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차례에 걸쳐 보내 드리는 특집방송, 오늘은 첫 순서로 해마다 수련회를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탈북자: “비행기 타고 뉴욕공항에 내릴 때 가장 기뻤습니다” 조 목사: “내릴 때 땅에 이렇게 키스 했어요?” (웃음소리) FADE OUT

탈북자들의 환한 웃음소리가 녹음이 무성한 미 중서부 록키산맥 골짜기에 울려 퍼집니다.

백두산 정상에 버금가는 해발 2천 7백 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한 록키산맥의 한 산장. 풍광이 수려하기로 소문난 이 곳에 지난 9월 중순 미국에 난민 지위를 받아 입국한 전체 탈북자의 3분의 1이 모였습니다.  

인사하는 탈북자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안 오는지 알았습니다…”

2008년부터 매년 적어도 한 차례 미국 내 도시를 돌아가며 모이는 탈북자 수련회. 낯익은 얼굴들이 있어 반갑고, 새로 입국했거나 처음 참석하는 탈북자들이 있어 좀 서먹서먹하기도 합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 수련회는 미국의 기독교 북한선교 단체인 두리하나 USA가 2008년 봄부터 도시들을 순회하며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조영진 목사입니다.

“여기에 찾아오신 분들이 미국땅에서 성공적으로 또 용기 있게 정착해 나갈 수 있도록 저희가 어떻게 뒷받침하고 도울 수 있는가, 이런 문제를 논의하면서 얘기한 것이 그래도 1년에 한번씩 모여서 서로 나누고 격려 받을 수 있는 수양회를 시작해보자, 이렇게 해서 시작했습니다.”

수련회에 참가하는 탈북자들의 항공료와 숙식비 등 2만 달러에 달하는 행사 비용은 미국 각 지역에 사는 이 선교단체 후원자들이 지원했습니다. 또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자비를 들여 행사에 참여해 탈북자들을 도왔습니다.

“시 낭송하는 탈북자..” 탈북자들은 예배와 시 낭송, 미국생활 나누기, 가족 초청과 시민권 신청 등에 관한 변호사들과의 대화, 등산과 승마, 운동과 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2박 3일을 보냈습니다.

“야호” (산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는 탈북자들)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인 저스틴 씨는 동료 탈북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아 조를 번갈아 가며 산을 두 번이나 올랐습니다.

“너무 기분 좋구요. 내 고향에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여기 오니까 학교 다니며 골머리 앓던 게 다 싸그러집니다. 확실히 여행이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한번 이렇게 왔다 가면 안정이 될 것 같아요.”

서부지역에서 온 또 다른 탈북자 온 씨는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말합니다.

“참 너무나도 마음이 즐거워요. 몇 년 간 미국 각지에 헤어져 살던 형제 자매들이잖아요. 다시 만나서 회포도 나누고 그 속에서 하나님 사랑도 나누고 서로간에 미국생활도 나누고 서로간에 도움도 되고 정보도 공유할 수 있고, 또 아픈 마음이 있으련 서로 위로도 해주고. 이런 시간이 너무도 좋은 것 같아요. 저희들이 힘들게 살다가도 한번씩 이렇게 모이면 이 때까지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그런 기분이에요.”

탈북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래 소리: “당신의 그 순종이 천국에서 해 같이 빛나리…”

중서부에서 온 에스더 씨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동료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큰 위로와 도전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가장 포인트는 저 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한테서 평안을, 위로를 받는다는 겁니다. 내가 봤을 때 내보다 가진 게 없는데 저 사람은 어떻게 돈도 없고 남자친구도 없고 자식도 못 데려 오고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어디서 평안이 나올까?”

두리하나 USA의 조영진 목사는 탈북자들이 서로 삶을 나누며 새 힘을 얻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함께 나누는 시간이 너무나 귀중한 겁니다. 삶에서 지쳤고 어려웠던 일들도 함께 나누고 또 열심히 정착하는 모습 속에서 나도 역시 저런 길을 가야겠다는 격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서로가 수양회가 끝나도 연락하면서 연결을 짓고 의지하고 도울 수 있는 그런 연결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수양회가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난민정착 지원기관인 루터란 써비스의 쉐리 린 변호사는 이런 행사가 문화적 이질감 등 여러 과제들을 극복해야 하는 탈북 난민들의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선배 이민자와 난민이 후배들을 배려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이미 베트남이나 아프리카 등 다른 난민 사회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고무적이란 겁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많은 탈북자들이 수련회에 참석하고 있지만 일부 탈북자들은 아쉬움도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탈북 남성:“제 성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좀 짜증나는 점도 많았어요. 모두들 모여 앉아서 얘기하면 자기 자랑만 해요. 제가 가장 힘들었던 건 영어가 아니에요. 영어는 어느 정도 눈치로 해먹을 수 있어요. (사이) 외로움 (한숨)”

탈북자들끼리 서로 눈치를 많이 보거나 숨기는 게 적지 않아 진솔한 얘기를 나누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이 탈북자는 미국생활에서 가장 힘든 게 지독할 정도의 외로움이었지만 모임에서 제대로 꺼내놓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탈북자들은 수련회가 탈북자들의 밝은 미래를 확인시켜주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진짜 하나같이 열심히 사시는 것 같아요. 저보다 후에 오신 분들인데 벌써 미국에 집도 사고 자기만의 가게도 이미 갖고 계신 분도 계시고. 또 저보다 어린 나이에 온 동생들을 보면, 오면서 버스 안에서 깜짝 놀란 게, 광진이 같은 경우 처음 봤는데 솔직히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인줄 알았어요. 그런 걸 보면 너무 뿌듯하고. 이들이 크면 여기 한인 2세분들이 미국 주류사회에 합류해서 큰 역할을 하는 것처럼 그런 사람들이 되겠구나. 미국에 정착하는 탈북자들의 미래가 참 밝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