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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난민의 날..."탈북민 상황 최악"


미국에 난민자격으로 입국한 탈북민들이 2006년 5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미국에 난민자격으로 입국한 탈북민들이 2006년 5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오는 20일은 유엔이 제정한 `세계 난민의 날’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자국민 보호에 집중하면서 도움이 절실한 탈북민 등 난민들은 유례없는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탈북민들은 전염병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정치와 인종, 종교, 분쟁, 내전 등 다양한 이유로 차별과 박해를 피해 탈출한 난민들에 대한 관심과 정부들의 보호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난민의 날.

본국 송환 시 박해와 학대 위험이 있으면 보호해야 한다는 유엔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따라 탈북민도 난민 보호 대상입니다.

하지만 관련 지원단체들은 탈북민들이 현재 사상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목사는 16일 VOA에, 지난 20년 간 활동하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20년 동안 일하면서 최악이죠. 구출도 못 하고. 오도 가도 못해 여러 가지로 제일 힘든 상황입니다. 코로나에다가 정치 문제, 사실 세계 난민의 날이라고 하는데, 난민의 날이라고 하는 자체가 무색할 정도네요.”

지원단체들은 탈북민 상황이 최악인 이유로 몇 가지 암울한 상황을 지적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북한 당국이 1월 말부터 북-중 국경을 봉쇄해 도강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북한 최고 수뇌부가 최근 탈북자들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어 주민들이 탈북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하는 가운데, 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의 항의군중집회가 지난 7일 개성시문화회관 앞마당에서 진행됐다.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하는 가운데, 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의 항의군중집회가 지난 7일 개성시문화회관 앞마당에서 진행됐다.

또 중국도 전염병으로 국내 이동에 대해 검문검색을 전례없이 강화하면서 중국 내 탈북민들은 다섯 달째 이동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합니다. 한국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입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이런 때 걸리면 본보기고 총살이다. 그래서 (북한에서) 탈북도 몸 사리고, 또 이런 게 중국에서 한국에 가려는 탈북자도 지금 가다 잡히면 본보기다. 다 두려운 거죠.”

게다가 러시아 정부도 2016년 ‘북-러 불법 체류자 상호인도협정’을 체결한 이후 탈북민들에 대한 난민 지위 혹은 해외 재정착에 매우 비협조적이며, 전염병 발생 이후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이 VOA에 밝혔습니다.

탈북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러시아를 비롯해 탈북민을 쓰레기 배신자로 낙인찍는 북한 당국,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 입국자로 간주해 국제법을 어기고 강제송환하는 중국의 행태는 새삼스럽지 않다며, 그러나 최근 한국과 미국 정부의 조치 역시 우려스럽다고 말합니다.

남북한 정부 모두 최근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탈북 단체들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한국 내 탈북민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악화하고, 한국행을 원하는 제3국 내 탈북민들도 이런 분위기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시 천기원 목사입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북한에서는 (탈북민들을) 말로 쓰레기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심한 차별을 받으니까.”

한국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는 탈북 언론인 주성하 씨는 최근 악화한 남북관계와 관련해 인터넷 사회관계망에, “북한도 탈북자 탓, 남쪽도 탈북자 탓”을 하면서 “탈북자 혐오가 어디까지 갈지 끔찍하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지난 2016년 4월 경기도 파주에서 기자들에게 북한 김정은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전단을 보여주고 있다.
탈북민 출신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지난 2016년 4월 경기도 파주에서 기자들에게 북한 김정은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전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여러 악재 속에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들은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 입국 탈북민은 135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229명에서 41% 줄면서 2009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내 복수의 소식통은 VOA에, 3월 이후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은 거의 끊겼다며, 이달 초 국정원 조사를 받은 뒤 탈북민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은 서너 명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올 2분기 한국 내 탈북민 입국자는 대폭 감소해 2000년 이후 최저를 기록할 게 확실하다는 전망입니다.

탈북민들의 미국 입국도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국무부 난민입국 현황에 따르면 제3국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은 2018년 6명, 지난해에는 전무했고, 올해는 5월 말 현재 2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난민정책에 탈북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솔직히 우리 탈북자들은 지금 미국도 못 가요.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과연 우리 탈북자가 몇 명이 미국에 갔는지 미국이 더 잘 알잖아요. 탈북자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민주주의란 미국도 갈 수 없고, 한국에도 가기 두렵고, 북한은 옥죄고, 중국은 코로나고. 앞으로 보니 캄캄하고 뒤를 보니 절벽이죠.”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민 가족들이 지난해 5월 VOA에 가족들이 체포된 상황을 설명하며 북송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민 가족들이 지난해 5월 VOA에 가족들이 체포된 상황을 설명하며 북송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VOA에, “미국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북한을 떠난 북한인들을 포함해 북한 주민들의 안녕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The United States remains very concerned about the welfare of the North Korean people, including North Koreans who’ve left the country to pursue a better life.”

이 관계자는 “미국은 역내 국가들에 국제 약속을 준수하고 북한인들을 강제송환하지 말 것을 정기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인들이 한국과 미국 등에 정착할 수 있도록 역내 동반국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들이 연대한 북한자유연합(NKFC)의 수전 숄티 대표는 18일 VOA에, 미국은 북한인권법을 만장일치로 채택할 정도로 탈북 난민 보호에 관심이 크지만,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탈북민들이 외면받는 현실이 “끔찍하고 어두운 상황이며, 참담하고 가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대표] “it's appalling, and it's a very dark time right now. And I am obviously just crushed and I'm brokenhearted, but I'm not defeated yet,”

숄티 의장은 탈북민 문제의 근본 원인은 김정은 정권의 폭정과 국정 실패에 있다며, 탈북 운동가들과 연대해 이런 문제를 북한 내부와 국제사회에 계속 알리는 캠페인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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