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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단교' 말레이시아 "군 준비태세 강화...사이버 안보 중점"


1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
1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

북한이 자국민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한 데 반발해 말레이시아와 단교를 선언한 가운데 말레이시아 군과 경찰은 준비태세와 치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말레이시아 군 당국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말레이시아 군 당국은 최근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과 관련해 준비태세를 격상했다고 밝혔습니다.

말레이시아 국영 뉴스채널 '버나마'는 24일 아펜디 부앙 말레이시아 방위군사령관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군 당국의 준비태세 수준을 강화하고, 특히 사이버안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부앙 사령관은 자신의 발언이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최근 발언에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김유성 대사대리는 지난 21일 대사관을 떠나면서 “가장 적대적 행동을 한 말레이시아와 전면 단교를 선언한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말레이시아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김유성 대사대리] "The Malaysian authority will bear full responsibility to all consequences that incurred between the two countries."

김 대사대리의 발언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사업가 문철명 씨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한 데 반발해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한 가운데 나왔습니다.

부앙 사령관은 사이버안보에 대한 위협은 말레이시아 군이 가장 집중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라며, 근로나 구매, 온라인 결제 등 현대사회 일상이 사이버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많은 북한 해커들이 거점으로 삼고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 육군은 지난해 7월 발표한 북한 전술교본을 통해 6천 명이 넘는 북한 해커 가운데 다수가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와 중국, 러시아, 벨라루스, 인도를 지목했습니다.

미국의 사이버보안업체 '레코디드 퓨처'가 발표한 과거 보고서에서도 말레이시아는 뉴질랜드와 네팔, 케냐 등과 함께 북한 해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꼽혔습니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말레이시아를 대상으로 한 북한의 해킹 공격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3월, 북한 해킹그룹이 가짜 국제은행간통신협회 SWIFT 메시지를 사용해 말레이시아 금융기관에서 3억9천만 달러의 자금을 불법 이체하려 시도했다는 겁니다.

매튜 하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은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말레이시아 군 당국이 대북 대응에서 사이버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이 분야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북한의 비대칭 안보전략 운용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 연구원] "Cyber has become a very key aspect of the North Korean government's way of conducting asymmetric security operations around the world whether it's for espionage or financial crime or for disruptive capability. So I think there definitely is the potential and the capacity for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o conduct such state sponsored cyber attacks."

첩보나 금융범죄, 혹은 파괴 능력 등이 이에 포함되며 북한은 이런 국가 주도 사이버 공격에 나설 잠재적 가능성과 역량이 있다는 겁니다.

한편, 말레이시아 경찰의 치안 조치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압둘 하미드 바도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에 말레이시아와 북한간 긴장과 관련한 현재 상황과 관련해 감시를 강화하도록 명령했다고 '버나마'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바도르 청장은 안보와 관련해 더 이상 위험이 없다고 판단될 때 까지 민감한 장소에 대한 감시와 정찰 활동이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독살 사건에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고, 하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녹취: 하 연구원] "The VX and all the sort of high profile aspect of that assassination in Kuala Lumpur definitely had a sort of souring effect on the bilateral relations when it happened. I think that incident really sort of prompted some concern."

전 세계의 주목을 끈 김정남 암살 사건은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냉각시키면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는 겁니다.

하 연구원은 당시 사건이 말레이시아와 북한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운 데 이어 이번에 외교관계 단절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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