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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권단체 "북한, 광범위한 종교탄압 자행…일부 가해자 신상 확보"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공개한 지난해 4월 북한 개천 교화소의 위성사진. 사진 제공: HRNK / DigitalGlove NextView License.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공개한 지난해 4월 북한 개천 교화소의 위성사진. 사진 제공: HRNK / DigitalGlove NextView License.

북한에서 당국에 의한 광범위한 종교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는 증언을 담은 영국 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종교 행위를 이유로 고문과 처형을 당한 사례도 있는데, 이 단체는 일부 가해자 신상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대북인권단체 ‘한국미래이니셔티브’가 26일 북한 내 종교 탄압 실태에 대한 탈북민들의 증언을 담은 보고서(신앙에 대한 박해:북한 내 종교자유 침해 실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간 진행한, 북한에서 종교 탄압을 경험했거나 목격한 탈북민들과의 인터뷰 117건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이를 통해 종교 탄압 피해자 273명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확보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확인된 피해자 273명 중 기독교 관련이 215명, 무속신앙이 56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는 3세부터 80세 사이였으며, 기록된 피해자 중 여성과 여아의 비율이 60%가량을 차지했습니다.

탄압 사유로는 중복 사례를 포함해 종교적 행위 149건, 중국 내 종교 활동 110건, 종교적 물품 소지 78건, 종교 관계자와의 접촉 77건, 예배 장소 방문 72건, 포교 행위 22건 등이었습니다.

기록된 침해 사건으로는 자의적인 체포(244건), 구금(195건), 투옥(125건) 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강제송환(79건), 연좌제 적용(36건), 고문과 지속적인 폭행(36건), 성폭행(32건), 처형(20건) 등도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증언도 소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무속신앙 행위를 해 유죄판결을 받은 여성 3명이 혜산시 비행장에서 총살을 당했고, 북한으로 성경을 밀수한 사실이 발각된 후 체포돼 양강도 삼지연 병원 근처에서 처형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17년 9월 중국 랴오닝성 차오양에서 열린 기독교 기도 모임에서 북한 출신 여성이 성경을 읽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중국 랴오닝성 차오양에서 열린 기독교 기도 모임에서 북한 출신 여성이 성경을 읽고 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한국미래이니셔티브의 제임스 버트 연구원은 2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사에서 확보한 수많은 증언들은 북한 내 종교 탄압이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자행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버트 연구원/ 보고서 공동저자]“As soon as you start to get into some of the big numbers so we documented 244 incidents of arbitrary arrest we documented 125 instances and that's just within 117 interviews, so you know it does suggest wider patterns, even though we, at this stage we can't prove…”

확보한 사례들을 모두 검증할 수는 없지만, 117차례의 인터뷰에서 수백 건의 관련 사례가 나왔다는 점은 북한 내 종교 탄압이 ‘임의적이고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종교 자유 침해 가해자 54명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가해자 34명에 대해서는 이름을 포함해 계급, 지리적 위치, 신체적 특징과 관련 기관에 대한 추가적인 식별 정보를 입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종교 자유 침해와 관련이 있는 기관으로 북한 국가보위성, 인민보안성, 중국 공안부, 국경경비대를 지목했습니다.

다만 보고서는 가해자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름을 제외한 가해자 54명의 정보를 명시했습니다.

실례로 40대 소좌 계급의 한 북한 관리는 2010년 국가보위성 소속으로 양강도 김정숙군사보위부 사무소에 근무하며 고문과 지속적인 폭행 등에 관여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국미래이니셔티브 측은 이와 관련해 VOA에, 가해자의 이름을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을 방침이지만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추가 조사를 할 권한을 가진 국제사회와 기관 등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중국의 탈북민 강제송환이 북한 내 종교탄압을 촉발시키는 중대한 요인이지만, 중국 내의 체포와 구금, 강제송환 절차 자체에서도 심각한 종교의 자유 침해가 이뤄진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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