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 해 한반도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긴장과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한 해를 마감하면서 남북관계와 북한의 3대 권력 세습, 핵 문제, 북한의 경제난과 인권 상황 등을 살펴 보는 특집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북한의 연이은 무력도발로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남북관계를 돌아봅니다.

북한은 올해 첫 날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으레 있던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이 빠졌고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1년 넘게 중단된 대북 관광 재개를 위해 당국간 접촉을 제안하고 개성공단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해 말 실시한 남북한 해외공단 합동시찰에 대한 한국 측의 평가회의 개최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연초 부드럽게 시작될 것 같았던 남북관계가 심상치 않게 변한 것은 북한 국방위원회가 1월15일 보복성전을 다짐하는 이례적인 대남 비난성명을 내면서부터였습니다.

한국 일부 언론이 보도한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한국 정부의 이른바 ‘부흥계획’에 대한 반발이었습니다. 연이어 김태영 한국 국방장관이 북한의 핵 공격이 예상되면 선제타격하겠다고 한 발언이 나오면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강력한 비난성명을 발표합니다.

[북한군 총참모부] “우리 혁명무력은 즉시적이고도 단호한 군사적 행동으로 지휘 중심을 비롯한 중요 대상물들을 송두리째 들어낼 것이다.”

북한은 이어 1월25일부터 3월29일까지 서해 북방한계선 즉, NLL 한국 쪽 해상 일부를 항행금지구역으로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NLL 방향으로 해안포 수십 발을 쏘는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군사적 긴장이 서서히 높아지는 가운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실무접촉 등 대화의 자리도 있었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3월 26일 백령도 해상에서 한국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폭파돼 두 동강 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한국 군 장병 40 명이 사망하고 6 명이 실종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민군 합동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벌인 끝에 5월20일 천안함 폭침을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내립니다. 당시 윤덕용 합동조사단장의 발표입니다.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모든 관련 사실과 비밀자료 분석에 근거하여 천안함은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됐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또한 이상의 증거들을 종합해볼 때 북한의 소형 잠수함정으로부터 발사됐다는 것 이외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흘 뒤인 24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사실상 북한과의 전면적인 관계단절을 선언합니다. 5.24 대북 조치가 취해진 것입니다.

[천안함 이명박 담화] “남북간 교역과 교류도 중단될 것입니다.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고귀한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교류협력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내외신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천안함 사태를 한국의 자작극이라며, 한국 때문에 한반도가 전쟁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7월9일 천안함 사태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합니다. 하지만 북한을 범행 당사자로 적시하지 않은 어정쩡한 내용이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외교전은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군사적 긴장은 오히려 더 팽팽해졌습니다. 한미 두 나라는 7월26일 한국 동해상에서 ‘불굴의 의지’라는 이름의 연합훈련을 실시합니다. 이어 8월5일부턴 한국군이 단독으로 서해 기동훈련을 펼칩니다. 북한은 이 기동훈련에 강력 반발하면서 훈련 마지막 날인 8월9일 서해 NLL 인근 해상에 해안포 130 여 발을 발사합니다. 특히 일부 포탄은 NLL 남쪽 한국 영해에 떨어져 위기감을 한층 고조시켰습니다.

북한은 또 8월8일엔 한국인과 중국인 선원 7 명이 탄 어선 대승호를 동해 북쪽 해상에서 경제수역 침범을 이유로 나포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한반도에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통일에 대비한 통일세 신설 문제를 범사회적으로 논의할 것을 제의해 미묘한 파장을 낳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통일세 제안] “통일은 반드시 옵니다. 그 날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우리 사회 각계에서 폭넓게 논의해 주시기를 제안합니다.”

긴장이 이어지던 한반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월26일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김 위원장의 방중 직후부터 북한이 대화공세를 다시 펴기 시작한 것입니다.

8월 말 신의주 일대에 닥친 홍수 피해가 대화의 계기가 됐습니다. 북한 측은 9월4일 한국의 대한적십자사에 수해 지원 물자를 지원해 달라는 이례적인 요청을 해 옵니다. 또 같은 날 자신들이 나포했던 대승호 선원을 모두 돌려보내줍니다. 그리고 엿새 뒤인 9월10일엔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자고 한국 측에 전격 제안합니다.

한국 정부도 다소 유화적인 태도로 나옵니다. 수해 지원 요청에 대해 한국 정부는 쌀 5천t과 시멘트 1만t 등을 지원키로 결정합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양측 적십자간 몇 차례 접촉은 상봉 행사를 갖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양측의 근본적인 입장차를 또 다시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라는 한국 측 요구에 북한은 수 십만t 규모의 쌀과 비료 지원을 요구해 협상은 결렬됩니다.

한국 정부는 11월17일 북한이 연초부터 요구했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을 지난 4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취한 금강산 지구 내 한국 측 부동산의 동결.몰수 조치를 먼저 풀어야 한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9월부터 이어졌던 북한의 화해공세는 이즈음부터 다시 돌변합니다. 미국의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초청해 대규모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함으로써 한국은 물론 한반도 주변국들에게 엄청난 충격파를 던집니다.

그리고는 11월23일 북한 군은 한국 군의 연례적인 해상 사격훈련을 구실로 연평도를 향해 해안포 170 여 발을 발사합니다. 김태영 국방장관입니다

[김태영 연평도 도발 발표] “북한 군이 연평도 앞 10 여 킬로미터 떨어진 해안포 부대에서 불법적인 화력도발을 했습니다, 우리 군은 교전규칙에 따라서 즉각적으로 대응사격을 했습니다.”

북한이 한국의 영토에, 그것도 민간인 지역에 포를 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 한 번도 없었던 도발이었습니다. 군인 2명은 물론 민간인도 2 명 희생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월29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북한의 도발을 반인륜적 만행으로 규탄하고 북한 도발에 더 이상 인내하지 않겠다고 강경 대응을 천명했습니다.

“어린 생명 조차 안중에 없는 북한 정권의 잔혹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한반도는 전쟁 분위기에 휩싸입니다. 한-미 두 나라는 서해상에서 미국의 핵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 등이 참여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을 벌입니다. 또 두 나라 합참의장은 12월8일 서울에서 회동을 갖고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해 동맹 차원서 함께 대응할 수 있게 대비계획을 전면 보완키로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해 5도를 점진적으로 요새화할 것을 지시했고 한국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자위권 차원서 항공기 폭격을 포함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성공단은 또 다시 최소 인력과 물자만 반출입이 허용되는 상황에 빠졌고 대북 수해 지원도 중도에 중단됐습니다.

한국 군은 12월 말까지 해상 사격훈련을 계속 벌였고 북한은 이 같은 계속되는 훈련에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올해 남북관계는 대화의 훈기를 느낄 겨를은 거의 없이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탈냉전 이후 긴장이 가장 고조된 한 해였다고 정리했습니다.

“천안함, 연평도로 대표되는 남북관계에서의 긴장이 탈냉전 이후 가장 최고조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남북관계가 전혀 활로를 찾지 못했던 상당히 안타까운 한 해였다, 이렇게 말씀 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이 같은 ‘강 대 강 국면’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인 최진욱 박사입니다.

“한국 측에서 북한의 공격에 대해서 보복 응징을 하겠다, 이런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긴장이 고조되거나 계속 경색국면으로 간다 이렇게 예상됩니다.”

한국 국민들은 한반도 긴장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북한을 규탄하면서도 앞으로 또 어떤 사태가 닥칠지 깊은 우려 속에 새해를 맞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