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0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0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했다.

계속해서 이번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추대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정치 인생과 정책 방향, 과제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정신을 되찾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공식 후보 지명을 받고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건 처음입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구호는 ‘미국의 정신을 되찾자(Restore the soul of America)’입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세계 패권과 질서 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미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크게 훼손됐다고 비판하며 미국의 정신을 복원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만약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이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기록을 누르고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 많은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74세, 바이든 전 부통령은 77세입니다.

“아픈 가족사를 딛고 워싱턴 정계로”

바이든 전 부통령은 1942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델라웨어대학교를 거쳐 시러큐스 법률전문대학원을 나온 뒤 변호사로 활동했는데요. 만 30살 생일을 몇 주 앞두고 델라웨어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미국 역사상 최연소 상원의원 가운데 1명이 됐습니다.

하지만 상원의원이 된 지 몇 주 만에 그에게 개인적인 비극이 찾아옵니다. 그해 12월 성탄절 쇼핑을 하던 그의 아내 닐리아와 1살 된 딸 나오미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겁니다.

남은 두 아들의 양육을 위해 상원의원직 포기도 생각했던 그는 이후 연방 의사당이 있는 워싱턴에서 델라웨어주에 있는 자택까지 90분 이상 기차로 출퇴근하며 의정활동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30여 년의 의정 기간, 그는 법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정계의 거물급 인사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1972년 12월 초선 상원의원 시절의 조 바이든 후보.

“대권을 향한 계속된 도전과 좌절”

바이든 전 부통령은 1987년과 200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두 번 다 충분한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고, 두 사람은 그 해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두 사람은 재선에 도전해 다시 승리를 거뒀습니다.

부통령 재임 시절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이을 가장 강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감으로 거론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바로 대선 한 해

전인 2015년 장남인 보 바이든 당시 델라웨어주 법무부 장관이 뇌종양으로 사망하자 그해 10월, 가족을 돌보는 것이 먼저라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하며 다시 대통령의 꿈을 접었습니다.

“바이든 후보의 정책 방향”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집권 청사진은 외교, 안보, 경제, 이민 등 모든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극명한 대척점에 서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미국인들이 어떤 후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미국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입니다.

현재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위상을 약화하고 미국의 이익을 오히려 후퇴시켰다며, 동맹국과의 관계 회복, 더 나아가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하는 것을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집권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세계보건기구(WHO),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국내 정책에 있어 바이든 전 부통령은 강력한 총기 규제와 형사 처벌 강화를 지지했으나 대선에 나서면서는 다소 온건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인데요. 바이든 부통령은 부자와 대기업 중심의 트럼프 행정부 정책 때문에 미국 경제의 근간인 중산층이 위축됐다며 중산층 회복에 중점을 둔 경제 정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민과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해 포용적인 그는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제도(DACA ·다카)’ 수혜자들에 대한 시민권 취득 허용과 난민 수용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또 이른바 ‘오바마케어(Obama Care)’라고 불리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계승해 더욱 확대해 나갈 거라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를 둘러싼 논란”

한편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권가도에 발목을 잡는 몇몇 쟁점들이 있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상원 법사위원회 위원장 시절, 당시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후보가 동료 아니타 힐 법학 교수를 성추행한 혐의를 조사했는데요. 당시 힐 교수 측 증인들을 청문회에 더 세우지 않음으로써 토머스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 최근 부적절한 신체 접촉 논란이 불거지면서 그의 여성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잦은 말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자신을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 상원 선거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한 적도 있고, 부인과 동생을 순간 헷갈린 적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정상적인 실수라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인지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런 의혹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오는 9월과 10월 세 차례 후보 토론회에서 격돌할 예정인데요. 미국과 세계의 미래가 달린 두 후보의 대결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민주당 후보로 공식 지명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박영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