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성분 차별 문제는 정보 확산과 시장 활성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성분 차별은 국제법과 국내법을 모두 위반하는 행위지만 북한 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포기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어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보내드리는 성분 관련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김영권 기자가 성분 차별의 국제법 위반 근거들과 개선 방안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 난민들은 북한의 성분 제도를 조선시대의 신분제도에 비유합니다.

북한에서 지방 간부를 지낸 미국의 탈북 난민 신모 씨는 양반과 같은 핵심군중을 제외한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성분에 대한 상처가 깊다고 말합니다.

[녹취: 탈북 난민] “(성분은) 제일 큰 문제이죠. 북한의 인권 문제에서. 제일 못한 건 입당! 노동당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직업도 하잘 것 없는 맨 막바지에서 헤매야 되고. 당에라도 들고, 그래도 당 간부를 해야 높은 백두산 물을 먹었다던가 이렇게 해야 출세할 수 있는 길이 열리니까. 똑똑하긴 기차게 똑똑해도 더 출세할 수 없어요.”

신 씨는 특히 지금의 북한을 중인들이 양반 신분을 돈으로 사던 조선시대 말기에 비유하며, 북한은 권력과 돈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 난민] “공부 암만 시험 잘 쳐도 고이는 게 없으면 안되죠. 고여야지. 뒤에서 시험이나 결과는 교무과에서 만들기 나름이니까요. 그러니까 돈이 겸비돼야죠. 권력이 없으면. 그런데 지금은 돈이 더 잘 통하는 것 같아요.”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지난 달 발표한 `2012 북한인권백서’에서 평등권을 규정한 북한 사회주의헌법과 달리 북한에는 출신성분에 따른 차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국무부 역시 지난 달 발표한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은 정권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고용과 고등교육, 거주지, 의료시설, 특정 상점에 대한 접근권, 심지어는 결혼 조건까지 좌우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엘리트 특권층만이 위성텔레비전 시청, 인터넷 접속, 자가용 보유와 이동의 자유가 가능하며, 특히 평양 주민들이 누리는 혜택은 지방보다 월등하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성분 차별이 매우 심각한 국제법 위반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Although North Korea is a UN member state and universal.

북한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모든 인간의 자유와 존엄, 평등을 보장하는 세계인권선언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 단체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성분 차별은 북한이 비준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ICCPR)과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ICESCR)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협약은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며, 정치적 견해와 출신 배경, 인종과 성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그러나 이런 국제사회의 우려와 달리 국내에 성분 차별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실시한 북한에 관한 보편적 정례검토 (UPR)에 참석한 강윤석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법제부장의 말입니다.

[녹취: 강윤석 부장] “헌법 65조에는 공민은 국가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누구나 다 같은 권리를 가진다고 규제하고 있습니다. 일부 나라에서 제기한 것처럼 주민들을 여러 부류로 나누고 차별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정치사회 생활에서는 물론이고 물질문화 생활에서도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특권을 가진 사람이 따로 없습니다.”

강 부장은 특히 국제사회가 강하게 제기한 식량 배급과 교육, 의료 분야의 차별 역시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강윤석 부장] “당, 군대, 인민보안 일군들에게만 식량을 우선 공급한다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는 정보입니다. 대학 입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 입학은 철저하게 본인의 실력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되게 돼 있습니다. 대학 입학이 가정환경에 따라 결정된다거나 주민들을 여러 계층으로 갈라놓고 차별한다는 것은 우리 제도의 본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

하지만 국제사회는 많은 증거와 증인들이 있는데도 북한 당국이 계속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해 10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열린 보고회에서 이런 북한의 비협조적인 자세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다루스만 보고관] “DPRK is way behind in reporting treaty bodies ..

북한은 자신들이 비준한 국제인권협약에 대한 이행보고서 제출을 지연시키거나 제출하지 않는 등 국제 인권제도에 협력하지 않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나라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특권층의 권력유지 수단인 성분 제도를 포기할 가능성이 적은 만큼 국제사회의 압박과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성분 보고서를 작성한 로버트 콜린스 씨는 유엔 결의안과 보고서에 성분에 대한 지적이 거의 없다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조사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부소장은 장마당 활성화를 더욱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놀란드 부소장] “Seek to strength market as an institution …

장마당을 통한 개개인의 경제활동 참여가 주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성분 제도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앤드류 나치오스 전 미국 국제개발처장은 국제사회가 진실을 향한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나치오스 전 처장] “if you want to reverse in seriousness of the Songbun system..

국제사회가 보다 조직적인 협력을 통해 북한인들에게 나라 안팎의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정보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북-중 국경을 오가는 상인들의 활동을 더욱 장려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나치오스 전 처장은 또 국제사회의 대북 원조 역시 성분 제도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독립적인 분배감시를 철저히 보장하지 않는 원조는 기존의 북한 내 배급체계를 강화시켜 오히려 성분 제도 강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성분 약화 방안을 정치적 분야와 다른 분야로 나눠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김수암 박사는 경제와 행정 분야의 성분 적용은 외부에 알려진 사실보다 상당히 약화됐다는 현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수암 박사] “정치구조에서 핵심그룹들이 계속 독점하는 체제는 바뀌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 외의 영역에서는 핵심, 동요, 적대 계층의 의미가 상당히 약화되고 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 과정에서 고민이 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기본적 권리에 대한 인식이 싹트기 시작해야 되는데, 그 촉발제가 성분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도 있지만 시장화 과정에서의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차별 의식이 권리 의식까지 연계될 수 있느냐. 그 지점이 현실적으로는 계속 관찰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