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랭글 하원의원
찰스 랭글 전 하원의원.

5월 25일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미군 장병들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 현충일입니다. 미 의회 내 ‘한국전쟁 참전 4인방’인 찰스 랭글 전 하원의원과 샘 존슨 전 하원의원의 참전 경험담이 미 의회도서관 ‘참전용사 역사관’에 보존돼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1950년 20살 나이에 흑인 병사로만 이뤄진 ‘503포병대대’ 소속으로 한국전쟁에 파병된 찰스 랭글 전 하원의원에게 그해 겨울은 ‘악몽보다도 더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부대원들과 부산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계속 진격하다 11월 북한 대동강 인근 근우리에서 중공군에 포위된 것입니다. 한 쪽은 산, 반대 쪽은 절벽이었고 중공군이 양쪽에 포진해 있었습니다.

[랭글 전 의원] “They blow the trumpets they would talk to us in broken English they would drop pamphlets on us... It was a psychological feeling that they knew they had us”

중공군은 밤마다 트럼펫을 불며 서툰 영어로 항복을 회유했고, 생포된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뜬 눈으로 지새운 사흘 밤이 지나 중공군이 물밀듯이 몰아치고, 비명 소리와 총 소리가 뒤섞인 가운데 눈 앞에서 동료들이 생포되거나 사살됐습니다. 랭글 전 의원도 총에 맞아 구덩이로 떨어졌습니다.

[랭글 전 의원] “My choice was to try to follow this crazy man or to stay down and just let the Chinese capture me... then other people came and they thought I knew what I was doing”

구덩이에 있다가 중공군에게 잡혀 포로가 되기 보다는 총탄이 날리는 산을 넘겠다고 결심하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동료들이 따라왔습니다.

지도와 나침반이 있던 랭글 의원이 선두에 나섰습니다. 무덤 뒤에 숨으며 한참을 걷자 미군 비행기가 나타났고, 머리 위를 빙빙 돌며 따라오라고 신호를 보냈습니다.

나중에 병원에서 정신이 다시 들자 악몽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랭글 전 의원] “That’s where the whole concept of my life began anew because I knew that I was dead”

이 전투에서 죽었다고 생각했기에 인생에 대한 관점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랭글 의원은 밝혔습니다. 이후로는 어떤 일에도 절대 불평하지 않았고, 동료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근우리에서 파편이 박힌 몸으로 40명의 동료를 이끌고 나온 공로로 퍼플하트 훈장과 청동성장을 받았습니다.

텍사스 주 출신의 샘 존슨 의원은 1951년 51전투비행단 소속으로 수원에 배치됐습니다.

북한군 전투기는 쑥색, 중공군은 하늘색, 러시아군은 은색이었다고 기억했습니다.

[존슨 전 의원] “They were doing mostly night bombing at that time and it was mostly PO-2 which was open cockpit airplane with a guy carrying 100 pound bomb in his lap”

2016년 미 하원 전체회의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한 추모벽 건립 법안을 발의한 샘 존슨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존슨 전 의원은 당시 중공군이 밤마다 PO-2 정찰기를 타고 내려와 조종사가 45kg짜리 폭탄을 직접 손으로 떨어뜨리곤 했다며, 인천항에서 미군이 보유한100만 갤런의 휘발유를 태운 적도 있어 가볍게 볼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러시아 군 미그기와 25분간 공중전을 펼친 기억을 가장 위험했던 순간으로 꼽았습니다.

존슨 전 의원은 한국전 이후 베트남전에도 참전에 총 87회의 공군 전투 임무를 완수한 뒤 대령으로 예편했습니다.

미 의회 내 ‘한국전쟁 참전 4인방’ 으로 잘 알려진 랭글 전 의원과 존슨 전 의원의 구술기록은 미 의회도서관 ‘참전용사 역사관’(Veteran History Project)에 담겨있습니다.

역사관에는 약 1만 4천 명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음성과 영상 인터뷰로 전쟁의 경험을 회고한 기록이 보존돼 있습니다.

미 의회는 지난 2000년 참전용사들의 경험을 보존하고 후대에 알리기 위해 ‘참전용사 구술 역사 프로젝트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부터 시작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르기까지 참전용사들의 구술증언은 물론 서한, 일기, 사진 등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