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차이나타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모자의 손에 장 본 물품이 들려 있다. (자료사진)
2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차이나타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모자의 손에 장 본 물품이 들려 있다. (자료사진)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국 내 탈북민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뒤바뀐 일상에 적응하느라 적잖은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라디오
[뉴스풍경] 미국 내 탈북민, 코로나로 뒤바뀐 일상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거의 대부분 주 정부가 이동제한령을 발동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3억 3천만 명 미국인들의 상당수가 발이 묶인 상태에서,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미국인들이 많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 난민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는 일상이 뒤바뀐 탈북민들의 유일한 창구인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게시물을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주 전체 자택대기령이 내려진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30-40대 탈북 여성들의 페이스북.

사진과 함께 짧은 문구가 눈에 띱니다. 마스크를 쓰고 매장에 나온 한 여성은 휴지, 물 등이 동이났다면서 진열대 사진을 올렸습니다.

프리랜서 전문직인 40대 여성은 자신이 일했던 장면을 담은 사진과 함께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적었습니다.

또다른 여성은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미국인들이 우려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미 동부 버지니아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50대 탈북민 남성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손님을 위한 손세정제를 누가 가져갔다면서,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라고 적었습니다.

자신의 일상을 올리며 다양한 내용으로 외부와 소통하던 미국 내 탈북민들의 소셜미디어는 코로나 사태에 얽힌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미 동부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해산물 식당을 운영하는 데보라 최 씨의 페이스북에는 자녀들의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선생님이 방문했다는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녹취: 데보라 최] “20분 전에 학교 선생님이 찾아오셨거든요. 과제랑 방학까지 없으니까, 열심히 해야하고 과제도 애들 좋아할 선물 챙겨서 문밖에서 인사만 하고, 이렇게 힘든 상황에 서로 도와주려고, 고무해주고, 챙겨주고, 마음이 따뜻해서.. 감동하고. 과제만 가져온 게 아니고, 선물까지.. 이런 상황 속에서 따뜻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거 같아요. 같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게 협력하는데. 못보던 문화라서, 지금 사진찍고 그랬어요..”

사진은 대문 앞에 앉은 미국인 여교사 뒤로 데보라 씨의 자녀가 웃고 서있는 모습입니다.  

엄마와 선생님 역할까지 하고 있는 데보라 씨는 개인사업자로서 어려움도 호소합니다. 2월부터 이어진 수익 감소로 재정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기에 이번 사태가 장기전으로 가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리치몬드 버지니아베테랑스병원 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소피아 린 씨도 식당 영업은 계속 하고 있지만 수익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며 걱정했습니다.

[녹취: 소피아 린] “몽땅 도시락 싸는 게 많고, 스시는 매상이 많이 떨어졌고요.  매상이 배로 떨어졌어요. 40%?”

소피아 씨는 지금은 아무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꿈이 없는 상태라며, 이번 사태가 해를 넘길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 종사자인 탈북 남성은 누구보다 절실하게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탈북 남성] “바이러스 때문에 장사가 안 돼 가지고, 다 손님도 캔슬하고. 회사가 뭐 내가 다 알아서 전화해서 해야죠. 빨리 이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래야죠. (장기전으로 가면)점점 더 힘들어지겠죠. 여행사라는 게 이동 제한이 없어야 하는 비즈니스인데, 다 집에만 있으니.. 안 되죠. 요식업계는 배달서비스라도 하는데 (여행업계는) 다 캔슬하고.”

이 남성은 병행하고 있는 집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엔비도 모두 취소됐다면,서 현재 주식을 팔아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내 탈북민들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제정적인 영향은 업종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미국 회사와 올해로 7년째 계약을 유지하며 장판을 까는 바오로 김 씨는 완공됐지만 입주 전인 새 집에서 단 둘이서 일하는 작업 특성상 이번 사태에 영향이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바오로 김] “지금도 일하는데, 지장없이 다니죠. 아침에 회사에서 자재 싣고 와서 헬퍼 한 명 쓰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큰 영향 없어요. 회사에서 서류를 만들어서 경찰 단속할 때 보이면 문제가 없어요. 서류 한 장씩 주더라고요.”

정부로부터 받은 허가증을 보이면 이동제한령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미 노동부에서 경제학자로 일하는 30대 남성도 주 업무가 분석, 연구인만큼 재택근무로 대체됐을 뿐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치과보조사로 일하며 학업을 병행하는 탈북민 아내는 직장이 문을 닫고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등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남성은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소통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오래 전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지인들에게 연락을 받는 등 어려운 상황에 서로 도우며 서로 위로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동남부 조지아주와 앨라배마 주에 걸쳐 있는 대규모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탈북민들은 현재 8-10여명. 

앨라배마 몽고메리에서 거주하는 40대 탈북 여성 쥴리 씨는 지난 3월 말 일주일의 비상 유급휴가를 마치고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공장 내 확진자가 발생해 4월1일이었던 출근 날짜가 13일로 늦춰졌고, 다시 출근할 때까지 임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동안 모아놓은 유급휴가를 쓰고 있습니다.  

[녹취: 줄리 김] “정부에서 비상 상황에 지급하는 7일 유급휴가를 주고 있어요. 정규 휴가와 개인 병가를 쓸 수 있어요. 한 25일 정도..”

다시 출근해도 확진자들이 나온 공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꺼림직하다고 말하는 줄리 씨는 한국에서 오기로 돼 있던 마스크도 항공편 결항으로 받을 수가 없어 우려하고 있습니다.

쥴리 씨는 앨라배마 몽고메리 시는 야간통행금지령까지 내렸다면서 전염병으로 망가진 일상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랬습니다.

버지니아에서 일본식 초밥 요리사로 일하는 저스틴 김 씨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영향에서 빗겨 갈 수는 없습니다.

저스틴 씨에게는 이번 사태가 오래가지 않기를 바라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는 9월 결혼식을 앞두고 최근 수 십 장의 청첩장을 지인들에게 발송했기 때문입니다.

저스틴 씨의 청첩장에는 “그가 반지를 끼워줬어요”라는 약혼녀의 메시지와, “그녀가 나의 청혼에 ‘네’라고 말했어요” 라고 적은 노트를 애교있게 들고있는 사진들이 담겨 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