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지난 해 말 단행한 화폐개혁이 실패하면서 북한에서 심각한 재정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 KDI는 북한 내 시장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 확대와 같은 단기 대책은 북한경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 KDI는 6일 ‘7월 북한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단기적으로 돈을 더 많이 풀 가능성이 있다며 재정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재정 인플레이션’이란 적자 재정 때문에 일어나는 물가 상승 현상을 의미합니다.

KDI는 “화폐개혁 이후 환율 불안정으로 물가가 요동치고 거래가 위축되면 국영기업 등 임금 근로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함경북도 무산군에 거주하는 한 북한 주민은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화폐개혁 이후 환율과 물가가 급등하면서 먹고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큰 기업소를 제외하곤 배급이 나오는 기업소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으로서는 체제를 지탱하는 주요 세력인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지출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KDI는 “이는 단기적으론 시장 거래를 살아나게 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KDI는 재정 인플레이션 가능성의 또 다른 이유로, 달러 부족과 잇따른 물가와 환율 상승으로 북한 당국의 자원 동원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점을 들었습니다.

KDI는 “이럴 경우 북한 당국은 돈을 더 풀어 기업에 공급함으로써 자원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심각한 물가 상승을 일으켜 북한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KDI는 이 밖에도 남북교역 중단으로 인한 달러 수입 감소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홍수 등 자연재해도 북한경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현재 북한경제는 화폐개혁 후유증과 국제사회의 제재 여파로 물가와 환율이 폭등하는 등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달 평양 시내 한 시장의 농산물 가격은 지난 2월에 비해 3-6배, 공산품은 최고 7배까지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통일부는 만성적인 물자 부족과 환율 상승이 물가 급등의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통일부 이종주 대변인입니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 상태이므로 식량 인플레이션이 심할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서 식량과 생필품 등을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위안화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 식량 사정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통화에서 “함경북도 회령과 무산의 경우 지난 달 초 5백-6백원 하던 쌀 가격이 1천 5백원까지 치솟았다가 6일 현재 1천 2백원으로 내렸다”며 “화폐개혁 이전과 비교하면 이는 50배 이상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식량을 담당하는 기업소마저 배급이 끊겨 직원들이 고리대금 식으로 식량을 꿔다 먹는다”며 “어떻게 갚을지 다들 걱정이 태산”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지금이 식량 사정이 가장 안 좋은 시기로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이모작이 나오는 오는 10월까지 시장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