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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간단체, ‘코로나’ 관련 첫 대북지원… “북한 호응 여부 판단 일러”


지난 1일 북한 평양의 거리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지난 1일 북한 평양의 거리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한국 민간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처음으로 북한에 방역 물품을 지원합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북한이 기존의 태도를 바꿔 한국의 지원에 호응하려는 신호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민간단체 1곳의 대북 지원 신청을 지난달 31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에 지원되는 물품은 1억원, 미화로 약 8만1천 달러 상당의 손 소독제입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재원은 해당 단체가 자체적으로 마련해 한국 정부 예산인 남북협력기금에서의 별도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국내 민간단체가 대북 지원사업을 하기 위해선 북한 측과의 합의서 체결, 재원 마련, 구체적인 물자 확보와 수송 계획, 분배 투명성 확보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에 반출 승인을 받은 민간단체는 이런 요건을 갖춰 승인을 얻은 겁니다.

통일부는 대북 지원사업의 요건 가운데 하나인 분배의 투명성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는 방침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단체명이나 반출 경로, 시기에 대해선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가 비공개를 원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현재 3~4 곳의 또 다른 민간단체가 신종 코로나 관련 대북 지원을 준비하고 통일부에 문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의 이번 승인 결정을 계기로 한국 측의 대북 방역 지원이 본격화할지 주목됩니다.

북한은 그동안 강력한 방역사업으로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세계보건기구, WHO과 같은 국제기구 등에 지원 요청을 했을 뿐 한국에는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남북 협력이 필요하지만 종합적 검토를 거쳐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추진 방향을 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 측으로부터 당국 차원의 지원 요청이 없는데다 한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도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한 입장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민간 차원의 대북 방역 지원에 대해선 정부 예산인 남북협력기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오랫동안 대북 지원사업에 관여했던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VOA’에 “남북 민간 협력이 중단된 상태에서도 북한은 해외 한인이나 해외 민간단체가 중간에 낀 형태로 한국 민간단체로부터의 지원에 응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통일부의 이번 승인이 북한이 마음을 열었다는 신호로 보기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자신이 속한 단체도 북한 측에 지원 받을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KDB미래전략연구소 한반도신경제센터 선임 연구위원인 김영희 박사는 북한은 현 상황에서 한국 측의 보건의료 분야의 지원을 수용하면 향후 남북관계에서 한국에 끌려다닐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박사는 또 한국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을 대북 지원단체에 제공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민간단체의 지원도 한국 정부의 간접지원으로 보고 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박사] “한국 민간단체가 지원하는 것은 결국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게 되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정치 군사적, 경제적 지원 협력 이런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보건의료 지원은 현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입을 막기 위해 현재 격리된 인원이 500여명 수준이며 감염증이 세계적으로 종식되기 전까지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유지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계획을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지난달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격리자 규모가 2천280여 명이라며 전국 차원의 격리자 수를 처음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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