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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 시효 없어"…장기 협상카드 가능성


지난 2012년 평양 거리에 북한 선전 구호가 적힌 포스터가 걸려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2년 평양 거리에 북한 선전 구호가 적힌 포스터가 걸려있다. (자료사진)
북한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근 아시아 순방을 맹비난하면서 이미 예고한 핵실험에 시효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4차 핵실험에 나서기 보다는 장기적인 압박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29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지난 달 30일 성명에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는다고 천명했던 자신들의 선언에는 시효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담화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근 아시아 순방을 노골적인 `대결 행각'이라고 비난하며 이같이 위협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이 핵실험을 당장 실시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담화는 특히 오는 11월 치러질 미 의회 중간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그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혀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김민석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4월30일 이전에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등의 얘기가 북한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혀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감행 시점으로 예상했던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나 인민군 창건일,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기간 등이 모두 지났기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 카드를 장기적인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VOA’에 북한이 핵실험 카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간다면 한국은 이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향후 대북정책을 쓰는 데 있어서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며, 결국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풍계리에서 이상징후들을 의도적으로 외부에 노출함으로써 주변국가들을 끊임없이 긴장하게 만들어 협상에서의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속셈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입니다.

[녹취: 박형중 통일연구원 박사] “북한 입장에선 4차 핵실험을 계속 위협적인 카드로 놓고 한국과 미국이 태도를 바꾸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미 의회 중간선거를 겨냥한 외무성 담화의 언급 또한 이 같은 압박전술의 하나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해 당시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중간선거 패배라는 상처를 주고 대북정책 전환을 끌어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은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은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습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의 핵 보유는 정권 생존의 문제라며 20여 년 끌어 온 핵 협상의 마지막 승부수로 4차 핵실험을 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일정 부분의 핵 능력을 미국이 묵인해주고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생존 틀을 만들려는 게 지난 20여 년간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하면서 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미국과 한국 등이 강하게 경고한 만큼 이를 염두에 두고 감행 여부를 고민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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