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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위반 암호화폐 전문가 재구금 결정…"도주 우려 높아"


미국 연방지방법원 뉴욕남부지원 건물.
미국 연방지방법원 뉴욕남부지원 건물.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뒤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던 미국인 암호화폐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 씨에 대한 재구금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법원 명령을 어기고 암호화폐 계좌에 접근을 시도했기 때문인데요,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높아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법원이 버질 그리피스 씨의 보석 조건 위반을 공식 확인하고 그에 대한 구금 명령을 내렸습니다.

미 뉴욕남부 연방법원 케빈 카스텔 판사는 21일 공개된 결정문을 통해 “재판 출석이 합리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조건이나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의 우위를 확인한다”면서 “(그리피스 씨는) 재판이 열리는 동안 미 마셜국의 구금 처분을 받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검찰은 그리피스 씨가 자신의 암호화폐 계좌에 접근하려고 시도했다며, 보석 조건에서 이 같은 행위가 금지된 만큼 재판부가 재구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검찰의 요구에 따라 법원은 20일 그리피스 씨의 출석을 명령했었습니다.

카스텔 판사는 결정문에서 “피고에게 적용된 혐의는 심각하며, 20년의 구금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가 도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하면서, 그리피스 씨의 계좌 1개에 예치된 암호화폐 가치가 100만 달러에 달한다는 점과 국내외 다른 자산에 대해 알려진 게 없다는 점, 그가 싱가포르에 거주했고 북한을 방문하는 등 미국 외 나라들과 관계가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아울러 그리피스 씨가 총명하고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이지만 법원 명령을 우회하려는 그의 시도는 영리하거나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 사진= Cal School Of Information.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 사진= Cal School Of Information.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개발자였던 그리피스 씨는 지난 2019년 미 정부의 허가 없이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회의에 참석했고, 같은 해 11월 미국의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과 대북 제재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당시 검찰은 그리피스 씨가 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약 100명의 북한인들에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제재 회피와 자금세탁에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조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피스 씨는 체포 직후 구치소 수감 대신 부모의 집에 머무는 것을 허가 받았고, 동시에 자신의 암호화폐와 이메일 계정 등에는 접근하지 못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리피스 씨는 당초 10만 달러의 가치를 지녔던 자신의 암호화폐가 100만 달러대로 상승하자 지난 5월과 6월 암호화폐 거래소에 메시지를 보내 ‘변호인의 허락’을 근거로 계좌에 대한 접근 권한을 요청했습니다.

그리피스 씨 변호인 측은 지난 16일 법원에 제출한 서한에서 “이번 상황이 최악의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법적 비용 마련을 위해 모친을 통해 미국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거래소에 연락을 취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리피스 씨의 형량이 결정되는 재판은 오는 9월21일 열릴 예정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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