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의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핵 공격을 포함한 북한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보복을 검토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부설기구인 국가안보기록보존소(The National Security Archive)가 23일 공개한 비밀해제된 닉슨 행정부 시절 한국 관련 대외정책 문건들을 통해서 알려졌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지난 1969년 미국 정찰기가 북한 미그기에 의해 격추되자,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보복을 고려했다는 사실이 최근 기밀해제된 문서들을 통해서 밝혀졌습니다.

북한은 당시 청진 동남쪽 공해상에서 정찰 중이던 미국의 EC-121기를 격추시켰고, 그 결과 미군 승무원 31명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국가안보기록보존소가 발표한 닉슨 행정부 시절 문건에 따르면, 닉슨 대통령은 사건이 발생하자 즉시 헨리 키신저 국가 안보 보좌관과 멜빈 레어드 국방장관, 얼 윌러 미군 합참의장 등 안보 보좌관들에게 북한에 대한 군사적 보복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닉슨 행정부는 대응 방안으로 북한의 군사 시설 공격, 암호명 ‘자유 투하작전 (Freedom Drop)’으로 불린 전략적 핵 공격, 전면적인 핵무기 사용 등을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고 폐기됐습니다. 국가안보기록보존소의 로버트 웸플러 박사의 말입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더 광범위한 갈등이나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대응은 그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대응으로 인한 혜택보다 위험이 더 크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웸플러 박사는 말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또 군사적 보복은 북한에 이득을 줄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외부 위협은 북한의 지도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북한 주민들을 충성심으로 뭉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닉슨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훨씬 더 미온적인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웸플러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무장 호위대를 증가시킨 정찰비행을 재개하면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할 경우 미국이 더욱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 외교적으로 항의를 하는 정도로 그쳐야 했다고 웸플러 박사는 말했습니다.

한편, 당시 닉슨 대통령이 직면했던 딜레마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도 적용된다고 웸플러 박사는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3월 한국의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해 침몰시켰고, 미국과 한국은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간구하고 있습니다.

웸플러 박사는 특히 오늘날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훨씬 더 큰 위험과 예측불가능성을 내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북한은 지상군을 크게 증강해 왔고, 로켓과 미사일을 개발했다며, 북한은 경고 없이 서울과 한국의 많은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웸플러 박사는 오바마 행정부 역시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많은 방안들을 검토하겠지만, 그에 따르는 위험과 변수가 너무 크기 때문에 외교와 제재 등을 추구해야 하는 동일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