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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미 ‘남부연합’ 유산


랠프 노덤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가 지난 4일 주도 리치먼드에 있는 로버트 리 장군 기마상 철거 입장을 밝힌 후 찬반 시위가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17일 기마상 주변에 방어막을 설치하고 있다.
랠프 노덤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가 지난 4일 주도 리치먼드에 있는 로버트 리 장군 기마상 철거 입장을 밝힌 후 찬반 시위가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17일 기마상 주변에 방어막을 설치하고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미국에서 경찰 체포 과정에서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남부연합 상징’ 철폐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노예제도를 옹호했던 남부연합 관련 전통은 인종차별의 상징과 다름없다고 흑인사회와 민권단체들이 주장하는데요. 미국에 보존돼있는 남부연합 유산들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철폐 논의 현황도 짚어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로버트 리 장군 기마상 철거”

랠프 노덤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는 지난 4일, 주도 리치먼드에 있는 로버트 리 장군 기마상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철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버지니아에서 “더 이상 노예를 사고팔던 체제를 기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 담화]

“우리의 과거에 대해 솔직해지고,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 ”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노덤 주지사가 말했는데요. 누군가는 이런 결정에 불만을 가지겠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역사의 방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노덤 지사는 리 장군에 대해 “일각에서 존경할 만한 인물이지만, 역사적인 맥락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요. 리 장군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인물입니다.

“노예제 때문에 일어난 남북전쟁”

‘남북전쟁(American Civil War)’은 지난 1861년부터 4년 동안, 미국의 북쪽에 있는 주들과 남쪽에 있는 주들이 갈라져서 벌인 전쟁입니다.

각 주 정부가 노예 제도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가 전쟁의 시발점이었는데요. 당시 연방 정부가 노예 해방 조치를 단행하자, 남부 주들이 반기를 들었던 겁니다.

농장인력 등이 많이 필요했던 남부 주들은 노예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부연합(Confederate States of America)’을 결성해 연방 정부에 맞섰는데요. 자체적으로 대통령도 뽑고 헌법도 제정하면서, 군대도 결성했습니다.

이렇게 북부와 남부가 전쟁을 벌인 끝에, 북부가 승리했고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건데요. 당시 주요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 국립공원 등으로 지정돼 그대로 지켜지고 있습니다. 당시 동원한 무기들도 사용 장소에 보존돼 있습니다.

“곳곳에 남은 남부연합 사적”

문제는 남부연합에 특정한 사적과 기념물들입니다. 남부연합 지도자들의 동상과 함께, 그들의 이름을 딴 도로 등이 곳곳에 남아있는데요. 이에 대한 미국민들의 시각은 엇갈립니다.

보수 진영과 남부 지역 주민 상당수는 이것들을 가치 있는 역사 유산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진보 진영과 흑인 사회, 그리고 민권단체들은 인종차별의 상징과 다름없다고 보는데요. 노예제도를 옹호하던 세력에 관한 역사를 보존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지난달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가 경찰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 이후, ‘인종차별 철폐’ 주장이 고조되면서, 남부연합 관련 사적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습니다.

[녹취: 동상 파괴 시위대 현장음]

최근 리치먼드에서는 시위대가 제퍼슨 데이비스 동상을 쓰러뜨리기도 했는데요. 데이비스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대통령이었던 인물입니다.

남부연합 군대의 상징 깃발도 계속해서 논란이 됐습니다.

붉은 바탕에 푸른 사선이 엇갈려 있고, 사선 안에는 남부연합에 참가한 주들을 상징하는 하얀 별 열세 개가 그려져 있는데요. 백인우월주의자 집회에서 이 깃발을 흔들고, 최근에는 총기로 무장한 극렬 보수 집단이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인 일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 깃발을 사용하지 말자는 논의가 지속됐는데요. 해군 당국이 일부 함상에 올리던 남부연합 깃발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경기대회인 ‘나스카(NASCAR)’ 측도 경기장 주변에서 흔들던 남부연합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군사시설 개명 논란”

각 지역의 군 기지 이름을 바꾸는 문제도 수면 위로 떠 올랐습니다. 남부연합 군 지도자의 이름을 딴 곳이 10개나 되기 때문인데요. 이들 기지의 이름을 기념할 만한 다른 인물이나 대상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퍼졌습니다.

이에 대해, “초당적인 (개명) 논의에 열려있다”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이 발표했는데요. 개명 대상으로 떠오른 주요 기지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포트 브래그’, 조지아주의 ‘포트 베닝’, 그리고, 버지니아주의 ‘포트 AP 힐’ 등입니다.

[녹취: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이 해당 기지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개명 논의 관련 상황을 설명하는 것, 들으셨는데요.

먼저 ‘포트 브래그(Ft. Bragg)’는 미국 내 가장 큰 군사기지입니다. 남부연합군을 이끌던 브랙스턴 브래그 대장의 이름을 땄는데요. 제82 공수사단과 육군특수전사령부(USASOC),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등 최정예 부대들이 주둔한 곳입니다.

인근 지역 매체들이 인터넷 사회연결망 등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를 보면, 개명에 대한 찬반이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지아주의 ‘포트 베닝(Ft. Benning)’도 손꼽히는 대형 기지입니다. 군인과 가족 등 12만 명이 활동하는 교육ㆍ훈련 특화 시설인데요. 육ㆍ해ㆍ공ㆍ해병대 장병들이 함께 교육받는 공수학교와 함께, 육군 장교후보생학교(OCS)가 자리 잡았습니다. 남부연합군 지휘부였던 헨리 베닝 준장을 기념하기 위해 명명됐는데요. 이름을 바꾸는 데 대해선, 역시 찬반 여론이 맞서고 있습니다.

버지니아주에 있는 ‘포트 AP 힐(Ft. A. P. Hill)’은 특수부대원들이 파병 직전에 실전 훈련을 받는 장소인데요. 남부연합군을 이끌다 전사한 앰브러스 파월 힐 중장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 밖에 남부연합군 존 벨 후드 장군의 이름을 딴 텍사스주의 ‘포트 후드(Ft. Hood)’, 남부군 총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이름을 딴 버지니아주 ‘포트 리(Ft. Lee)’도 개명 물망에 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개명 반대”

이런 개명 논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름을 바꾸는 데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는데요. 해당 군 기지들은 “기념비적이고 강력한 시설로서, 미국 역사 유산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10일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기지 개명 논의는 “승리와 자유의 역사”를 부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는데요. “나의 행정부는 개명을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이 트윗을 기자들에게 소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녹취: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현안 브리핑]

개명이 거론되는 기지들에서 “영웅(미군 장병)들을 세계 곳곳에 파견했고, 1ㆍ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이야기인데요. 따라서, 그 이름을 바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인 미국의 역사가 훼손되도록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에 따라, 국방 당국이 실제 개명을 추진하면 대통령이 제지할 수 있는지, 권한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매카시 육군 장관은 관련 권한이 원천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백악관의 조언을 듣고, 의회와 주 정부, 해당 지역 당국과 협의하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CNN 방송이 군 관계자의 말을 전했습니다.

닐 고서치 미국 연방대법관.
닐 고서치 미국 연방대법관.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닐 고서치 미 연방 대법관입니다.

보수 성향인 미 연방 대법원이 최근 성 소수자 권리에 대해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 주목받고 있습니다.

동성애자이거나 성전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해고할 수 없다고 지난 15일 밝혔는데요. 성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 제7조 해석과 관련, 차별의 범위를 생물학적 남녀를 넘어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까지 확대한 하급심 판결을 인정한 겁니다. 현 연방 대법원이 내린 가장 진보적인 결정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는데요.

대법관 아홉 명 중에 보수가 다섯 명으로 다수이고, 네 명만 진보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나온 과정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진보 네 명 외에,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닐 고서치 대법관이 찬성 쪽에 합류한 건데요. 특히 고서치 대법관은 다수 의견문 작성까지 직접 담당했습니다.

CNN 등 매체들은 고서치 대법관이 “현 정부에서 임명한 첫 대법관”임을 부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과 다른 의견을 낸 배경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가장 젊은 고서치 대법관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미국 사회의 성 소수자 권리에 대한 인식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고서치 대법관은 1967년 8월생으로, 만 52세입니다.

1991년 하버드 법률전문대학원을 우등으로 졸업했는데요.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동기생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후, “위대한 대법관이 될 것”이라며 고서치 당시 연방 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했습니다.

고서치 당시 판사는 굵직한 사안에 보수적인 판결을 내린 것으로 잘 알려졌는데요. 상원 인준을 거쳐 대법관으로 공식 임명받은 뒤, 트럼프 행정부의 보수 정책 기조와 일치하는 의견을 줄곧 내왔습니다.

특정국가 출신자 입국 금지, 성 전환자 군 복무 금지, 인구조사(센서스)에 시민권 보유 여부 질문 포함 등을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었는데요. 하지만 이번 성 소수자 취업 차별 소송에서는 정부와 반대편에 섰습니다.

그러나 고서치 대법관을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에게는 이번 결정이 놀랄 일은 아니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고서치 대법관이 다른 문제들에는 보수적이지만, 성 소수자들의 인권이 걸린 사안에는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이 신문은 평가했는데요. 고서치 대법관에게는 오랜 동성애자 친구들이 있고, 대법관이 되기 전 채용했던 재판연구관 두 사람도 성 소수자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성별’의 정의는 태어날 때 부여된 생물학적 성에 기반한다는 기조로 관련 정책을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남성과 여성만을 성별로 인정해 성 소수자의 권리를 제약해온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는데요. “교육, 보건, 주택을 포함해 다른 영역에서도 성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의 ‘남부연합’ 유산에 대해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닐 고서치 대법관을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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