도 필요한 수의 주가 비준을 해야 연방법으로 발효되는데 이게 또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시 36개 주 가운데 27개 주의 비준을 받아야 했는데요. 결국 한 해가 다 끝나가는 12월 6일에 조지아 주 의회가 비준하면서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12월 18일, 윌리엄 시워드 국무장관이 법안의 비준을 알리면서 수정헌법 13조가 공식 발효됩니다. 그리고 이로써 미국에서는 공식적으로 노예제도가 폐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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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수정헌법 13조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요즘도 법안이 하나 상정돼 법으로 제정되기까지는 참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만, 수정헌법 13조 제정 과정을 들어보니까 당시에는 정말 힘겨운 과정을 거쳐왔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요즘 같은 사회에서 노예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 시대적 배경을 알면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실 겁니다. 미국의 땅이 엄청나게 넓다는 건 뭐 다 아시는 일이고요. 그러다 보니 지리적 조건에 따라 각각의 주들이 주력하는 산업에도 차이가 많이 납니다. 북동부 지역은 건조한 땅에 추운 편이라 어업이나 상공업이 주로 발달했고요. 반면 남쪽은 비옥하고 넓은 땅을 기반으로 농업이 주 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농사란 게 워낙 일손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다 보니 남부 주들은 자연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에 크게 의존해왔는데요. 그런데 하루 아침에 흑인 노예들을 다 풀어주라는 명령이 내려지니까 반발한 겁니다. 더욱이 흑인 노예들은 아예 사람 취급을 하지 않던 시절이라 의식 구조 자체상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역사학자들은 지적합니다.

진행자) 북부 주들이 대부분 노예제를 반대하고 남부 주들은 노예제를 찬성했다는 건 알겠는데요. 그럼 당시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중에서 어느 당이 노예제 폐지를 지지했습니까?

기자) 요즘 민주당과 공화당의 성향을 보면 자칫 민주당이 흑인 노예제도 폐지를 지지했을 것으로 추측하기 쉬운데요. 당시에는 공화당이 노예제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이것 역시 지리적 요인과 관련이 깊은데요. 당시 민주당은 주로 남부 출신 의원들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남부 대농장 지주들이 많았고요.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대부분 북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여러 연방 상하원 의원들이 길고도 힘겨운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설득과 타협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노예제 폐지라는 역사적인 업적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영서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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