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이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에 재가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러시아에 통보했습니다. 러시아는 정치적 실수라고 비판했는데요. 자세한 소식 살펴봅니다. 이어서 홍콩 법원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인사 지미 라이 씨에게 징역 14개월 형을 추가로 선고한 소식과 홍콩 선거제 개편안 의결 소식 살펴보고요. 독일이 과거 식민지였던 나미비아에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고 처음 인정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이 ‘항공자유화조약(OST, Open Skies Treaty)’에 다시 가입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조 바이든 행정부가 27일, 항공자유화조약에 재가입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고 러시아에 통지했습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에게 이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항공자유화조약’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약이죠?

기자) 회원국 간에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정찰을 허용하는 국제조약입니다. 지난 1992년 체결돼 2002년 발효됐는데요. 민간 항공자유화조약과는 다른 군사조약입니다. 

진행자) 회원국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미국이 탈퇴하면서 현재는 33개국입니다. 이 조약에 서명한 나라는 35개국인데요. 키르기스스탄은 비준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런 항공자유화조약을 만든 배경이 있겠죠?

기자) 네. 당초 이 구상은 지난 1989년, 당시 조지 H.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된 겁니다. 회원국끼리 자국 영공에 비무장 정찰 비행을 허용함으로써, 회원국의 군사력 보유 현황이나 군사 활동 등을 파악하고, 군비 경쟁이나 우발적인 충돌을 막자는 취지였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항공자유화조약 탈퇴를 전격 선언했고요. 같은 해 11월 공식 탈퇴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정부는 왜 탈퇴한 겁니까?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가 항공자유화조약에 따른 미국의 정찰 임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해왔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핵무기를 배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나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한 합법적인 정찰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는데요. 반면 러시아 정찰기들이 미국의 핵심 인프라 시설 위치 파악에 동원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바이든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재가입 가능성이 거론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트럼프 정부의 항공자유화 탈퇴를 근시안적 조처이자 미국의 지도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또 재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는데요. 하지만 최종적으로 바이든 행정부도 재가입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진행자) 바이든 정부가 재가입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AP 통신은 미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최근까지도 러시아가 항공자유화조약을 준수할 것을 호소했지만 별로 개선된 게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난주 양국 최고위 외교 수장들이 회담도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아이슬란드에서 회동했을 때 이에 관한 논의도 했고요.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번 주, 니콜라이 파트류세프 러시아 국가안보보좌관과 접촉해,  미국의 재가입 결정이 임박했다며 러시아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제 미국과 러시아 간에 무기 관련 협정은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핵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뉴스타트)’이 유일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2월, 러시아가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며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를 선언했고요. 러시아도 맞탈퇴를 선언해, INF는 2019년 8월부로 공식 소멸했습니다. 

진행자) 뉴스타트도 자칫 사장 위기에 처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최근 핵전력 증강을 이유로 중국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핵군축 조약을 만들 것을 제안했는데요. 러시아가 난색을 보이면서 뉴스타트도 폐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요.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러시아와 접촉한 끝에 5년 재연장을 끌어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정치적 실수라고 비판했습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의 결정에 실망했지만 놀라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유럽의 안보 강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항공자유화조약에 그냥 남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러시아도 지난 1월 항공자유화조약 탈퇴를 선언했고요. 지난 5월 11일 자국 국회에 항공자유화조약 탈퇴 법안을 제출하며 탈퇴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양국 정상들의 만남이 조만간 있죠?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다음 달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대면 회담을 합니다. 양국 간에는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 사이버 해킹,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사태, 시리아 내전 개입 등 다양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요. 양국의 군축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이자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인사죠. 지미 라이 씨에게 또 실형이 선고됐군요?

기자) 네. 홍콩 법원이 28일,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씨에게 14개월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홍콩 법원은 지미 라이씨가 지난 2019년 10월, 홍콩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대규모 집회를 조직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진행자) 지미 라이 씨는 이미 다른 혐의로 복역 중이죠?

기자) 네. 지미 라이 씨는 2019년 8월 있었던 2번의 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라이 씨는 또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과 사기 혐의 등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홍콩 선거제 개편안이 통과됐다고요? 

기자) 네. 홍콩 의회인 입법회가 27일,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0, 반대 2표로 통과시켰습니다. 홍콩 입법회는 전날(26일)부터 선거제 개편안 심의에 들어갔는데요. 하지만 개편안 가결은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습니다. 

진행자) 표결도 하기 전에 이미 통과가 예상됐다는 건가요?

기자) 네. 현재 홍콩 입법회에는 범민주 진영 의원들이 집단 사퇴하면서 친 중국계 의원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지난해 범민주 진영 의원들은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야당 의원 4명의 자격을 박탈하자, 이에 항의해 연대 사퇴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홍콩 선거제도는 앞으로 어떻게 바뀌게 되는 겁니까?

기자) 네, 우선 공직에 출마하는 후보들에 대한 자격 심사가 강화됩니다. 이를 위한 별도의 위원회를 설립해 이른바 ‘애국자’들만 출마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중국 정부나 홍콩 당국이 ‘애국자’라는 이야기를 부쩍 강조하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이래 중국과 홍콩 당국은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애국자여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직접 이를 역설하기도 했는데요. 입법회 가결 후, 한 친중국계 의원은 600쪽에 달하는 새 선거법을 몇 글자로 요약하면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리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선거제 개편으로 입법회에는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기자) 네. 현재 홍콩 입법회 의석은 70석인데요. 이를 90석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홍콩 유권자가 선거구에서 직접 선출하는 의석은 종전의 35석에서 20석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나머지 의석은 어떻게 분배했습니까?

기자) 40석은 친 중국계 인사들로 채워진 선거위원회가 직접 뽑고요. 각 직능단체 몫으로 30석입니다. 직능단체 몫도 기존의 35석에서 줄어든 겁니다.

진행자) 이 홍콩 선거제 개편안은 중국 정부가 먼저 손질한 거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3월 11일,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선거제도 개편 초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요. 이후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세부 사항을 정해 홍콩 입법회에 넘긴 겁니다. 

진행자) 개편안 가결에 대한 홍콩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홍콩 범민주 진영은 예상대로라면서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로킨헤이 대표는 바뀐 선거법에 따라 입법회나 정부 기관에 진출하는 시민 대표의 수가 훨씬 줄어들게 된다면서, 이는 홍콩에 좋은 일이 아니라고 반발했습니다. 

진행자) 홍콩 입법회 선거는 언제 있습니까?

기자) 오는 12월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새 선거법에 따라 올 연말에 치러지게 될 입법회 선거에 참여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입법회 선거가 연기된 거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홍콩 당국은 지난해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이유로 1년 연기한다고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고조되는 반중국 정서로 인한 결정이라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홍콩 정부는  지난 3월, 이를 또 연기해 올 12월 입법회 선거를 치르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언제 치릅니까?

기자) 내년 3월 치를 예정입니다. 행정장관 임기는 5년인데요. 캐리 람 행정장관은 연임에 도전할지 질문에 최근까지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홍콩 선거제 개편안 가결에 대한 미국 정부 반응도 살펴볼까요?

기자) 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7일 성명을 내고, 중국이 계속해서 홍콩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홍콩 시민 대표를 줄이는 것은 홍콩의 장기적인 정치적 발전과 사회 안정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고요. 또 중국과 홍콩 당국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금된 모든 사람의 석방도 촉구했습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독일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 나미비아에 공식 사과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독일이 100여 년 전 식민지였던 나미비아에서 자행한 집단학살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고, 11억 유로(미화 약 13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나미비아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기자) 네. 나미비아는 1884년부터 1915년까지 독일의 식민지였는데요. 1904년부터 1908년 사이, 독일의 식민 통치에 반기를 든 현지 주민 헤레로족과 나마족 수만 명이 총살, 고문, 추방 등의 학대를 당했습니다. 역사학자들은 이 사건을 20세기에 자행된 첫 집단학살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해됐습니까?

기자) 헤레로족 적어도 약 6만 명, 나마족 1만 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당시 또 수많은 사람이 독일 군인들과 독일 정착민들에 의해 사막 지대로 쫓겨났는데요.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탈수로 사망하거나 아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전 독일 정부는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건가요?

기자) 과거 정부들은 식민 시대에 나미비아에서 잔혹한 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는데요. 하지만 직접적인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은 거부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에 독일 정부가 나미비아에 제공하기로 한 자금은 배상금 성격인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독일이 제공하는 돈은 나미비아의 재건과 발전을 위한 자금으로 배상이나 보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이코 마스 장관은 또 이 지원이 피해 배상을 청구하는 어떠한 법적인 통로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는데요. 나미비아에서 자행한 집단학살에 대한 도덕적 책임은 인정하지만 다른 법적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나미비아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나미비아 대통령 대변인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집단학살을 인정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 번째 조처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