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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 존스홉킨스대 피터 아그레 교수] "노벨상 수상자 5명, 내년 5월 방북...과학 인재 양성 도울 것"


200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피터 아그레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 (자료사진)

200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피터 아그레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 (자료사진)

노벨상 수상자 5 명이 내년 5월 초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피터 아그레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가 밝혔습니다. 200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아그레 교수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과학 발전과 인재 양성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 특히 평양과학기술대학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아그레 박사는 지난 2009년부터 북한을 세 차례 방문하고, 독일에서 매년 열리는 노벨상 수상자 모임에 북한 학생의 참석을 제안하는 등 북한 과학계와의 교류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그레 박사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영문 기사 보기] US Nobel Laureate to Lead Science Diplomacy Mission to N. Korea

기자) 먼저 북한 과학자들과의 교류를 갖게 된 동기부터 말씀해 주시죠.

아그레 박사) 2009년 미국과학진흥협회 회장으로 북한을 처음 방문했고 최근 세 번째로 다녀왔습니다. 첫 방북 때 평양과 지방의 몇 개 대학을 돌아봤고, 이후 2011년 김진경 총장의 초청으로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기자) 세계 여러 나라 개인들 지원으로 운영되는 평양과기대를 둘러보고 어떤 인상을 받으셨습니까?

아그레 박사) 유례를 찾기 힘든 아주 독특한 학교입니다. 미국과 북한 간 외교관계나 경제교류가 없는 상황에서 평양과기대는 미국인이 상주하는 거의 유일한 현지 시설이니까요. 제가 평양과기대와 교류를 시작한 건 그런 이유가 큽니다. 또 북한 학생과 과학자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과학에 대한 애정을 공유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기자) 평양과기대가 북한의 과학은 물론 국가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아그레 박사) 전적으로 그렇습니다. 물론 과학 교육이 학교의 주요 목적이긴 하지만 영어 교육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학생들이 영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고, 실제로 제가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면서 대화한 학생들의 영어 구사 능력은 정말 뛰어났습니다.

기자) 평양과기대의 교육 수준과 교습 방법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하고 계신지요?

아그레 박사) 평양과기대의 목적이 과학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영어를 교육하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김책공업종합대학이나 김일성대학에서도 전자공학이나 컴퓨터공학을 배울 수 있지만 미국인 교수진들의 영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물론 평양과기대의 과학 교육 수준 역시 높습니다. 따라서 학구적, 사회적, 언어적 측면 모두에서 이 학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기자) 그러나 일부에선 평양과기대에서 가르치는 과학기술이 해킹이나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그런 지적은 어떻게 받아들이시죠?

아그레 박사) 어떤 사람들은 평양과기대가 다른 목적이나 바람직하지 못한 숨은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의심합니다. 저는 컴퓨터 과학자가 아니라 생명 과학자입니다만, 적어도 공공보건과 의학 부문을 논의하면서 생물학전 등에 남용될 여지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나쁜 결과로 이어질 최소한의 위험은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혜택에 비해 그런 가능성은 극히 미미한 만큼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제기되는 비판은 우리가 그럴 자격이 없는 누군가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활동은 정치적인 게 아니고 북한 정권을 옹호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북한 지도자나 당국자들을 만난 것도 아니고, 사진도 학생들과만 찍었습니다.

기자) 미국 당국자들과 평양과기대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습니까? 미국 정부도 이 대학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종종 받아서 말인데요.

아그레 박사) 가장 최근 방북을 앞두고 미 국무부 관리들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9년 첫 방북 직전에는 국무부와 상원 외교위원회 관계자들을 두루 면담하면서 방문 목적을 설명했고, 이후 방북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제 북한 방문은 비밀스럽게 이뤄진 것도 아니고 미국 정부에서도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평양과기대 교수진과 달리 학생들은 인터넷 사용에 제약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과학 교육의 중요한 수단인 인터넷이 좀 더 자유롭고 널리 허용될 조짐은 없던가요?

아그레 박사) 결국은 그런 방향으로 갈 것으로 봅니다. 인터넷은 과학적 정보와 소통의 기준이 되니까요. 북한은 아직 과학자들에게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을 허용할 준비가 안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진전은 있습니다. 뭔가 제약이 풀리고 있다는 조짐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엔 시민들이 길에서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지만 이젠 웃으면서 반가워합니다. 상호 접촉을 늘리면 반응을 얻게 되고, 이런 추세라면 인터넷 사용도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그런 방향을 너무 재촉하면 그들은 아마 거부할 겁니다.

기자) 평양과기대 학생들이 유럽과 남미 국가 대학원에 유학해 좋은 성적으로 학위를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혹시 북한 학생들의 미국 유학에 대해 북한 당국자들과 논의해 본 적은 없나요?

아그레 박사) 그 문제를 논의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매년 7월 독일 (바이에른) 린다우에서 열리는 노벨상 수상자 모임에 북한 학생들을 초청한 적이 있습니다. 보통 3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전세계 우수 대학원생 5백 명에게 강연하는 자리인데요. 3년 전 제가 린다우 행사 관계자들에게 북한 학생 초청을 제안했고, 유엔주재 북한대사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어떤 학생들을 보낼지 결정을 못하는 것을 보면 내부 이견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가 쿠바 학생들을 초청했을 때는 피델 카스트로의 아들과 학생들이 참석했고, 지난 여름에는 이란이 혁명 이후 처음으로 학생들을 보내 이스라엘, 미국, 한국, 독일 등 전세계 학생들과 어울리는 좋은 기회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준비가 될 때까지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평양과기대 학생들이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 유학 중이고, 우리는 앞으로도 이런 제안을 할 겁니다.

기자) 혹시 평양과기대에서 강의할 의향은 있으십니까?

아그레 박사) 제가 재직 중인 존스홉킨스대학은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 연구를 진행 중이어서 지금 당장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 명예교수가 된 뒤에는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벌써 66살이 됐거든요. 물론 손주가 있는 사람이 한겨울에 6개월씩 북한에 머무는 선택을 선뜻 하긴 어렵지만 그런 계획을 한다는 것 자체는 멋진 일입니다.

기자) 북한의 과학 발전 현황을 어떻게 판단하세요? 긍정적 조짐이 보입니까?

아그레 박사) 물론 우리는 전교생 5백 명의 평양과기대를 포함해 제한된 영역만 봤습니다. 미 서부 UC 버클리대학 학생 수는 2만5천 명이고 존스홉킨스 대학만 해도 1만2천 명이라는 걸 고려하면, 평양과기대는 규모가 작죠. 그리고 연구보다는 교육에 중점을 둔 학교입니다. 이 곳 연구 수준은 높아 보이지만 범위가 제한돼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얘기하자면 한국인이나 북한인 모두 매우 근면하고 의욕적이며 지적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게 과학은 매우 자연스러운 학문입니다. 따라서 투자를 할수록 더욱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겁니다.

기자) 노벨상 수상자로서 북한의 과학 발전과 인재 양성을 위해 어떤 제안을 하시겠습니까?

아그레 박사) 한 일화를 소개하겠습니다. 2009년 북한 체류 마지막 날 북한 국가과학원이 주최한 만찬에 귀빈 자격으로 초대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과학원 부원장에게 제가 2003년 스웨덴에서 노벨상 수상 연설을 할 때 맸던 넥타이를 건넸습니다. 그러면서 이건 당신에게 개인적으로 주는 선물이 아니라 북한에서 첫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때까지 맡아달라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전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북한의 과학을 발전시키고 정치적 긴장을 완화시켜 평화적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을 다시 방문할 계획이신지요?

아그레 박사) 내년 5월 첫 주 방북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정확히 내년 4월30일부터 5월 7일까지 입니다. 오스트리아 인사의 기부로 노벨상 수상자들이 아시아 대학들을 방문하는 특별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국제 평화재단’이 주관하는 ‘브리지스 (Bridges): 평화의 문화를 향한 대화” 행사의 일환으로 저를 포함한 5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북한을 방문하게 됩니다. 아직 완전히 확정된 계획이 아니어서 방북 인사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북한을 세 차례 방문한 피터 아그레 박사로부터 북한 과학계와의 교류 현황과 계획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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