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미국 정부가 지난 2016년 심각한 인권 유린 혐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인권 제재를 부과한 지 5년이 됐습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과 인권단체들은 인권 제재가 김 위원장에게 자국민 탄압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란 경고와 개선 압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2016년 7월 6일, 바락 오바마 당시 행정부는 의회가 채택한 대북제재강화법에 근거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사상 처음으로 인권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존 커비 당시 국무부 대변인은 대북제재강화법의 요구에 따라 북한 내 인권 침해 관련 책임 규명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심각한 인권 유린이나 검열에 책임이 있거나 관련이 있는 북한 관리들과 기관들을 규명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커비 당시 대변인] “Today, as part of our efforts to promote accountability, we are releasing a report identifying North Korean officials and entities responsible for or associated with serious human rights abuses or censorship.”

미국 정부가 밝힌 인권 제재 이유에는 주민들에 대한 강제실종과 구금, 강제노역, 고문, 검열, 고위 관리들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잔인한 처형 등 다양한 혐의가 나열됐습니다.  

국무부는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북한의 인권 유린과 검열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고,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김정은 위원장 등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미국 정부가 인권 침해만을 이유로 외국 정상에게 직접 제재를 부과한 것은 거의 유례가 없어 당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미국이 인권 제재를 통해 북한 내 반인도적 인권범죄의 주범을 김 씨 가족으로 낙인찍었다며, 최고 존엄이란 선전선동의 허상을 무너뜨리고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깨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반겼습니다. 

아울러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한 자들에게 표적 제재를 해야 한다고 권고한 이후 미국이 이를 처음으로 행동에 옮긴 것이어서 다른 나라에 미칠 파장도 주목됐습니다.

북한 정권은 미국이 김 위원장에게 제재를 부과하자 관영매체와 외신 인터뷰를 통해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후 2018년 12월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등 관리 32명과 기관 13곳에 미국 입국금지, 자금 동결과 거래 중단 등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5일 VOA에 미국 정부의 대북 인권 제재가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북한 정권이 실질적인 개선 조치를 할 때까지 이런 조치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e sanctions do serve a useful purpose in reminding North Korea and reminding, other countries as well that North Korea has a serious human rights issue, and we need to continue to press North Korea on that issue.”

대북 인권 제재는 북한에 심각한 인권 문제가 있고 이에 대해 북한 정권을 계속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북한과 다른 나라들에 상기시키는 데 유용하다는 겁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킹 전 특사는 또 이런 제재가 단시간에 효과가 없더라도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며, 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대접받을 수 없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에게 자국민을 학대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란 경고 차원에서도 이런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고, 킹 전 특사는 강조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that we need to continue to do it we need to continue to remind Kim Jong-un that there is a price to pay for the kind of abusive treatment that he imposes on his people, and that's part of what we do with sanctions,”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의 대북 인권 관련 제재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 공조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반인도적 범죄에 책임이 있는 가해자들에게 표적 제재를 권고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가 인권 제재를 부과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는 다른 나라의 참여를 고무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m sure that the US bilateral sanctions when they were adopted encouraged other allied countries to consider doing that themselves. It's obvious they probably discuss this together at some point, and it probably influenced other countries to take up bilateral sanctions,”

영국 정부에 이어 유럽연합이 올해 처음으로 정경택 국가보위상과 리영길 사회안전상 등 북한 개인 2명과 중앙검찰소를 제재 대상에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란 설명입니다. 

로버타 코헨 전 미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

코헨 전 부차관보는 또 김정은 남매 등에 대한 인권 제재는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채택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정권에는 이 조치가 법에 근거한 것으로 인권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행정부가 임의로 풀기 힘들며, 향후 미-북 수교 등 관계정상화의 조건으로도 작용한다는 것을 북한에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미국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독자적인 인권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라며, 이에 대한 광범위한 국제 공조와 추가 제재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

이 단체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5일 VOA에,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 정권인 북한이 인권에 대한 국제 압박에 더 직면하지 않는 것이 솔직히 놀랍고, 이를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It’s frankly stunning, and totally unacceptable that the DPRK, as one of the worst human rights-abusing regimes in the world, has not faced more international pressure on human rights... There should be a concerted effort to place human rights concerns at the center of all dealings the international community has with Pyongyang. Only then will Kim and his government really pay attention to human rights of the North Korean people.   

로버트슨 부국장은 국제사회가 북한과 상대하는 모든 중심에 인권에 대한 우려를 두는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김정은과 그의 정부가 주민들의 인권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최악의 인권 상황에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군대 당국자들에 대해 계속 제재를 부과하고 일본과 호주, 유럽연합 등 동맹과 동반국들이 인권 관련 제재를 가하도록 고무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의 대북 인권 관련 제재 5주년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즉답하지 않은 채 “유엔의 대북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며, 유엔과 북한의 이웃나라들과의 외교를 포함해 제재 조치를 계속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 “United Nations sanctions on DPRK remain in place, and we will continue to enforce them, including through diplomacy at the United Nations and with the DPRK’s neighbors.”

코헨 전 부차관보는 이에 대해 최선의 대북 해법을 계속 찾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공개적인 제재 언급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 정부가 인권 개선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만큼 시간을 더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