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북한 현지취재를 통해 폐쇄된 북한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풍자했던 미국의 인터넷 방송 언론인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화세계를 풍자한 새 다큐멘타리를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북한 전체가 김정일을 위한 진열장과 같았다며 북한 사회를 냉소적으로 묘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휘발유도, 전기도 없습니다. 주민들은 굶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돈이 김정일 가족을 위해 쓰여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깨달은 것은 북한 모두가 진열장이란 겁니다.”

미국의 영상 게릴라로 불리는 인터넷 방송 `VBS TV’ 소속 언론인들이 최근 북한 사회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화세계를 풍자한 두 번째 다큐멘터리를 공개했습니다.

‘북한의 영화 광란’이란 제목의 짤막한 세 편짜리 다큐멘터리는 조선예술영화촬영소의 모습과 이 곳을 방문하기 위해 제작진이 북한에서 겪은 웃지 못할 장면들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뉴욕시 부르클린에 있는 VBS TV는 오지나 전쟁터 깊숙이 들어가 모든 취재 과정을 투명하게 전달하는 게릴라성 보도로 이름이 알려져 있으며, 2년 전 북한 현지취재를 통해 북한을 `비정상적인 나라’로 풍자한 바 있습니다.

이번 제작을 위해 다시 북한을 방문한 VBS의 공동설립자 쉐인 스미스 프로듀서는 김정일이 집착하는 주요 두 가지 중 하나가 핵무기 외에 영화라는 점에 착안해 평양을 다시 방문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은 세계 최대 영화 수집가이며,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미국의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말을 듣고 평양의 조선예술영화촬영소를 찾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촬영소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외국인들이 거의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휴전선과 아리랑 공연 등을 다시 봐야 했고, 자신들이 머문  호텔은 마치 섬과 같아, 당국자와 안내자의 허가 없이는 아무데도 갈 수 없었다는 겁니다.

촬영소를 방문할 기약이 없어 보이자 쉐인 씨는 북한 보위부 요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들을 호텔 가라오케로 초청해 술 접대를 하고 춤을 추는 등 북한 식으로 쇼를 했다고 말합니다.

술자리에서, 김일성 동상에 절을 하고 존경을 표시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당국자들의 말을 듣고, 다음 날 양복점으로 달려간 쉐인 씨. 김정일이 즐겨 입는 국방색 인민복을 맞춰 입고 보위부 요원에게서 수령에 대한 호칭 교정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쉐인 씨는 인민복을 입은 채 화환을 들고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에 절을 하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모두가 미소를 지으며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에 가길 원하냐고 친절하게 물어 마침내 조선예술영화촬영소를 방문하게 됐다는 겁니다.

촬영소 남직원: “ 촬영소 총 부지면적은 1백만 평방미터에 달합니다. 이제 그 내용들은 사적관에 들어가서 보겠다는 겁니다.”

촬영소 안내원들은 서방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하던 동시 카메라 촬영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안해 냈다며 영웅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입니다.

여직원: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이 촬영기 하나만 가지고 어머니 손만 찍다 보면 옆의 장치물들이 다 불에 타서 없어질 것이라면서, 이렇게 석대를 동시에 이용해서 촬영을 하는 것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이 촬영기로는 원래 이 장면을 이틀 동안 촬영하게 돼 있었는데 위대한 장군님이 석대를 동시에 이용하도록 하셨기 때문에 8시간 동안에 완성이 됐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 횟수와 촬영소를 방문한 횟수를 놓고 안내원과 통역인이 민감하게 다투는 모습도 외국인의 눈에는 이채롭게 보입니다.

안내원들: “이제 이 손님이 나보고 장군님이 촬영소에 몇 번 나오셨나 그래서 350차례 나오셨다 (알겠습니다.) 이건 문화예술 부문 전반에 관한 지도란 말입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숫자가 있는데) 이건 날짜라 그러지 않았나. (아니 그럼 이게 만 천) 이건 2003년 2월 10날 아니가..(아이 씨..)

제작진은 촬영현장에서 지도하는 김정일의 대형 벽화 사진을 비롯해 거의 모든 전시물들이 김정일을 강조하는 데 놀랐다며, 이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라고 현장에서 카메라에 속삭입니다.

제작진은 현장에서 직접 영화를 촬영하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으며, 대신 한 박물관에서 역시 김정일을 찬양하는 쇼만 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도로는 자동차가 거의 없어 너무 한산하고, 북적북적해야 할 호텔 로비는 텅 비어 있어 마치 타임 머신을 타고1950년대 공산주의 사회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는 쉐인 씨. 그는 북한의 모든 것이 결국 친애하는 지도자만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거듭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비무장지대 DMZ와 인민대학습당, 주체사상, 아리랑 게임 등 가는 곳마다 구호의 소리와 이론으로 가득 찼지만 거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