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중심제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가결된 다음날인 17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부인 에민 여사와 함께 수도 앙카라 대통령궁 주변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 나와 인사하고 있다. 치켜세운 네 손가락은 하나의 깃발, 하나의 민족, 하나의 영토, 하나의 국가를...
대통령중심제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가결된 다음날인 17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부인 에민 여사와 함께 수도 앙카라 대통령궁 주변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 나와 인사하고 있다. 치켜세운 네 손가락은 하나의 깃발, 하나의 민족, 하나의 영토, 하나의 국가를...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점에 있는 나라, 터키가 지난 1923년 의원내각제 공화국 설립 이후 94년 만에 대통령중심제 국가로 전환합니다. 어제(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근소한 차로 가결됐는데요. 앞으로 유럽과의 관계가 복잡해질 전망입니다. 자세한 사정 들여다 보겠고요. 지난달 헌법 위반 등의 사유로 탄핵·파면된 뒤 구속 상태인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어서,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6.9%를 기록,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터키에서 헌법을 고치는 국민투표가 있었군요?

기자) 터키 선거관리위원회는 어제(16일) 전국에서 실시된 헌법개정안 국민투표 결과, ‘찬성’이 51.4%로, 48.6%에 머문 ‘반대’보다 2.8%p 많아 가결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수개월동안 개헌 추진 운동을 주도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곧바로 승리를 선언하고 후속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개혁이 시작됐다”며 사형제 부활을 비롯한 관련입법을 당장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줄곧 개헌에 반대해온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하면서 재검표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헌법을 어떻게 바꿨습니까?

기자) 총리를 중심으로 국회의원들이 내각을 이뤄 정부를 이끄는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이 행정수반으로 정부를 통할하는 대통령중심제로 권력구조를 바꾼 게 핵심입니다. 그런데, 터키의 새 헌법은 전통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보다 훨씬 많은 권한을 행정부 수반에 부여했습니다. 총리직은 폐지했고요. 대통령이 부통령과 장관들을 의회 인준절차 없이 임명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15명 중 12명을 임명하는 등 법원 고위직과 대학총장 인사권도 대통령이 가지고요. 법률에 준하는 칙령을 선포할 수 있어서, 의회 고유권한인 입법권도 일부 보유하게 됩니다.

진행자) '삼권분립'이 현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법원과 의회도 통제하게 되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의회 승인없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고요. 비상사태가 아닐 때도 ‘대통령령’ 만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는 개헌안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줄곧 비판해왔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개헌 찬성 군중집회에서 연설하는 등 여론몰이에 앞장서면서, 결국 원안대로 통과된 겁니다. 일부 외신들은 ‘터키의 민주주의가 죽었다’거나 ‘터키에서 새로운 왕정이 시작됐다’고 비판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1923년 터키공화국 설립 이전 오스만튀르크제국의 절대 통치자인 ‘술탄’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집권도 가능해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새 헌법의 대통령선거 관련 조항은 2019년 11월 선거 때부터 발효되는데요. 지난 2014년 취임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때 새 헌법 하에서 대선에 재도전할 수 있습니다. 5년 중임의 헌법 규정에 따라 2024년 대선에서 연거푸 승리하면, 2029년까지 집권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새 헌법에는 ‘조기대선’ 조항이 추가됐는데요. 중임한 대통령일지라도 국회의 동의를 얻어 다시 조기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2029년 임기 만료 직전에 조기대선을 실시하면 2034년까지도 재임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기존 헌법 아래 대통령직을 수행한 기간을 포함해, 총 4차례 임기에 20년동안 국가 원수 직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17일 터키 수도 앙카라 대통령궁 앞에 모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17일 터키 수도 앙카라 대통령궁 앞에 모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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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외신들이 비판적인 것으로 전해주셨는데, 각 나라 정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독일 정부는 오늘(17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공동 명의 성명을 통해 "간발의 차이로 찬성이 많았던 투표 결과는 터키 사회가 얼마나 깊게 분열됐는지 보여준다"며 반대 세력을 존중하면서 대화 노력을 진행하라고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촉구했습니다. 그 밖의 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아직 터키 개헌 국민투표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는데요.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 직무대행은 성명에서, 터키 국민 투표과정을 감시해온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최종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OSCE는 오늘 공개한 보고서 초안에서 이번 국민투표가 불공정하게 진행됐고, 투개표 과정에 부정행위도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개헌 때문에 터키의 EU가입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어제(16일) 국민투표 승리를 선언하면서, 관련 후속입법으로, 지난 2004년 폐지했던 사형제도를 되살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터키 정부가 지난해 불발된 쿠데타의 연루세력을 숙청하면서, 인권탄압과 민주주의 후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줄곧 비판해왔는데요. 사형제가 부활하면 인권침해와 야당 탄압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서방 측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터키는 지난 1963년부터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해왔지만, 인권 문제 등 자격 미달로 가입이 유보됐는데요. EU 집행부는 터키 정부가 사형제도를 되살리면 가입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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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졌군요?

기자) 네. 지난달 10일 헌법위반 등의 사유로 탄핵소추가 인용돼 자리에서 물러난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이 오늘(17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구속돼 수감중인데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제3자뇌물요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 총 18개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공식 기소했습니다. 한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것은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고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던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진행자) 박 전 대통령이 어떤 혐의로 재판을 받는지, 자세히 들여다 볼까요?

기자) 18개 혐의를 뇌물과 직권남용, 그리고 비밀누설, 이렇게 세가지 부분으로 크게 나눠 볼 수 있겠는데요. 먼저 뇌물 혐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랜 측근인 최순실씨 등과 공모해 삼성과 롯데 등 대기업들로부터 각각298억원과 70억원 등 모두 368억원(미화 3천235만달러)의 뇌물을 받고, 이와 별개로 SK그룹에 89억원(미화 782만 달러)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밖에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의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도 있습니다. 공소장에 적힌 박 전대통령의 뇌물 수수 혹은 요구액은 총 592억원(미화 5천200만달러)에 달하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한국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가를 바라고 박 전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거액을 건넨 혐의로 현재 구속상태에서 재판 중이고요. 박 대통령 측근 최씨도 마찬가지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17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17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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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박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건 어떤 혐의죠?

기자) 문화· 예술 분야에서 정부 측에 비협조적인 사람들을 골라서 만든 지원배제자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가 가장 큽니다. 그리고 최순실씨가 운영하는 회사가 주요사업에 계약을 따내도록 압박한 경우도 있고요, 최씨 딸 친구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자동차 부품회사가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계약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있습니다.

진행자) ‘공무상 비밀 누설’은요?

진행자) 정부주요 기관 인사와 관련한 문건이나, 대통령 연설문, 해외순방 일정 계획 같은 비밀 문서들을 측근인 최순실씨에게 살펴보도록 해 최씨 뜻에 따라 고칠 수 있도록 한 의혹입니다.

진행자) 박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되기 전에 한차례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고요. 구속 이후 다섯번 ‘옥중 조사’를 거쳤는데, 매번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법정에서 사실관계와 법리 해석을 놓고 검찰과 박 전대통령 측의 치열한 다툼이 예상됩니다.

진행자) ‘국정농단’ 사태로 한국 사회가 혼란스러웠는데,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일단락되는 상황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는 앞으로 재판에서 가려질 사항입니다만, 최근 수개월동안 한국사회를 휩쓸면서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까지 불어왔던 ‘국정농단’ 사태가 일단 매듭을 짓게 됐습니다. 지난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한국 언론은 대기업들이 거액을 출연해 세운 미르·K스포츠 재단을 둘러싼 의혹을 보도했는데요, 기업들이 돈을 모으는 과정에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개입했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이후 한 방송국이 최씨가 국가 기밀문서들을 받아본 정황을 보도하면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하기에 이르렀고요. 국회는 12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이후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측근 최씨가 주도한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기 위해 특별검사가 출범했고요. 탄핵안을 심의한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10일 이를 인용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파면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한국에서 조기대선이 실시되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통령 탄핵 인용 후 60일 안에 후임자를 선출하도록 한 관련 법규에 따라, 다음달 9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됩니다.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2번 자유한국당 홍준표, 3번 국민의당 안철수, 4번 바른정당 유승민, 5번 정의당 심상정 등 주요 정당 후보들을 비롯한 15명이 출마해서 오늘(17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대통령 후보 15명이 나온 것은 한국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사례인데요. 투표일을 3주 정도 앞둔 현재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게 한국 언론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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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중국에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았다고요?

기자) 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오늘(17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8조 683억위안(미화 2조7천100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6.9% 성장률은 지난 2015년 3분기 6.9%를 기록한 뒤 1년 반 만에 최고치입니다. 최근 중국 경제 둔화세가 두드러지면서, 리커창 총리는 올해 성장 목표를 지난해 최종 성장률인 6.7%보다도 못한 6.5%로 낮춰 잡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지난 석 달동안 예상보다 높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자, 향후 중국 경제를 그리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외신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중국 경제가 다시 성장세를 이어가는 흐름인가요?

기자) 통계로만 보면 그렇습니다. 6.8% 성장률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두분기 연속 반등세이기 때문에 다시 성장세로 접어든 것은 맞습니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는 계속 6.7% 머물렀는데요. 4분기 6.8%에 이어 올 1분기 6.9%로 계속 수치가 높아진 겁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줄곧 부진을 면치 못했던 중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경제에 줄곧 비관적이었던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대용 지표로 사용되는 전력사용량, 철도 화물운송량 등도 지난 1분기 일제히 호조를 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그렇게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이에따라 경기가 과열되는 양상이 반복돼왔는데요. 이번에도 중국 정부의 다양한 경기 부양책이 단기 효과를 본 측면이 많아서, 향후 경기 과열에 대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벌써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초부터 단기정책 금리를 수차례 인상했고요, 수도 베이징 시를 비롯한 각 지방 당국은 부동산 가격 억제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