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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태웅 WGEID 의장] "10 차례 이상 방북 요청...북한 강제실종 해결 국제 협력 필요"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건물. (자료사진)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건물. (자료사진)

유엔 산하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이 북한 정부에 통보문을 보내고 방북을 10차례 이상 요청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협력이 미진한 상황이라고 이 기구의 백태웅 의장이 밝혔습니다. 백 의장은 13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인권 침해 해결이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도 직결되는 만큼 북한 당국도 개방적인 자세로 강제실종 문제 해결에 적극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백 의장은 미국 하와이대 법률대학원(로스쿨) 교수로 지난해 10월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 제122차 정례회의에서 임기 1년의 의장으로 선임돼 전 세계 4만 6천 건에 달하는 강제실종 미결 문제 해결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오는 17일부터 강제실종 실무그룹의 124차 정례회의를 개최하는 백 의장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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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웅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 WGEID 의장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백태웅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 WGEID 의장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기자) 강제실종에 대해 낯설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유엔이 왜 납치 등 강제실종 문제를 심각한 인권 침해로 여기는 건가요?

백태웅 의장) 강제실종이라는 게 사실 그렇게 많이 알려진 개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나라들이 우리에게 강제실종이라는 게 과거에 생긴 적이 있는지 또 현재 그런 위험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별로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역사도 길고 현재의 심각성도 굉장히 광범위한 국가에 걸쳐서 모두 영향을 미치는 그런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유엔이 1980년에 유엔 특별 절차로 강제실종 실무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강제실종 실무그룹은 총 5만8천 606건, 109개 나라에 걸쳐서 이 정도 케이스를 (정부들에) 보냈고요. 현재 우리 데이터베이스에서 실제 살아있는 케이스로 작년 9월로 계산을 해 보니까 4만 6천 271건, 92개 국가에서 4만6000여 건이 현재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실종 케이스입니다. 그러니까 광범위한 정도나 또 실질적인 국가의 분포를 보면 이건 사실 굉장히 심각한 세계적인 문제인데 잘 인식을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자) 강제실종 범주도 꽤 다양할 텐데요?

백태웅 의장) 강제실종 실무그룹과 유엔 강제실종 규약에 따른 강제실종 위원회의 정의에 의하면 세 가지 구성 요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본인의 의지에 반하는 자유의 박탈, 체포, 구금이나 납치 등에 따른 자유의 박탈이 한 요소이고요. 두 번째는 정부가 직접, 간접적으로 또는 최소한으로 개입한 관여의 요소가 있고요. 마지막으로는 실종된 사람의 운명이나 그 행방을 정부가 밝히기를 거부해서 그 사람이나 그 가족들을 법의 보호로부터 박탈하는 것 등 세 가지 요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납치나 약취 유인 이런 형식의 범죄인 경우에는 형사 절차에 따라서 경찰이 수사하고, 찾아내고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또 범죄인을 처벌하고. 그런데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이런 사례의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찾는 행위나 그 범죄 행위를 한 대상에 대한 수사가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가족들이 실종된 사람들의 행방을 찾으려고 할 때 경찰이나 국가 기관이 협박하고 또 직접적인 탄압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강제실종은 실종된 사람만이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피해자가 계속되는 겁니다.

기자) 통상적인 형사 절차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사안들에 대해서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은 어떤 노력을 하나요?

백태웅 의장) 유엔 차원에서는 특별절차도 만들고 강제실종 보호협약도 제정하고 또 형법에도 강제실종이라는 범죄를 넣어서 사실상 피해자나 가족들을 보호하는 그런 조처를 취하는 것을 지금 유엔의 기본 방향으로 잡고 저희도 그런 취지에서 유엔 차원에서 유엔에 제소되는 사안들을 컴파일(수집)하고 정부와 그 가족들 사이에 채널 역할도 합니다. 또 실제 현황에 대해서 유엔 총회에 보고하면서 그 분야에 대한 대책을 적극 제안하고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일부 국가들의 경우에는 사실 적극적 협력을 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국가 방문을 하려면 해당 국가에서 초청해야 되는데 초청을 거절하는 국가들도 많고요. 또 저희가 통상절차나 긴급절차에 의해서 통보를 보내는 경우에 그 국가에서 조사 결과를 성의껏 정리해서 보내는데 일부 국가는 그 내용이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서 협력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저희는 계속해서 매 회기마다 또 매년 반복해서 그 내용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국가 방문 요구를 하고 또 유엔이나 기타 여러 국제기구를 통해서 그 사안의 심각성들을 제기해서, 빠르게 금방 진행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조금씩 해당 국가 상황에 대해 개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도 강제실종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자주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이 지난해 9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를 보면, 북한 당국에 강제실종 관련 정보를 요청한 사례가 316건에 달합니다. 왜 이렇게 많은 건가요?

백태웅 의장) 북한과 관련해서는 여러 종류의 케이스들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한국전쟁 기간이나 그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주 긴 기간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제소가 들어오고 있고 그 내용들을 북한에도 저희가 통보하고 또 북한 쪽에서도 그에 대한 일정한 답변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케이스 숫자가 많다는 게 꼭 지금 당장 그 모든 케이스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고요.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된 많은 인권 문제가 쌓여있다는 뜻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그런 의미에서 북한 정부에 적극적으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여러 문제를 미루거나 회피하지 말고, 그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 과거 케이스들이 저희에게 오면 그 내용을 정리해서 그게 강제 실종에 해당할 경우에는 북한에 그 부분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통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 당국의 협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백태웅 의장) 과거보다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대한 참여가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유엔 보편적 정례보고 절차에 참여하고 있고요. 또 과거에는 무조건 거부했던 여러 제안에 대해서 능동적으로 검토하는 요소들이 많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강제 실종과 관련해서는 많은 경우에 (북한이) 이 부분을 실질적인 개별 사안의 심각성보다는 이것이 정치적으로 갖는 의미에 너무 집중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사실상 그 내용을 밝히고 조사한 결과를 저희에게 보내는 일을 최근 몇 년에 걸쳐서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 이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오히려 답변하고 있는데요. 그렇지만 저희는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도 사실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북한 헌법도 인권을 중요한 요소로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도 좀 바뀔 거라고 믿고 또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북한 정부에 이런 내용을 가지고 설득하고 또 요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기자) 북한 강제실종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심각한가요?

백태웅 의장) 저희 절차가 비공개 절차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북한 내에도 앞에 말씀드린 세 가지 강제실종의 요소를 만족시킬 경우에는 강제 실종으로 규정할 수 있는데 그런 케이스들이 상당히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제출된 범위 내에서 그 케이스들을 북한에 통보하고 있고요. 그리고 북한 쪽에서도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저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기자) 납북자 문제뿐 아니라 북한 안에서도 강제실종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공포정치의 수단으로 강제실종을 활용하고, 특히 정치범과 가족이 적법한 절차 없이 체포돼 사라진다는 유엔 보고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진정 상황은 어떤가요?

백태웅 의장) 직접 북한 정부가 제출하거나 정부를 통해서 제출된 케이스들 말고는 대부분의 경우는 그 가족이나 실종 피해 가족 또는 친지들이 북한 바깥쪽에서 저희 쪽에 제출하는 케이스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현재로는 북한 내에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저희가 자세히 정보를 입수할 길이 없기 때문에 저희는 이미 약 10여 차례 이상 북한에 대한 국가 방문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 믿음으로는 북한이 강제실종 실무그룹의 국가방문을 받아들여서 실질적으로 구금시설이나 형사 절차 과정에서 인권침해 특히 강제실종 같은 원하지 않는, 그렇지만 너무나 고통스러운 현실을 없애기 위해서 국제사회와 함께 힘을 합쳐서 원인을 찾고 해결 방향을 모색해보자는 제안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저희가 국가 방문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기자) 협력을 계속 거부하거나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 같은 정부에 대해서는 실무그룹이 어떤 압박 조치를 하나요?

백태웅 의장) 저희 강제실종 실무그룹 자체는 유엔 헌장에 기초하고 있고요. 따라서 유엔 회원국은 기본적으로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은 규범적 차원에서 해당 국가가 인권 침해와 인권 의무의 위배라는 점을 강조하는 압박이라는 게. 또 일정 부분에서는 시민사회와 협력 속에서 그런 문제들이 해당 국가의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제기되는 방식, 그러니까 집행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상당히 우회적인 길을 취하고 있고요. 다만 실질적으로 강제실종의 경우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는 국제범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광범위하게 벌어질 경우에는 반인도 범죄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인도 범죄나 전쟁범죄는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 범죄가 되기도 하고요. 또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그 부분에 대해 어떤 실질적인 조처를 취할 경우에는 그 해당 국가나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도 가능하긴 합니다만 현재 우리 국제법이나 유엔 시스템 내에서 강압적인 수단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설득과 지속적인 협력의 모색, 또 필요할 때는 압력을 가하는 그런 형식으로 해결을 추구해 가고 있습니다.

기자) 끝으로 북한 같은 권위주의 정부들이 유엔과 강제실종 문제 해결에 협력하면 국가적으로 어떤 유익이 있을까요?

백태웅 의장) 아시는 것처럼 권위주의나 독재의 경험을 한 많은 나라가 과거에는 그런 인권침해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심지어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그런 일을 하기도 했지만, 그 상황이 극복되고 나서는 정부와 국가 전체 또 사회 전체가 그 혜택을 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실제로 인권을 침해하는 상황은 정상 사회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 인권침해를 사회 시스템의 중심으로 마냥 놓는 경우라면 그 체제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저희는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기본적인 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그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인권을 개선하고 실질적으로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고 또 그 부문에서 국제사회는 열려 있습니다. 함께 필요하다면 도움을 주려고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북한도 좀 더 개방된 태도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주기를 저희는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습니다.

기자) 의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백 의장: 감사합니다)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의 백태웅 의장으로부터 강제실종의 심각성과 유엔의 조치, 북한의 협력 상황에 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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