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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 탈북민 교류 프로그램들, 코로나로 대부분 중단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탈북 대학생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탈북 대학생들.

미국과 한국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진행하는 다양한 탈북민 교류 프로그램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습니다. 탈북 대학생 48명이 혜택을 받았던 한미대학생연수(WEST)는 선발을 중단했고, 미 국무부의 대표적인 ‘국제 방문자 리더십 프로그램’도 재개가 어려울 전망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 수 십 명은 해마다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주도하는 다양한 미-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을 방문해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대부분 프로그램이 연기되거나 취소됐습니다.

한국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은 17일 VOA에, 한국 대학생들이 미국에서 최대 18개월 간 어학연수와 인턴을 할 수 있는 ‘한미대학생연수(WEST)’ 참가자 선발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5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한 차례 선발 일정을 보류한 끝에 지난달 31일, 참가자의 안전을 고려해 올해는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지난 2008년 미-한 정상이 합의한 뒤 이듬해부터 시작한 한미대학생연수(WEST)는 한국 대학생 수 백 명이 미국에서 6~ 18개월까지 어학과 인턴, 여행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국립국제교육원 국제화전략팀 관계자는 VOA에, 이 프로그램에 선발돼 미국에서 연수를 받은 한국 내 탈북 대학생은 지난해 말 현재 48명이라고 밝혔습니다.

탈북 대학생들은 지난 2011년 5명을 시작으로 해마다 미-한 정부의 장학금을 받아 미국을 찾았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기회가 사라진 겁니다.

미국 정부의 대표적인 공공외교 프로그램인 국제지도자 프로그램(IVLP)도 5개월째 중단돼 탈북민들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미 국무부 교육문화국(ECA)은 지난 3월 언론 보도문을 통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여행 경보와 주의보 격상을 반영해 모든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잠정중단한다고 발표한 뒤 아직 재개 움직임이 없는 상황입니다.

국무부 교육문화국 관계자는 18일 VOA에, 국무부의 교류 프로그램들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재개 여부 검토 사안도 다양하다며, 그러나 프로그램 재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탈북민 프로그램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모든 프로그램이 각국에서 실현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교환 프로그램 재개 검토와 관련해 미 현지 공관, 국무부 동료들과 상황을 긴밀히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ECA will continue to work closely with U.S. missions and State Department colleagues to evaluate local conditions as we consider restarting exchange programs.”

국무부는 1940년부터 시작한 ‘국제 방문자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에서 22만 5천 명이 연수했으며, 이 가운데 전현직 국가 지도자 500명이 포함돼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미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미국공공외교자문위원회’는 올해 보고서에서 이 프로그램 등 다양한 미-한 교류 프로그램에 지금까지 탈북민 150명이 참가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위원회는 “탈북민들은 북한 내부의 가혹한 현실에 대해 (증언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고 효과적인 대변인들”이라며 탈북민들에 대한 교류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했었습니다.

[보고서] “North Korean defectors are among the most credible and effective spokespersons on the harsh realities within the country.”

‘국제 방문자 리더십 프로그램’ 연수를 받은 탈북민 중 일부는 과거 VOA에 귀한 체험을 했다며 더 많은 탈북민들이 혜택을 받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북한 요덕관리소 출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입니다.

[녹취: 강철환 대표] “내가 가진 새로운 역량을 발견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저에게는 잊혀지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좀 더 많은 탈북민들이 이 프로그램을 더 많이 경험해서 선진화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 경험들이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북한의 변화와 민주주의 학습 경험을 북한 주민들과 나누고 전수하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올해 탈북민들은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전 세계를 잇는 학술 교류 프로그램인 풀브라이트 프로그램도 일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한미교육위원단 관계자는 17일 VOA에, 지난해 선발된 탈북 학생 2명 중 1명이 올해 1월부터 미국에서 영어 연수를 받고 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조기 귀국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을 포함해 탈북민 총 11명이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거나 졸업 후 귀국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민간단체들의 탈북민 관련 교류 프로그램도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모두 내년으로 연기됐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한국 내 탈북 대학생들을 선발해 ‘워싱턴 리더십 프로그램(WLP)을 개최하고 있는 한인나눔운동(KASM)은 올해 프로그램을 내년으로 연기했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이 단체 나승희 대표입니다.

[녹취: 나승희 대표] “4월 초에 금년 참가자 15명을 선발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가 진정이 되지 않고 미국에서는 오히려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내년으로 연기했습니다. 굉장히 아쉬운 마음인데, 내년에는 꼭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탈북민 대안학교인 두리하나국제학교도 매년 여름 진행해 온 미국 방문 프로그램을 올해는 취소했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탈북민들은 미국을 체험하고 세계관을 넓힐 소중한 기회가 사라져 안타깝다는 반응입니다.

탈북민 출신의 미 공무원으로 미국을 찾는 탈북 대학생들에게 자원봉사와 멘토 활동을 하는 조성우 씨입니다.

[녹취: 조성우 씨] “요즘 한국 내 탈북민들이 인권에 대한 정부 정책 등 여러 이유로 많이 답답해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상황에 미국에 와서 다른 나라가 어떻게 하는지 배울 수 있으면 좋은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움의 단계, 자신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기회로 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런 왕래마저, 기회마저 사라지니까 굉장히 답답해할 것 같아요.”

국무부와 민간단체들은 인적 만남이 계속 어려울 경우 온라인을 통한 원격 화상모임을 장려하고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종료돼 교류 프로그램이 가능한 빨리 재개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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