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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전거의 날, 남북 자전거 문화 크게 달라


북한 평양 거리에서 주민들이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평양 거리에서 주민들이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자료사진)

유엔이 3일 세계 자전거의 날을 맞아 자전거 전용차로 확대 등 안전 강화를 회원국들에 촉구했습니다. 탈북민들은 남북한의 자전거 문화가 생계와 여가로 나뉠 정도로 크게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공보국은 3일 세계 자전거의 날을 맞아 자전거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회원국들에 안전 조치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유엔은 세계 자전거의 날은 유엔총회가 지난 2018년, 지구촌에 200년 역사를 가진 자전거의 독창성과 지속성, 다용성을 인정해 제정한 날로, 자전거가 인류에 많은 유익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공보국] An affordable, reliable and sustainable means of transportation, the bicycle fosters environmental stewardship and good health, providing a cost-effective form of transport while reducing the risk of heart disease, stroke, certain cancers, diabetes, and even death,”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자전거는 적정(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으로, 환경 보호와 건강 증진, 비용 효율적 운송수단을 제공하면서도 심장병과 뇌졸중, 특정 암, 당뇨, 사망의 위험까지 줄여 준다는 겁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유럽 국가들이 더 신축적인 자전거전용도로 신설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염병 때문에 유럽인들이 대중교통 대신 걷기와 자전거를 선택하면서 유럽 주요국의 대기오염 수준이 절반 아래로 감소하자 자전거를 더 장려하기 위한 친환경적 조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유엔은 자전거 전용차로 확대 등으로 국제사회에 좋은 본보기가 되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별도로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녹취: 아부다비 교통 당국자] “We are building hundreds of cycling lanes here within the city, we have approximately 400km of cycle lanes,”

아부다비 교통 당국자는 평양 면적의 절반가량 되는 아부다비 시내에 거리가 400km에 달하는 수백 개의 자전거 전용차로가 있으며, 정부가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동영상은 시민과 방문객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풍부한 자전거 대여 시설도 소개하는데, 이곳 워싱턴이나 서울,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서비스입니다.

가령 워싱턴은 간편한 카드 결제를 통해 6달러를 내면 자전거를 평균 1시간 30분 자유롭게 탈 수 있습니다.

북한도 관영 매체들을 통해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고 대여 서비스도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12년에 평양시 도로에 흰색 선으로 자전거 전용차로를 긋는 사업이 끝났다고 보도했고, 2년 전에는 관영 매체 ‘조선의 오늘’을 통해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평양 출신 탈북민들은 그러나 VOA에, 이런 보도와 평양의 현실에 큰 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방은 자전거가 생계 수단으로 생활필수품이지만, 평양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자전거가 한때 급증하다가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자전거 통제가 강화돼 대중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북한 대외업체 지배인 출신 켄 씨와 또 다른 관계자는 2일 VOA에, 평양의 도로가 매우 좁아 보행자와 자전거에 대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했고, 평양의 보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전거 이용이 상당히 제한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씨] “첫째는 교통사고 때문에 그렇죠. 문제는 또 정치적 목적입니다. 자전거를 너무 풀어 놓으니까 밤에 짐을 싣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 겁니다. 사람들이 쉽게 집 밖을 자전거로 싸다니니까 이런 사람들 속에 불순분자들이 있다고. 자전거도 정치적 목적에 이용될까 봐 못 타게 하는 거죠.”

평양에서 자전거는 일부 전용차로에서만 탈 수 있고, 보행자 도로나 일반도로 등 대부분의 길에서는 끌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활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 평양 출신 탈북민은 익명으로 전제로 VOA에, “시장화가 발달하면서 평양역과 종합시장을 중심으로 자전거 택시는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지방 출신 탈북민들은 한국에 온 뒤 여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남북한은 자전거 문화 자체가 크게 다르다고 말합니다.

[녹취: 자유북한 TV] “(북한에서는 생계수단, 교통수단인데) 남쪽에서 자전거 하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운동, 헬스, 건강, 스포츠”, “교통수단은 아니고 동네 이마트 정도에 잠시 타고 다니는 정도.”, “자전거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운동삼아”, “여기 한국분들은 자전거 탈 때 복장이 너무 화려하잖아요. 몸에 붙는 팬츠에 모자에 별게 다 있더라고요.”, “자전거 한 대에 몇 백만원 하는 것도 있고요.”

미국에 사는 켄 씨도 건강과 여가를 위해 자전거를 타는 미국인들과 북한인들의 자전거 문화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인들에게 자전거는 여전히 생계를 위해 고마운 존재이지만, “지방 여성들이 엄청난 짐을 자전거에 싣고 이동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씨] “여름에 지방에 가면 여자들이 기온이 35~38도 이렇게 올라가는데, 해가 쨍쨍하죠. 게다가 지방은 비포장도로가 많아요. 먼지가 엄청 많아요. 차가 한 번 지나가면 사막에 모래폭풍 불듯이 먼지가 엄청나요. 그 먼지 속에다 뒤에는 자기 체중의 몇 배 되는 짐을 싣고 땀 뻘뻘 흘리며 다니는 여자들, 남자들 볼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파요.”

유엔은 세계 자전거의 날을 맞아 모든 회원국에 국가와 지방에 대한 자전거 문화 발전을 위한 안전 등의 계획을 세울 것을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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