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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인 의사들 5월 방북 무산...긴장 고조 원인


북한 의료센터에 미국과 한국 NGO단체가 지원하는 의료품이 쌓여있다. (자료사진)
북한 의료센터에 미국과 한국 NGO단체가 지원하는 의료품이 쌓여있다. (자료사진)
한반도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14년간 진행돼 온 재미 한인 의사들의 대북 의료 지원 사업이 올해는 예외가 됐습니다. 위기지수가 높아짐에 따라 의료인들이 방북을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한인단체인 재미동포연합 산하 ‘조미의학과학교류 촉진회’는 지난 1999년부터 북한에서 의료 지원 사업을 벌여왔습니다.

매년 북한 현지 병원들을 방문해 환자들을 직접 진료하고, 내시경과 수술기구 등 의료기기와 각종 의약품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릅니다. 방북에 대한 재미 한인 의사들의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입니다.

‘조미의학과학교류촉진회’ 박문재 회장은 8일 ‘VOA’에 한반도 긴장 상황이 최고조에 달함에 따라 5월로 예정됐던 의료인 15명의 방북 계획이 취소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문재 회장] “대부분 참가자들이 가길 꺼려하고 가족들이 다 만류하고 그래서 가는 것을 우리가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과거 미-북 관계와 남북관계 악화로 한반도 긴장이 한창 높아졌을 때도 중단된 적이 없던 의료인들의 방북이 14년 만에 차질을 빚게 된 겁니다.

일부 의사들은 이미 비자 수속 등 방북 관련 절차를 상당 수준 밟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회장은 북한 당국도 미국 의료인들의 방북 무산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박문재 회장] “앞으로 계속 협력해 주길 바라지만 여러분들이 못오시는 건 완전히 이해한다, 그런 연락이 왔습니다. 따라서 그 쪽에서도 북-미 사이의 긴장 상태가 예년 이상으로 높다는 걸 알고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당초 재미 한인 의사들은 다음 달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리는 ‘15차 평양 국내외 동포들의 의학과학 토론회’에 참석할 계획이었습니다.

미국 의료인들과 북한 의사들이 참여해 전공 분야에 대한 최신 정보와 치료 성과, 연구실적 등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립니다.

의료인들은 이어 11일까지 북한에 머물며 평양의 제3인민병원, 김만유 병원, 평양의과대학 병원 등을 돌아보고 결핵약, 항생제, 마취제 등을 병원 측에 전달할 예정이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제3인민병원에 새 구급차를 기증할 계획도 갖고 있었습니다.

[녹취: 박문재 회장] “우리들의 이 행사는 북쪽 사람들의 건강이라든가 의료, 또 의사들의 기술 문제를 도와주는 것인데, 응급차라든가 이런 문제에 있어서 저희들은 준비가 제대로 다 돼 있었는데 이것을 이행하지 못한다는 데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지난 15년간 꾸준히 북한에서 의학교류 활동을 주도해온 박문재 회장은 순수한 인도적 목적으로 벌여온 대북 의료사업이 잠시나마 중단된 게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문재 회장] “저는 의료인이기 때문에 사실 정치, 군사적인 문제는 그 내용을 잘 모르지만, 그런 문제 때문에 이런 의료사업이 중지된다는 건 참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런 문제에 있어서 북쪽이나 또는 미국 쪽에서 한발씩 서로 물러나 가지고 긴장을 완화시켜서 전쟁이 일어나는 걸 방지해야 하지 않는가 안타깝게 보고 있습니다.”

한편 조미의학과학교류촉진회는 올 여름 북한의 젊은 의사들을 미국에 초청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으나 이 역시 현재 상황에선 여의치 않게 됐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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