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건물 입구에 취재진이 모여있다. (자료사진)
미국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건물 입구에 취재진이 모여있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주춤했던 북한 관련 미 법원 사건들이 다시 움직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엔주재 북한 대사관의 이메일 접속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공개해 달라는 요청이 미 법원에 제기돼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버질 그리피스 씨의 변호인이 지난 29일 법원에 서한을 보냈습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사용해 온 미국의 통신회사 ‘버라이즌(Verizon)’ 이메일의 세부 내용을 열람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 사진 제공: Cal School Of Information.

당초 그리피스 씨는 최초 북한으로 향하기 전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대표부가 뉴욕 맨해튼 이외의 지역에서 이메일을 열람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대표부가 이메일을 열어본 곳이 맨해튼이 아니라면 현재 사건이 진행 중인 뉴욕남부 법원에 ‘관할권이 없다’는 의견을 서한에 담았습니다.

미 법조계 관계자는 31일 VOA에 “뉴욕남부 법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는 금융범죄에 대해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기소를 한다는 평판을 지닌 뉴욕남부 법원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앞서 그리피스 씨 변호인 측은 버라이즌 등에 관련 내용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미 법원에 계류 중인 북한 관련 사건들에서 다시 분주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폐쇄되거나 제한적으로 운영돼 왔던 미 법원들과 로펌 등 관련 기관들이 일부 운영을 재개하면서 법원에 계류돼 온 북한 관련 형사 사건과 민사소송 등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북한에서 억류됐다가 이후 미국으로 송환된 직후 숨진 오토 웜비어의 소송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지난달 8일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 씨는 북한 관련 자금 2천379만 달러를 보관 중인 미국의 웰스파고와 JP모건 체이스, 뉴욕멜론 은행에 대한 ‘보호명령’ 요청서를 제출해, 같은 달 11일 이를 승인받았습니다.

앞서 웜비어 씨 변호인은 올해 2월 이들 은행들로부터 자금 공개에 대한 동의를 받았지만, 이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보호명령’은 약 3개월이 지나서야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디 웜비어와 신디 윔비어 씨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또 지난 28일 북한 조선무역은행 관계자 33명이 대거 연방 대배심에 기소된 사건 역시 실제 기소는 지난 2월이었지만 공개는 약 4개월 뒤 이뤄졌습니다.

해당 피의자들이 북한 등에 거주하고 있어 미국 법원에 설 가능성은 낮지만, 최소한 북한 관련 사건들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검사 출신인 한국계 미 변호사는 2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녹취: 정홍균 변호사] “해외에서 일어나는 범죄도 이것이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이용해서 법을 위반하게 되면 체포 가능성 여부를 떠나 미국 정부가 이들을 처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단됐던 다른 법원 계류 소송과 사건들도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1960년대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 호 승조원들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판결이 주요 사례입니다.

앞서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지난해 10월 공개한 ‘의견문(Memorandum & Opinion)’에서 “북한이 원고 측의 모든 청구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원고가 요청한 부분 궐석판결을 승인했습니다.

사실상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지만 최종 판결문은 승조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배상금 액수 등을 합산해 올해 초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이번 소송에는 승조원 46명과 가족 89명, 사망한 승조원의 상속인 36 명 등 171명이 최종 참여해, 북한을 상대로 미 법원에 제기된 소송 중 규모가 가장 큽니다.

또 북한의 배상 책임도 과거 판례 등을 고려할 때 수 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역대 최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배후인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송은 관련 조사 시한이 이미 끝난 상태로, 언제든 결과가 발표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미 법원에 신원이 불분명한 피고를 밝혀낼 수 있도록 추가 시간을 요청했고, 법원은 120일 내 조사를 끝내라며 원고 측 요청을 받아들였었습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에 주어진 시한은 5월15일로 끝났지만, 그 결과는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미 법원에 제기된 북한 관련 형사와 민사 소송은 10여 건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대북 제재 위반 사건이나 민사소송 등을 합하면 현재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최근 움직임을 보인 사건을 제외하면 북한과 중국, 싱가포르 국적자 등 소재가 불분명한 제 3국인이 연루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재판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상태로 장기간 법원에 계류돼 있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