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금강산 내 한국 측 민간 자산에 대해 동결 조치를 통보해 옴에 따라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이 전면 폐지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금강산 관광을 주도했던 한국의 현대아산과 협력업체들도 벼랑 끝에 몰리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한국 측 파트너인 현대아산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관광 재개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남북관계가 오히려 악화되면서 마침내 금강산 관광지구 내 회사 측 자산이 동결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 23일 보내 온 금강산 지구 내 한국 측 부동산 동결 조치 통보와 관련해, “27일 현대아산 실무자 2 명과 동결 대상 30개 협력업체 관계자 44 명 등 총 31개 업체 46 명이 내일 (27일) 금강산을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북한이 자산 동결 조치에 입회할 것을 현대아산 측에 요청한 데 따른 것입니다.

한국의 통일부 당국자는 26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총국이 현대아산 측 관계자에게 27일부터 나흘간 동결 조치를 시행하겠다며 27일 오전 11시까지 금강산에 도착해 입회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하지만 북측이 구체적인 동결 조치 내용이나 일정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3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27일부터 금강산 지구 내 한국 측 부동산을 모두 동결하고 관리 인원도 추방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대아산은 지난 달 18일 북한이 한국 정부와 관광공사 재산을 조사한다는 발표를 할 때까지만 해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여겼지만 민간 자산에 대한 동결이 현실로 닥치면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현대아산은 지난 1998년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21개월간 사업이 중단되면서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렸지만 이제 관광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고 판단하는 분위기입니다.

현대아산은 이 때문에 지난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 정부는 물론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해서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촉구했습니다. 현대아산 관계자입니다.

“북측이 부동산 몰수 및 동결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조치로 금강산 관광지구에 투자한 기업들의 재산권 침해는 물론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심각한 존폐 위기에 처한 만큼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현 상황 타개에 나서 주기를 지금 바라는 게 현대아산의 입장입니다.”

현대아산은 이미 지난 2008년 7월 이후 계속된 관광 중단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습니다. 관광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만 2천3백억원, 그리고 개성관광 중단에 따른 손실까지 합치면 3천억원 가량됩니다. 또 토지와 사업권 확보에 6천억원 가량 들었고 시설투자에도 2천3백억원 정도 쓰여 관광 사업 자체가 전면 폐지될 경우 그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금강산 지구에 1천3백억원 가량 투자한 30여개 한국 측 투자업체들도 장기간 사업 중단으로 존립기반 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금강산 지구 기업협의회 송대우 사무국장입니다.

“개인 사업자로서는 거의 부채만 쌓여있고 재개가 되어서도 일정 기간 이상 회생하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송 사무국장은 업체들의 자산 보호를 위한 대응 조치를 한국 정부에 요청했지만 뾰족한 답변을 얻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내 남북경협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강산 관광이 폐지될 경우 다른 남북경협 사업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입니다.

“일시 중단이 아니고 완전히 사업 자체가 포기로 넘어갔을 경우엔 향후 남북경협 자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겠죠. 지금 어떤 북한의 분위기 자체가 바뀌고 태도 변화가 일어나고 6자회담의 여건이 성숙되더라도 그 다음에 경제협력 사업을 했을 때 과연 과거의 패턴과 속도를 갖고 진행하기엔 아마 어려울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죠.”

현대아산과 협력업체들은 남북 당국간 실질적인 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최근 터진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북한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조차 어려운 상황에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