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상 영어교육을 실시하는 미국 내 대북 인권단체 ‘에녹(ENoK)'. 웹사이트에 탈북자와 영어교육 중인 자원봉사자의 모습이 실려있다.
탈북자 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상 영어교육을 실시하는 미국 내 대북 인권단체 ‘에녹(ENoK)'. 웹사이트에 탈북자와 영어교육 중인 자원봉사자의 모습이 실려있다.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국에서 탈북민들에게 무료 영어교육을 제공해온 단체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서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라디오
[뉴스풍경] 코로나 사태 속 미국 내 탈북민 무료 영어교육 자원봉사자들

‘북한 사람들을 해방시키자’는 의미의 단체 이름을 가진 ‘ENoK(Emancipate North Korea)은 미국 내 탈북민 지원단체로는 유일하게 탈북민들에게 숙식과 일대일 영어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1년 설립돼 2013년부터 온라인 일대일 영어교육을 제공했고, 6년 전부터는 시카고의 엠파워 하우스라는 공간에서  탈북민들을 돕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단체를 거쳐 간 탈북민은 20여 명이고,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습니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대학생과 직장인들로 이뤄진 봉사자들은 짜여진 시간표 대로 학생들을 방문해 일대일 수업을 진행하고 숙제를 내주는데, 하루 6시간은 꼬박 매달려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엠파워 하우스가 일반 주택이어서 봉사자들과 만나 공부하는  인원은 제한적이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많은 탈북민들이 도움을 받아 왔습니다.       

자원봉사자인 제임스 키슬릭 씨는 그동안 온라인 수업을 이어온 노력 덕분에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James]”For me, I don't think COVID-19 has had a direct impact on tutoring per se. The student whom I am supporting right now lives in a different state anyway..”

한국 청주에서 교사로 일했다는 키슬릭 씨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10명의 탈북민을 가르쳤는데, 다른 주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을 온라인으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키슬릭 씨는 코로나 사태로 직장을 잃은 탈북민들이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돕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키슬릭 씨는 미국 내 탈북민들의 결혼식이나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영어 수업 외에 영어가 필요한 많은 상황에서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력서나 건강보험 안내 등 서류 작성을 도왔고, 코로나 봉쇄 조치가 풀리면 체육관에서 함께 운동도 할 계획입니다.

탈북민들을 도우면서 배운 것이 많다는 키슬릭 씨는 지난 5년 동안 이런 점에 집중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James] “what they need to know to pass certain exams. But also we want to help them to explore the frontiers of new possibilities in their lives and in particular, we need to give them space for and support them through the process of figuring out things that do not have right or wrong answers”

에녹의 지침에 기초해 학생들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가르치고 있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 일과, 특별히 옳고 그름을 깨우치도록 지원한다는 설명입니다. 

시카고대학에 재학 중인 앤디 엘러 씨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시작한 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온라인으로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학생으로서 많은 양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앤디 씨는 탈북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생각보다 매우 쉬운 것을 알게 된 것이 자신이 얻은 혜택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또래의 탈북민 남학생과 만나 친구가 된 경험을 나누는 앤디 씨는 ‘강한 열망으로 모국을 떠나 그동안 찾지 못했던 더 나은 삶을 찾는 사람들’이 바로 탈북민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도전이 두려울 수 있는 이들에게 정보를 주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들을 자신과 닮은 점이 많은 ‘친구’라고 말하는 한국인 유학생 김보경 씨에게 `에녹’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비영리단체 자문에 관심이 높은 자신에게 취약한 사람들을 돕는 단체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입니다.   

시카고대학에 다니며 2년째 봉사하고 있는 김 씨는 에녹의 공동 대표를 맡게 됐는데요, 에녹을 성장시킬 더 많은 기회를 찾아가며 학교와도 협력할 방안이 있는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시카고 지역에만 30여 명의 탈북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중 절반이 에녹을 거쳤습니다.

에녹의 설립자인 홍성환 대표에 따르면 에녹을 찾는 탈북민 대다수가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인 검정고시 GED를 목표로 들어옵니다.  

이들은 평균 2년 정도 머물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간호보조사, 미용사 등 취업에 필요한 자격등 취득을 위한 공부도 함께 합니다.  

홍 대표는 꿈이 있고 목표를 세운 탈북민들의 경우 성취도가 더 높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홍성환]” 꿈이 정확하고, 목표가 뚜렷한 사람들은 확실히 열심히 합니다. 영어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거 같아요. 2년 정도 있다가 간 친구들 중에서는 대학원 다니는 친구도 있고, 졸업이 바로 앞에 있는 친구 처음엔 수학 같은 거도, 초등학교 수준부터 시작했는데, 경제학자인 저도 모르는 수학을 공부하는 친구도 있고요. 그런 친구들은 앞날이 기대되는게 있어요.그런 친구들은 대단한거 같아요.”

그러나 북한에서 제대로 공부한 경험이 없어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꾸준히 참고 공부해야 성과가 나오는데 진전이 빨리 느껴지지 않아 계획을 자주 바꾸면서 학업과 직업 모두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겁니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사회주의체제에서 살던 탈북민들이 자본주의사회에서 경험하는 시행착오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봉쇄 조치로 현재 엠파워 하우스에 거주하는 탈북민은 한 명도 없습니다.  

단체 설립 후 처음으로 한국 내 탈북민 3명이 3개월 방문을 끝내고 지난주에 돌아갔는데, 비자를 받고 다시 제대로 공부를 하려고 했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계획이 무산된 겁니다.  

홍 대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외부의 영향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만큼은 예외라고 말합니다. 

[녹취: 홍성환] “저희가 애초에 일로서,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정치적인 영향도 받은 적 없었는데, 외부 상황에 영향을 받는 건 처음입니다. 수업이 온라인으로 밖에 안 되는데, 올려고 했던 한 친구도 못오게 됐고, 4월 초에 오려고 했었는데..”

탈북민들에게 ‘무료 영어교육 기숙사’로 잘 알려진 탈북민 지원단체 ‘에녹’.

홍성환 대표는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엠파워 하우스에서 직접 이뤄지는 수업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홍성환] “이미 알던 사람은 괜찮지만, 직접 만나는 게 좋은 친구로 많이 남는 거 같은데. 그게 원활하게 진행이 안 되니까 안타깝습니다..”  

수업의 질을 떠나 직접 만나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쌓이는 것은 탈북민과 자원봉사자들 모두에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