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개정한 헌법에서 자국을 ‘핵 보유국’으로 명기한 데 대해 놀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인데요. 백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새 헌법을 통해 핵 보유국을 선언한 건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기 위한 목적이라고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실장이 분석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실장] “North Korea has tried for many many years to attract international recognition, even acceptance…”

리스 전 실장은 3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핵 보유국 명문화 시점을 새 지도부가 들어서는 때에 맞췄다며, 이를 통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움직임에는 대내외적 노림수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My impression is that the North Korean announcement has several goals…”

핵 보유국 지위 확보라는 내부 강경파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북 핵 개발 저지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신호라는 겁니다. 여기엔 대응책을 놓고 각국이 논쟁을 벌이도록 유도하는 전략도 포함돼 있다는 게 오핸론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1기 당시 북 핵 협상을 이끌었던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공허한 핵 보유국 지위 추구를 통해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허상을 좇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핵화 약속 이행에 대한 대가를 높이려는 술책으로 분석했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의 래리 닉시 박사는 북한이 개정 헌법에 핵 보유국임을 명시한 건 핵 계획에 진전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What it seems to me is going to be a coming very important event in the progression of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북 핵 프로그램의 중요한 진전이란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의미하며, 이런 징후야말로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여전히 김정일 시대의 핵탄두 개발 계획을 이어가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입니다.

미 텍사스 주 앤젤로 주립대학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북한이 핵 보유국을 선언한 형식에 특히 주목합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That is to say, to put on the appearance of being transparent to the outside world without really doing so…”

북한이 지난 달 장거리 미사일 발사 현장을 외신기자들에게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엔 개정 헌법 서문에 핵 보유 선언을 포함시킴으로써 추가 핵실험에 대한 투명성과 적법성을 겉으로나마 확보하겠다는 수로 읽어야 한다는 겁니다.

미 `포브스’ 잡지 컬럼니스트이자 한반도 전문가인 고든 창 역시 북한이 헌법 개정 형식을 빌어 추가 핵실험 수순을 밟는 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도 중국이 북한에 초강경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벽에 부딪친 북한 지도부가 정권 입지를 다지면서 군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차선책으로 개정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시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핵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에서 정책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North Korean negotiators have sought the diplomatic equivalency with India, Pakistan, and Israel and by that…”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의 이런 시도가 북 핵 6자회담의 궁극적 목적에 위배되며, 따라서 회담 성공 가능성을 더욱 낮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와 관련해 책임있는 국가라면 누구도 북한의 개정 헌법을 눈여겨 볼 가치가 없으며,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되풀이 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랠프 코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 포럼 소장 역시 북한이 개정 헌법을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얻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그러나 북한의 이번 시도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했습니다. 핵 보유국임을 헌법에까지 명시해 쉽게 철회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으며, 그만큼 핵 포기 대가를 비싸게 올려놨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의 리언 시걸 국장은 북한이 개정 헌법을 통해 반드시 핵 보유국 지위를 추구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언 시걸 박사] “That they put it in the constitution is not indication that they are looking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핵 보유국 지위가 헌법 개정을 통해 확보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북한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만큼, 그저 핵무기 포기 의사가 없음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수준에서 북한의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편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북한이 과거 중요한 지정학적 변화가 생길 때마다 헌법을 개정한 사례를 들며, 이번 개정 헌법은 북한을 강력한 핵 보유국으로 내세워 김정은 지도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밖에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이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핵 프로그램 진전을 과시하기 위해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시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