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만성적인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일부 계층은 여전히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모자 달린 셔츠, 이른바 후드티가 유행하고 있고, 최첨단 손전화기인 스마트폰은 부의 상징이라고 하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에서 발행되는 시사잡지 ‘신제보란’은 최신호에서 사업 목적으로 북한에 상주하거나 자주 오가는 중국인들의 경험담을 통해 요즘 북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을 소개했습니다.

외교부 산하 관영매체인 이 잡지에 따르면, 최근 평양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옷은 모자 달린 셔츠, 이른바 후드티로, 가격이 북한 돈으로 3만7천원 정도로 비싸지만 사려는 사람이 많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젊은 여성들은 2만5천원에서 3만원 정도인 굽이 높은 구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손전화기 이외에 가장 인기있는 전자제품은 컴퓨터용 이동식 저장장치인 USB 메모리로, 가격이 1만5천원인 8기가바이트 짜리가 아주 잘 팔린다고, 잡지는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애플사가 만드는 태블릿 컴퓨터 아이패드는 부유층의 상징이 돼 판매가격이 중국보다 30%나 비싸고,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첨단 스마트폰도 부의 상징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잡지가 전한 이런 현상들은 북한에도 기본생필품을 구하기에도 어려움을 겪는 일반 주민들과는 달리, 돈에 구애받지 않고 유행을 좇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의 탈북자 김승철 씨는 그런 사람들을 북한의 신부유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탈북자] “신부유층이라고 하면 일반 주민의 소득보다는 최소한 몇 십 배, 30-40배 이상 그 정도의 월 소득을 올리면서 식의주, 먹고 입고 쓰는 문제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은 사람, 이런 사람이 신부유층이겠죠.”

김 씨는 이들은 주로 장마당을 통해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대 통일연구소의 정은미 박사는 북한에서 주로 도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중상류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은미 서울대 통일연구소] “대량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자본이나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주요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납품할 수 있는, 소매상인에게 넘길 수 있는 그 정도의, 아니면 외화벌이 쪽의 일을 하거나…”  

서울의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한창 확산되던 시기인 2009년부터 새로운 계층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새로운 계층이 생겨난 것이잖아요. 이 사람들은 당원도 있지만, 일반 주민들 중에서도 돈을 버는 계층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거든요. 2000년도 초부터 시작됐는데,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조 연구위원은 이들이 주로 당이나 군부의 권력을 배경으로 형성된 세력이거나 고위 간부들의 2세라며, 이들에 대한 당국의 통제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일반 주민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물품이나 외제품을 선호하는 등 새로운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위스 개발협력처 평양사무소장으로 5년간 북한에서 근무한
카타리나 젤웨거 미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 연구원은
평양에서 봄과 가을에 열리는 평양국제상품전시회가 끝나면 모든  상품들이 북한의 신부유층에게 팔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웨거 연구원은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새로운 계층의 등장을 당국이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젤웨거 스탠포드대학] I felt over the years..

국가가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계층의  경제 활동이 국가 정치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한 특별히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소장은 북한 정권과 신부유층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페퍼 정책연구소] I think they need each other…

페퍼 소장은 북한 집권층으로서는 경제성장이 없는 상태에서  강성대국이 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없고, 신부유층은 정부의 보호나 법적 장치가 없을 경우 바로 파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