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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군 출신 탈북민 미국 방문기


미 국무부를 방문한 군 출신 탈북민 이웅길 씨.
미 국무부를 방문한 군 출신 탈북민 이웅길 씨.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군 출신 탈북민들이 20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이들로부터 미국 방문 소감 등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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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미국 워싱턴 디씨 조지타운대 북한인권학생모임 THiNK에서 증언한 군 출신 탈북민 이웅길 씨.

[현장음 녹취: 이웅길] “드라마에서는 북한 보위부 간부 한 두 명이 잘못하고 있는 것 처럼 보여줬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김정은 체제 자체가 문제인 것이죠..”

이웅길 씨는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북한 장교와 한국 재벌 여성의 사랑을 그린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북한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묻는 학생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미국 대학생들에게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알릴 목적으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군 출신 탈북민 오청성 씨와 이웅길 씨가 증언했습니다.

오청성 씨는 지난 2017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망명한 20대 청년으로, 당시 북한 군의 총격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7년 판문점 북한 병사 망명 총격 사건’의 주인공을 직접 보기 위해 이날 5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했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동영상과 함께 직접 들었습니다.

[현장음 녹취: 오청성] “아주대 병원에 도착할 당시 제 상태를 봤을 때 너무 위급한 상황이라 헬기에서 내려서 응급실에 들어가서…”

이웅길 씨는 북한에서 국가전복 음모와 사회체제 전복 혐의로 총살 당할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해 2007년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극적인 상황을 경험한 두 탈북민의 증언이 매우 인상이 깊었다며, 북한 사람과 정권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그레이스/리암] “It was really interesting and to see an intro with people who have lived there really helps to humanize the issue in a way that takes us beyond facts and figures../ I don’t , I can’t imagine being in a situation like that. And having to make that choice..”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건 상상할 수 없으며, 이들을 직접 만난 것이 매우 특별하다는 겁니다.

이날 행사는 두 사람이 함께 미국사회에 증언하는 첫째 날 일정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미국에 도착해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정착한 탈북민의 가정에서 시간을 보낸 데 이어 29일 동부 워싱턴 디씨에 도착해 증언 기회를 가졌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윌슨센터와 허드슨연구소, 조지타운대학, 조지 워싱턴대학 등 7개 기관과 단체에서 증언하고 국무부 동북아 인권 담당 관계자도 면담했습니다.

2017년 한국 내 탈북민 지원단체인 ‘새터민 라운지’를 설립한 이웅길 씨는 VOA에, 미국 정부와 정책연구기관, 단체들과의 이번 만남에 공통점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웅길] “북한 주민들의 삶의 변화의 과정보다도 변화된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변화했냐, 여러 통로를 통해 어떻게 변하고 있느냐와, 많이 변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있느냐 궁금해하셨고.,..”

이 씨는 북한 주민의 민주적 자유 의식에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외부 정보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고, 탈북민에 주목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탈북민들을 지원해준다면 북한의 개혁개방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는 겁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알릴 목적과 함께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미국을 방문했다는 이웅길 씨.

이 씨에게 이번 미국 방문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8월에 가족과 함께 여행 목적으로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었습니다.

[녹취: 이웅길] “북한에서 살 때는 미국이라면 워낙 원수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공기도 좋고 경치가 너무 좋아서 돌아가기 싫었거든요 작년에. 그런데 자꾸 미국이 그립고, 즐겁게 놀았었고 해서 꼭 한번은 다시 가보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북한에서 6년 간 군에서 복무한 이 씨는 미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한국에서부터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한반도의 민주주의 수호와 평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을 역사자료 등을 통해 배웠다는 겁니다.

이 씨는 미국 방문 전부터 걱정이 있었지만 도착 직후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웅길] “입국심사가 까다롭고 어렵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정작 걱정했던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요, 애기가 운다고 해서 따로 통로를 뽑아주고, 서툰 영어로 말해도 차분하게 들어주고, 상냥하게 설명해주시고, 짐 검사에서 김치,라면, 고추장만 없으면 통과된다고 해서 그도 없다고 하니 바로 통과시켜 주더라고요, 지나가는 사람들도 평화로웠어요. 미국인들은 인내심과 평화의 좋은 점만 보이더라구요.”

캘리포니아 지역의 노숙자들이 천막을 치고 사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는데요, 자본주의 나라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북한에 비할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웅길] “북한의 빈익빈 부익부가 제일 많았고요, 자본주의 나라가 오히려 없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노력하면 (돈 벌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고 기회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북한 같은 곳은 일할 때도 없고 노가다도 시험을 봐야 해요. 미국도 내가 좀 더 노력하고 기회를 만들어 내고 씀씀이를 아끼고 노력하면 다 주어지는게..”

이런 생각은 캘리포니아와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의 삶을 보며 더욱 강해졌습니다.

[녹취: 이웅길] “워낙 사는게 힘들다고만 많이 들었기 때문에, 기대한 거 외에 너무 잘 사시니까 물론 좋은 분들도 만나서도 그렇지만 제가 보기엔 같이 와서 사는 듯한 기분을 느껴서 너무 좋았습니다.”

워싱턴 디씨에서 백악관을 본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는 이 씨의 미국 방문 일정은 예상보다 길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항공편이 결항돼 귀국 일정이 늦춰졌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미국 국민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웅길] “병원비도 워낙 비싸고 보험체계도 안좋아서 사람들이 병원에 안 가지 않을까. 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비율이 미국이 더 높고 오히려 미국에서 더 대유행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이 씨는 북한 주민들은 당국으로부터 외출을 자제하고 물을 끓여먹는 정도의 주의를 듣고 있는 것으로, 북한 내 소식통을 통해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방 세계에 비하면 북한 주민들은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에 가족을 둔 오청성 씨는 미국 방문 기간 중 언론 노출을 자제했는데요, 오 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미국 방문 중 찍은 사진들을 올렸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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