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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국면 속 미-북 인적교류 위축


2011년 6월 미국을 방문해 공연을 펼친 북한 태권도 시범단.
2011년 6월 미국을 방문해 공연을 펼친 북한 태권도 시범단.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미국과 북한 간 인적교류 움직임마저 위축되고 있습니다. 정부나 민간 분야 할 것 없이 왕래가 거의 끊겼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07년에 이어 2011년 미국에서 공연을 펼쳤던 북한의 조선태권도시범단.

당시 많은 박수를 받고 미국을 떠나면서 미국 무대에 곧 다시 설 날을 기약했습니다.

[북한 태권도시범단 김순희 선수] “다시 한번 (기회가) 있다면 우리 전통무술인 태권도의 기상과 넋을 다시 한번 힘있게 과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2년 가까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 조짐까지 보이면서 미-북 간 인적교류 환경이 어느 때보다 열악해졌기 때문입니다.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방미는 지난 해에도 추진됐었습니다.

두 차례 공연의 성공에 힘입어 선수단 규모와 방문 도시를 크게 늘려 대규모 문화공연으로 확대 발전시킨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그리고 이에 따른 대북 영양 지원을 골자로 하는 미-북간 2.29 합의를 깨면서 불발로 끝났습니다.

지난 6년간 두 차례에 걸쳐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미국 공연을 주선한 정우진 ‘태권도타임스’ 잡지 대표는 5일 VOA에, 올해도 시범공연 일정을 잡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우진 대표] “올해 2013년 초여름에 제3차 시범단을 미국에 초청해, 태권도 가족이 약 3천만 되는데, 올해는 좀 더 멋있게 하려고 준비를 지금 꾸준히 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잔뜩 경색된 미-북 관계 때문에 행사 추진 과정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닙니다.

[녹취: 정우진 대표] “북-미 두 나라가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서 미국 태권도인들은 지금 걱정입니다. 그래도 잘 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은 미-북 관계의 여파는 인도주의 사안에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과 재회하려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노력도 당장은 진전을 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미 서부 한인 실향민 단체인 ‘북가주 이북인연합회’는 지난 해부터 구체적인 이산가족 상봉안을 마련하고 미국과 북한 당국의 지원을 호소해 왔습니다. 북가주 이북인연합회 백형기 사무총장의 말입니다.

[녹취: 백형기 북가주 이북인 연합회 사무총장] “실향민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씻어드리려고 우리가 북의 가족과 친척들의 소식, 상봉의 기쁜 소식을 구정 설날을 전후해서 알려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백 사무총장은 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가족상봉 신청서를 받고 다른 이산가족 단체와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지만 역시 미-북 관계의 불확실성 때문에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백형기 북가주 이북인 연합회 사무총장] “연로하신 부모님의 피맺힌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서 우리가 북한 방문도 하고 또 상봉을 위한 여러 가지 서류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재개 직전까지 갔던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 작업도 진척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집니다.

미국은 6.25 전쟁 중 실종 또는 사망한 미군 유해 발굴작업을 7년만에 북한에서 재개하기로 지난 2011년 10월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해 2.29 합의를 어기고 장거리 로켓 발사 의지를 보이면서 중단됐습니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으로 미-북 관계가 더욱 악화된 현 시점에서 발굴 재개 가능성은 요원해 보입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ㆍ실종자 사무국(DPMO)의 실리아 슬레지 공보관입니다.

[녹취: 실리아 슬레지 공보관] “As of today there are no missions scheduled for the DPRK…”

슬레지 공보관은 5일 VOA에, 현재로선 북한에서 발굴작업을 재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언제든 북한에 묻힌 미군 전사자 유해를 고향으로 옮길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미-북 인적교류가 차질없이 진행되는 드문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의 한인단체인 재미동포연합 산하 '조미의학과학교류 촉진회'는 올해도 어김없이 평양에서 의료학술대회를 개최합니다.

오는 5월 북한을 방문해 학술대회를 마친 뒤 평양 제3인민병원과 김만유 병원, 평양의과대학 등 현지 의료시설을 둘러보고 환자들을 직접 진료하는 일정입니다. 이 단체 회장인 심장내과 전문의 박문재 박사입니다.

[녹취: 박문재 박사] “이 문제 자체가 의학, 과학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와는 관련이 없고, 인도적이고 학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이 잘 개최되리라고 저는 확신하고 여러분들이 같이 가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18년째 계속돼 온 이 행사는 예외에 속합니다.

북한의 연이은 로켓 발사와 핵실험 예고로 꽁꽁 얼어붙은 미-북 관계 틈에서 양국간 물밑 교류마저 잔뜩 움츠러 들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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