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월 취임식을 앞둔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들과 백악관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조지 H. W. 부시,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대통령.
지난 2009년 1월 취임식을 앞둔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들과 백악관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조지 H. W. 부시,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이 20일 취임합니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에 관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알아봅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1월 20일인 이유

원래 취임식 날짜는 3월 4일 이었습니다. 이유는 초대 의회가 헌법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을 1789년 3월 첫째 주 수요일로 정했고 그 날이 우연히 3월 4일이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전년도 12월에 대통령을 선출한 후 취임식까지 4개월을 기다리는 건 너무 길고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수정헌법 20조에 따라서 1월 20일로 앞당겨지게 된 겁니다.

취임식 장소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워싱턴 DC에 있는 국회의사당 서편 계단에서 열립니다. 워싱턴은 1월이 한 겨울로 춥지만 취임식은 야외에서 개최합니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첫 번째 취임식은 뉴욕시 연방홀에서 열렸는데요, 두 번째 취임식은 새 수도 필라델피아에서 열리기도 했습니다. 현재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열리기 시작한 건 1801년 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때 부터였습니다.

취임 선서 마지막의 "So help me God", "신이여 도와주소서"

원래 헌법에는 이 문구가 없지만,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선서 끝에 붙이면서, 이후 모든 대통령이 따라 하게 됐습니다. 취임 선서 때 성경을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인데요. 워싱턴 대통령이 했던 전통을 이어 받아서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겁니다.

퇴임 대통령도 취임식에 참석하는 전통

취임식에는 퇴임하는 대통령과 취임하는 대통령이 함께 참석합니다. 이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 전통으로 자리잡았는데요, 정당이나 이념, 성향에 관계없이 ‘평화로운 정권이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 명의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는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건국의 아버지로 미국 독립선언문 작성에도 함께했던 두 사람은 개인적인 적대감이 깊었다고 하는데요. 정치적인 지향이 달랐던 데다 애덤스가 대통령일 당시 부통령이었던 제퍼슨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하면서 앙금이 깊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존 애덤스 대통령의 아들이기도 했던 6대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도 후임인 앤드류 잭슨 대통령의 취임식 전날 짐을 꾸려 백악관을 떠났는데요. 역시 정치적 입장 차이에 따른 앙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 전임 대통령은 18대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인데요. 역시 개인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두 사람이 한 자리에 서기를 거부하면서 존슨 대통령은 취임식이 열리는 동안 마지막 법안에 서명한 일화로 유명합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서 생존해 있는 전임 대통령 3명이 참석하는데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건강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며 아쉬움을 전하는 편지를 트럼프 새 대통령에게 미리 보내기도 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이자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역시 참석합니다.

가장 길었던 취임연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재선 취임 연설문은 총 135단어, 채 2분이 안될 정도로 짧아서 화제가 된 반면, 1841년 취임한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은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 무려 2시간이 넘게 연설을 해 가장 긴 연설 기록을 남겼는데요, 이 때문에 해리슨 대통령은 취임 한 달여 만에 폐렴으로 숨졌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두 번째 취임식을 할 당시, 부통령이었던 앤드루 존슨은 장티푸스로 고생하고 있었는데요. 고통을 잊고자 술을 마셨다가 연설 중 횡설수설을 하는 바람에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