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일성에서 김정일에 이어, 다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 세습을 사실상 공식화 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의 '김정은 후계자 시대'를 전망하는 특집방송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섯 번째 순서로, 권력 승계 과정에 돌입한 북한 체제의 중단기 전망을 살펴봅니다. 김근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44년 만에 열린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는 김정은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사실상 공식화 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제 막 20대 중반을 넘긴 청년에게 조선인민군 대장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당 중앙위원이라는 최고의 직위들이 주어졌고, 금수산 궁전에서 찍은 기념사진에서는 맨 앞 줄 중앙, 김정일 위원장의 한 자리 건너에, 그의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부상하면서, 당과 군도 부자간 권력 승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개편됐습니다.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와 남편 장성택을 비롯한 친족과 최측근 실세들이 당 최고지도부에 자리를 잡았고, 군부에서도 뚜렷한 세대교체가 이뤄졌습니다. 50대의 이영호가 군부 원로들을 제치며 차수가 됐고, 당에서도 군부 인사 중 최고위직을 차지했습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을 거쳐, 이제 아들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의 후계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것입니다. 이로써 지난 수 십 년간 김정일을 중심으로 머물러온 북한 체제는 이제 어쩔 수 없이 권력 승계의 격랑 속으로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지금도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정치가 절정을 이뤘고, 2012년 강성대국, 지상낙원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내용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깥에서 바라본 북한의 실상은 사뭇 다릅니다. 개방과 개혁을 거부하고 낡은 계획경제를 고수하면서, 주민들의 삶은 빈곤의 나락으로 빠졌습니다. 평화를 외면한 핵 개발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자초했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북한의 과도기적 후계체제가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북한을 지켜봐 온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의 미래를 김정일 위원장의 퇴장 전과 후로 구분해 전망합니다.

비록 후계체제에 돌입했다고 해도, 김정일 위원장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 급작스런 체제 불안정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어떠한 이유로든 퇴장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이나 친족 간의 권력싸움 등 뜻밖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미국 뉴욕의 민간단체인 사회과학원의 한반도 전문가인 리언 시걸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은, 북한에서 정치불안 사태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 동안 북한이 후계체제 확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드러난 바로는 비교적 순조롭게 후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과 군부의 인적 변화도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교체 외에, 고령의 지도부를 대신할 젊은 피의 수혈이라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차원의 측면도 있습니다.

시걸 박사는 후계체제로의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김정일 위원장도 분명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체제의 혼란을 예상할만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후계체제에 돌입한 북한이 중단기적으로 심각한 정치불안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시 선임연구원은 김정일 사후 북한 지도부의 분열과 심각한 경제난이 불안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은이라는 후계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사후에는 군부가 다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며, 군부의 분열은 정치불안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닉시 연구원은 이어 북한의 경제난이 더욱 악화되고, 평양의 상류층까지 심각한 고통을 겪게 된다면, 반정부 움직임과 불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기업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김정일 퇴장 이후 북한에서 친족간 권력투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정은 후계체제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고모인 김경희와 고모부 장성택이 함께 고위직에 올랐다는 점입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김일석 주석 사망 후 삼촌인 김영주를 숙청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친족간 권력투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따라서 이들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관측은, 앞으로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가 긴 시간을 두고 이뤄질 경우 체제도 안정을 유지하겠지만, 반대로 김정일이라는 구심점이 급작스럽게 사라진다면 지도부의 균열과 혼란, 나아가 정치불안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과거 김정일 시기에 비해,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부의 관측통들은 김정일의 건강 이상을 중요한 이유로 꼽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충분한 권력 승계 기간을 갖기 어렵고, 따라서 김정은 중심의 북한 체제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케네스 리버설 박사는 바로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북한 체제의 불안 사태를 우려했습니다.

지난 몇 주간 북한 지도부의 움직임은 앞으로 북한 체제의 안정에 대해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갖게 하며, 북한의 불안정 사태에 대비해 미국과 중국, 한국의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 대장 찬양곡으로 퍼뜨린 ‘발걸음’은, 아버지 김정일의 위업을 받들어 앞으로 척척척 나갈 것이라고 자랑합니다.

하지만 과연 김정일이 퇴장한 후에도, 김정은의 발걸음이 앞으로만 이어질지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