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관계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2.29 합의 이후 미국의 대북 영양 지원이 임박한데다, 두 나라 간 다양한 민간 교류에 대한 기대도 높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는 미-북 관계를 다섯 차례로 나눠 조망하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이 합의한 핵 활동 잠정중지 절차가 어떻게 이행될 지, 그 과정에서 걸림돌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달 29일 열린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의원들은 앞서 베이징에서 열린 미-북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녹취: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North Korea has agreed to implement…”

청문회에서는 특히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의 핵심 사항들을 수용한 대목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 활동과 핵실험을 잠정중단하고 이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 활동 유예 합의가 이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이 북한에 복귀해야 합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They have to…”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12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의 원심분리기 가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원들이 이를 검증하는 것으로 핵심 절차는 끝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밖에 우라늄 농축 중단과 관련한 다른 이행 요건은 이번 합의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 말은 곧 북한이 그동안 진행해 온 우라늄 농축 활동까지 들여다 보긴 힘들다는 뜻입니다.

[녹취: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The IAEA has at this first…”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은 따라서 현 시점에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범위는 매우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 측은 아직 북한으로부터 복귀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핵 사찰단이 구체적으로 수행할 업무도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이 이뤄지게 된 건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1차 북 핵 위기 당시 북 핵 협상에 깊이 관여했던 김영목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사무차장의 말입니다.

[녹취: 김영목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사무차장] “북한이 보여주기 싫은 것을 안 보여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안 들어가는 것 보다는 IAEA가 들어가는 것이 그 동안 달라진 걸 진단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문제는 남습니다. 우선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 외에 숨겨진 시설들이 더 있을 것이라는 의혹입니다. 다시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의 말입니다.

[녹취: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The question is really is what…”

북한이 영변 외에 다른 장소에서 대규모 우라늄 농축 시설을 비밀리에 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김영목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사무차장도 비슷한 우려를 내놨습니다.

[녹취: 김영목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사무차장] “다른 시설을 보이지 않는데서 건설해서 다른 실험이나 무기화 작업을 할 소지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경계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럴 경우 영변 핵 시설은 대외 협상용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 곳의 농축 우라늄 시설이 실제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국제원자력기구 측에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의 핵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그나마 영변 핵 시설에서도 우라늄 농축 계획 중단이 아니라 향후 재가동에 대비해 연료를 주입하지 않는 공회전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 건설 특별 기술고문을 맡았던 재미 과학자 최한권 박사는 두 방식에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최한권 박사] “공회전을 시키면 피지컬 인테그러티를 유지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재가동을 할 때 쉽게 재가동이 될 것이고, 완전 정지를 한다는 얘기는 어떤 피지컬한 서포트를 해서 정밀하게 그걸 잡아넣기 전에는 축이 옆으로 삐지든지 할 가능성이 있죠.”

여기에 북한이 핵 관련 합의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결실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단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런 예가 있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의 말입니다.

[녹취: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북한과 미국이 미사일 협상을 하는 기간 동안, 고위급 회담을 하는 동안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쏘지 않겠다, 이렇게 합의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그 내용도 거의 비슷해요.”

백 센터장은 그러면서 합의문이 현재와 미래의 북한 우라늄 농축 활동에만 초점을 맞출 뿐 북한의 과거 핵 프로그램을 거론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여기에 북한이 미국 측 발표 내용에는 없는 경수로 제공 문제를 합의문 내용에 포함시킨 점도 향후 6자회담 재개 논의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큰 그림을 놓고 봤을 때 미-북간 이번 핵 관련 합의는 제한적이지만 진전이라고 평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I think it’s a good step, it’s a…”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관련국들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첫 걸음이라는 데서 이번 합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합의가 진전된 협상으로 가기 위한 예비단계에 불과한만큼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기엔 이르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It’s just a gesture…”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일종의 신호로 던진 협상안에 이런 저런 핵 활동 중단 안이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 자체가 너무 나간 분석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백성원 입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 간 2.29 합의 이후 두 나라 간 각 분야에서의 변화 가능성을 전망해 보는 ‘미국의 소리’ 방송의 기획보도, 내일은 대북 영양 지원과 관련한 전망과 한계를 짚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