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관계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2.29 합의 이후 미국의 대북 영양 지원이 임박한데다, 두 나라 간 다양한 민간 교류에 대한 기대도 높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오늘부터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는 미-북 관계를 다섯 차례로 나눠 조망하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전환기 맞은 미-북 관계’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핵 활동 중단과 대북 영양 지원을 맞바꾸는 2.29 합의를 계기로 미-북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 주 베이징에서 영양 지원과 관련한 행정적 문제를 타결하는 것으로 2.29 합의에 따른 첫 단계 이행 절차를 매듭지었습니다. 이로써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인도주의 지원이 3년 만에 재개될 전망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은 학술회의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입니다. 리용호 부상은 미 행정부 전적 고위 관리들과 전문가들을 잇따라 만나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 간 이같은 기류는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공동성명에 따라 양측이 관련 조처를 진행하면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지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것입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씨는 미-북 양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 실장]”COMING UP FUTURE IT’S OPPORTUNITY…”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합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에 이뤄진 최초의 미-북 고위급 회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 김정은 정권간에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 조나단 폴락 선임 연구원의 말입니다.

[녹취: 브루킹스연구소 폴락 선임 연구원]” UNITED STATES CLEARLY WANNA TEST..”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들어선 북한의 새 정권이 어떤 노선을 걷는지 시험하기 위해 합의한 측면이 강하다는 겁니다.   

한국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는 북한도 나름대로 미국과의 합의가 필요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정창현 국민대 교수] “김정일 위원장 말기 때 북-미 대화에 나오기로 합의한 상태였기 때문에 외교적 유훈을 관철한다는 점이 중요했을 것이고, 4월부터 축제 분위기와 경제적 성과를 보이기 위해 북-미 대화라는 평화적 제스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미국과 북한이 핵 동결과 관계 개선을 맞바꾸려 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994년 미국과 북한은 제네바 기본합의를 맺으면서 북한의 비핵화와 경수로, 그리고 국교 수립을 맞바꾸려 했습니다.

당시 두 나라가 채택한 합의문에는 “양측은 전문가 협의를 통해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고 명문화 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과 북한은 지난 2000년10월 북한의 조명록 차수가 백악관을 방문해 빌 클린턴 대통령을 면담하고 미-북 공동 코뮤니케를 발표했습니다. 이 코뮤니케에는 정전협정을 평화보장 체계로 전환하는 한편 미-북 관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2005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미-북 관계를 정상화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 차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북 관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제네바 미-북 기본합의는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추진하는 바람에 파기됐고,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2009년5월 실시한 핵실험으로 빛이 바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미-북 핵 합의에 대해 ‘조그마한 첫 걸음’이라는 조심스런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말입니다.
[녹취: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A modest first step in the right direction…”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번 미-북 합의는 올바른 방향을 향한 첫 걸음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들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씨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WE HAD THIS SORT OF AGREEMENTS BEFORE..”

스트로브 전 한국과장은 과거 미-북 관계를 보면 핵 합의를 이루고 나서 상황이 더 악화된 경우가 많았다며, 일단 합의를 이행하면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북 관계가 개선돼 연락사무소 설치 등 구체적인 진전이 본격화 되려면 합의 사항을 신속하게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미국과 북한이 핵 합의를 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말 대 말’ 차원의 합의일 뿐, 이 것이 추동력을 가지려면 ‘행동 대 행동’ 차원으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실장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관의 영변 복귀와 대북 식량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미첼 라이스 전 국무부 정책 실장]”NUCLEAR SIDE IT INVOLVE INTERNATIONAL INSPECTORS…"

북한에 제공되는 식량이 군부가 아닌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돼야 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의 영변 핵 시설 복귀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미 외교협회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미 외교협회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INTER-KOREA RELATIONS…”

과거 사례를 볼 때 미-북 관계와 남북관계가 함께 개선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북 관계 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북한 하기 나름’ 이라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활동 중단과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등 합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할 경우 6자회담과 본격적인 미-북 관계 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양국 관계는 언제라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 입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 간 2.29 합의 이후 두 나라 간 각 분야에서의 변화 가능성을 전망해 보는 `미국의 소리’ 방송의 기획보도, 내일은 핵 합의 이행 전망과 걸림돌 등에 대해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