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탈북민 출신 박지현 씨가 오는 5월 실시될 영국 지방 선거에서 맨체스터 수도권 도시 베리(Bury)의 홀리루드 지역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다. 사진=영국 보수당 웹사이트.
유럽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탈북민 출신 박지현 씨가 오는 5월 실시될 영국 지방 선거에서 맨체스터 수도권 도시 베리(Bury)의 홀리루드 지역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다. 사진=영국 보수당 웹사이트.

유럽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탈북민 출신 박지현(52) 씨가 오는 5월 실시되는 영국 지방선거에 구의원 후보로 출마합니다. 

박 씨는 8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영국 보수당에 거주지인 맨체스터 수도권 도시 베리(Bury) 내 구역(Ward) 의원 후보로 지원한 뒤 인터뷰를 거쳐 최근 홀리루드(Holyrood) 지역 구의원 후보로 최종 선정돼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베리의 홀리루드 구의원 후보가 박지현 씨라며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 영국 보수당 홈페이지 바로 가기

북한을 탈출해 자유세계에 정착한 탈북민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선거에 후보로 출마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입니다. 

박 씨는 `고난의 행군’ 때인 1998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인신매매와 강제북송 등 어려움을 겪은 끝에 지난 2008년 영국에서 망명 지위를 받아 정착한 뒤 영국 시민이 됐습니다.

이후 탈북 여성과 아동의 인권 보호 활동을 하는 ‘징검다리’ 대표로 활동하며 탈북 난민을 위한 주민센터를 공동 설립하는 한편 유럽 국가들을 방문하며 활발한 북한 인권 운동을 펼쳐 왔습니다. 

박 씨는 이런 활동으로 영국의 ‘2018 아시아 여성상’ 대상, 2020년에는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신설한 ‘브레이브 어워드’를 공동 수상했습니다.

박 씨는 구의원에 당선되면 영국 정착 초기에 영국인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지역 주민들과 나누며 교육 등 지역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8일 박지현 씨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구의원 선거에 정당 후보가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지현 씨) “안녕하세요 박지현입니다. 저는 2008년에 영국에 정착했고요. 12년째 영국 베리에 살고 있으며 이번에 지역 보수당 후보로 영국 홀리루드에 출마하게 됐습니다.” 

기자) 어떻게 영국 구의원에 출마하게 되셨나요?

박지현 씨) “사실 12년 전 영국에 도착했을 때 처음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것이란 생각을 못 했어요. 왜냐하면 북한에서, 중국에서도 그렇고 누구도 저희에게 단 한 번도 손을 내민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영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정말 다른 세계를 봤죠. 영어를 모르는 저희를 위해 통역도 친절하게 찾아 주고, 언어뿐 아니라 영국의 삶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얘기해줬던 영국 시민들이 제게는 정말 감사한 사람들이어서 저희도 언젠가는 그 감사함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어요.”

영국에 난민 지위로 정착한 탈북민 박지현 씨가 지난 2019년 6월 영국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기자) 그래도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박지현 씨) “그러다가 지난해 코비드-19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힘들었잖아요. 당시 저희가 조금이나마 영국 시민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마스크를 양로원에 기부했어요. 그때 영국 시민들이 저희에게 보내준 문자 내용 중에 난민으로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이렇게 도와준다는 것에 너무 놀랐고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용기가 생겼어요. 또 저희가 비록 난민으로 여기에 왔지만, 우리 손길을 바라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많을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역 후보로 나가는 것을 생각했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기자) 보수당은 영국의 집권당인데, 어떤 인연이 있나요?

박지현 씨) “제가 2016년부터 (자유와 책임의 상징 때문에) 보수당에 가입했습니다. 정치를 위해 가입한 게 아니라 우리 같은 탈북자들은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가끔 그런 자유를 망각할 때마다 그 (당원증) 카드를 보면서 ‘아! 내가 이 길로 가면 정말 잘못되는 것인데, 너무 사람들을 이용해 욕심내면 안 되지!’ 이렇게 나한테 채찍질을 해주기 위해서 사실 당에 가입했어요.”

기자) 베리(Bury)는 홀리루드(Holyrood) 등 17개 구역에서 각각 3명씩 모두 51명의 구의원을 뽑는데, 보수당 후보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박지현 씨) “지원서를 제출하고 처음에 서류가 합격했다는 이메일이 와요. 그럼 인터뷰를 하고요. 인터뷰 끝나면 Ward(구역)를 정하거든요. 여기서 (몇 곳) 선택을 하라고. 그래서 선택을 하면 지원자들이 많잖아요. 그럼 또 인터뷰해요. 왜냐하면 한 구역에 한 사람만 뽑으니까. 인터뷰를 해서 또 뽑히고 그렇게 해서 크리스마스 직전에 확정이 됐어요. 그리고 제가 이번 주에 이것을(선거 홍보) 올렸어요.”

기자) 베리는 야당인 노동당이 10년 가까이 구의회를 장악할 정도로 강세인데, 선거운동은 어떻게 계획하시나요?

박지현 씨) “원래 지금부터 선거운동이 진행돼야 하는데, 영국은 2월 중순까지 (코로나로) 락다운(Lockdown)이 됐잖아요. 그래서 1차적으로 저희 선거운동이 페이스북 개설하고 동영상으로 인사말 올리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인사말을 올렸고 왜 와드(Ward)에 출마했는지 올렸고, 어제 저녁에도 저희(보수당) 회의가 있었어요. 어떻게 선거를 해야 하고 전략을 짜는 회의들이 있었죠. 저는 처음이다 보니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기자) 영국에서 영어를 아주 열심히 공부하셔서 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원어민 후보들과 경쟁하려면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텐데요. 
 
박지현 씨) “저는 언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봐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저의 진실한 마음!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서로가 통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기자) 선거 관련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도 개설하고, 당원들과 회의도 하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박지현 씨) “사실 힘든 것보다 즐겁습니다. 이런 사회를 알아간다는 것이 행복하고 특히 제가 지원한 곳은 한국인들이 많이 없지만, 이런 것을 함으로써 탈북민들이 (런던 근교) 킹스턴 지역에 많이 살고 계시잖아요. 그럼 제가 여기 지역 구의원을 했을 때 지역 시민사회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게 되면 킹스턴 지역에서 일하는 우리 탈북민단체들에 조언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지현 씨가 지난 2019년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과 홍콩의 자유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박지현.

기자) 영국에는 한인 4만여 명, 탈북민 700여 명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베리는 어떤가요?

박지현 씨) “제가 사는 베리에는 (탈북민이) 없고요. 저희 한 가족밖에 없어요. 한인들도 없습니다. 맨체스터에는 탈북민이 몇 분 계시고요. 그런데 저희하고는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상관이 없습니다. 또 저희 지역은 난민들도 별로 없어요. 새롭게 도전을 하는 겁니다.”

기자) 탈북민 등 한인이나 난민 출신 이민자가 거의 없고, 노동당 강세 지역이고… 정말 큰 도전을 하시는 것 같군요

박지현 씨) “그래서 저는 이 기회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도전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사람마다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과 가치관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것을 마음껏 펼치도록, 진짜 한국에 계신 탈북민들도 그렇고, 여기 영국에 있는 탈북민들도 그렇고 자기 재능을 내다보여야만 사람들이 볼 수 있거든요. 마음 속에만 갖고 있으면 누구도 못 알아보니까. 그냥 마음껏 펼치라고! 누구도 거기에 대해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없고 박수 쳐주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어요.”

기자) 북한에서 서른 살이 넘어 탈북하셨으니까 투표도 하셨을 텐데, 영국의 선거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박지현 씨) “완전 극과 극이라고 봐야죠. 북한에서는 한마디로 강요에 의한, 강제에 의한 투표였다면 여기 영국은 자유롭게 내가 선택하고 싶은 사람 마음대로 선택하고. 진짜 자유의 한 가지 상징이 선거잖아요. 그것을 영국에서 느꼈기 때문에 진짜 뿌듯하죠. 북한은 그냥 강제적이잖아요. 아무리 당원이어도 일반 사람들은 내가 대의원 후보가 되어야겠다? 이런 거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죠.”

기자) 영국 내 한인은 이민 역사 60여 년 만에 지난 2018년 두 명이 최초로 구의원에 당선됐습니다. 탈북민들의 정착 역사는 15년 정도 되는데, 당선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박지현 씨)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교육입니다. 우리가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못 한다면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를 언제 빼앗길 줄 모르잖아요. 두 번째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멘탈 프로그램 같은 부분들에 힘을 쓰려고 해요.”

기자) 당선 여부를 떠나 이렇게 이역만리 조국을 떠나 외국에서 선거에 후보로 나선다는 자체 만으로도 북한 주민 등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박지현 씨) “네, 제가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 드리고 싶은 것은 스펙이 없어도 본인이 열심히 살고 도전 정신이 있으면 어디서나 누구든지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혼자 용감해서 나오는 게 아니고요. 제가 북한 주민들한테서 항상 배우는 도전이에요. 북한 주민들은 오늘도 김정은 정권과 맞서서 비록 목소리를 내지 못하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잖아요. 장마당에 나가서 일하고, 또 하루하루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모습 자체가 저희에게는 가장 큰 도전이거든요. 그 도전이 저에게 영감을 줘요. 제가 용기를 낸 것도 다 북한 주민들 덕분입니다. 앞으로 통일이 되거나 자유 세상에 나오셨을 때 북한에서 싸우셨던 그 도전처럼 여기에서도 도전하며 사시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진행자) 지금까지 오는 5월 실시되는 영국 지방선거에 탈북민 최초로 출마한 박지현 씨였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