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북한 청년절을 맞아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야외 경축공연이 열렸다.
지난달 28일 북한 청년절을 맞아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야외 경축공연이 열렸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남북한 사회에 새로운 청년 세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는 부모 세대와 상당히 다른 정치적, 경제적 성향을 지닌 ‘장마당 세대’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남북한은 최근 젊은 청년 세대의 사회 진출을 축하하는 ‘청년절’ 행사를 가졌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년의 날’을 맞아 청와대에서 각 분야 청년들을 만나 미래의 꿈을 향해 달려 가라고 격려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정부는 기회의 공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청년들은 상상하고, 도전하고,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주기 바랍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28일, 북한도 청년절을 맞았습니다. 

북한당국은 청년절을 맞아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야외 경축공연을 열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청년 사랑의 위대한 경륜을 펼쳐가는 우리 당의 품 속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의 청년 세대를 ‘장마당 세대’라고 부릅니다. 1980-90년대에 태어나 청소년 시절에 ‘고난의 행군’을 겪은 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살다가 지난 2008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백화성 씨입니다.

[녹취: 백화성] “80년대부터 경제난에 허덕였는데, 거기에 민첩한 10대-20대가 바로 저희들이었고, 국가나 수령에 대한 불만도 저희들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전문가들은 2천500만에 달하는 북한 인구의 14%에 해당되는 350만명을 장마당 세대로 보고 있습니다.

장마당 세대가 부모 세대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노동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보다 돈벌이에 관심이 많다는 겁니다.

함경북도 함흥에 살다가 2001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박광일 씨입니다.

[녹취: 박광일] ”장마당 세대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일단 생계죠, 먹고 사는 문제, 식의주 문제, 정부보다는 개인의 삶이 중요하다는 거죠.”

생계와 돈벌이를 중시하는 장마당 세대의 가치관은  결혼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의 1등 신랑감은 보위지도원,군당 지도원, 군복무자, 당원의 순서였습니다. 지금도 보위지도원은 1순위 신랑감입니다. 

그러나 2등부터는 순위가 바뀌어 운전기사, 택시기사, 탈북자 가족이 인기라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함경북도 라진에 살다가 2014년 한국으로 망명한 윤설미 씨가 유튜브에서 북한의 결혼풍속을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녹취: 윤설미] ”매파들, 장가갈 아들이 있으면 가서 얘기를 합니다. 그 사람 보위부 지도원 이래, 그럼 1등, 운전기사, 택시기사래 그럼 대박. 또 한라산 줄기 그럼 오케이 그럽니다. 탈북민이 송금을 하기 때문이죠.” 

‘노동신문’과 ‘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는 수령과 노동당에 충성하는 청년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내 탈북민들은 장마당 세대가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체제에 불만이 많다고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불만은 오랜 군 복무입니다. 북한 젊은이들은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19세에 군대에 들어가 10년을 복무해야 하는데, 이는 징병제를 채택한 전 세계 국가 중에서 가장 긴 복무기간입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북한이 119만 명 정규군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중 80만명 이상이 청년집단입니다. 이들은 사회에서는 장마당에서 기대서 살지만 군에서는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인민군의 부실한 식량 배급도 젊은 병사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규정대로 하면 병사들은 하루 700 그램 이상의 쌀을 배급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군은 하루 400 그램의 강냉이를 배급 받는 게 고작입니다.

인민군에서 복무하다 2009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권효진 씨의 말입니다.

[녹취: 권효진] “탈영병도 많고, 군 복무 자체가 자기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10년 동안 내가 장사를 하면 얼마를 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 인생을 소모한다고 생각하죠”

성분 문제도 젊은이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체 주민을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 등 3계 계층 51개 부류로 나눠놨습니다. 따라서 출신 성분이 나쁜 젊은이는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를 잘 해도 대학에 가거나 좋은 직장에 갈 수 없습니다.

장마당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남한의 노래와 드라마를  접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라진 출신 탈북민 윤설미 씨가 유튜브에서 설명하는 북한에 있을 때 본 한국 드라마 이야기입니다.

[녹취: 윤설미] ”저는 중학교 때부터 대한민국 드라마를 봤는데, 처음으로 본 것은 ‘가을동화’였습니다. ‘가을동화’ ‘천국의 계단’,’장군의 아들’, ‘올인’, 1990년대 후반에 유명했던 드라마인데...”

과거에는 카세트 테이프와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한국 드라마와 노래가 북한에 유입됐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동식메모리 저장장치(USB)와 마이크로SD카드,  노트텔에 담겨 한류가 북한 젊은층에 널리, 그리고 깊숙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장마당 세대는 북한에서 손전화기(핸드폰)를 자주 사용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2012년부터 손전화기를 본격 보급했는데, 당시 돈이 있던 장마당 상인과 젊은층이 주로 손전화기를 구입했습니다. 

북한에는 100 달러 이상의 휴대전화가 600만대 가량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손 전화기 사정에 밝은 미 조지워싱턴 대학교 김연호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입니다.

[녹취: 김연호 부소장] ”손 전화기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고 내장된 게임을 하다가, 그러다가 한국이나 외국에서 들어온 영상을 손전화로 보는 사람이 있는데, 북한 당국이 단속을 심하게 하면서…” 

북한의 장마당 세대와 김정은 정권과의 관계는 아직 분명히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장마당 세대가 처음에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큰 기대를 가졌다가 지금은 기대를 접은 것같다고 말합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I think they probably become disgruntled because..”

북한 사회의 ‘허리’로 등장한 청년 세대가 북한의 변화를  이끌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