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립 예술교육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이 탈북민과 다문화 가정, 문화예술 소외계층을 위한 전통예술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탈북민과 다문화 가정, 문화예술 소외계층을 위한 전통예술강좌가 열렸다. (자료사진)

5월 21일은 유엔이 제정한 ‘대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 사는 탈북민들은 VOA에,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삶의 질도 풍요로워진다며 북한도 개인의 다양성과 자유로운 문화를 존중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10년 전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정착한 글로리아 씨는 미 중서부에서 매우 다채로운 문화를 체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히스패닉계 미국인 남편과 원예사업을 하며 다양한 나라 출신의 고객들을 상대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글로리아 씨] “한국인이나 미국인들은 좀 연하고 화려하지 않은, 고급스러운 꽃 색깔을 좋아하는데, 인도나 멕시코 사람들은 굉장히 컬러플해요. 그 것도 완전히 스트롱한, 그래서 멕시코 출신들이 주문할 때와 백인이나 한국인들이 주문하는 게 완전히 달라요. 그런 데서 오는 문화적 충격이 처음에는 컸어요. 그런데 지금은 참 재밌어요.”

북한에서 획일화된 문화에 살다가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이젠 그 다양성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는 겁니다.

[녹취: 글로리아 씨] “(내게 문화적 다양성이란) 한 마디로 다른 거죠. 나의 사고방식과 삶에 대한 태도 등 모든 면에서 다른 거죠. 그냥 그 차이를 즐기는 것! 다양성이 있으니까 조합이 되죠. 삶의 방식과 문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 같다면 오히려 비정상일 것 같아요. 오히려 다양한 게 있기 때문에 조합이 되고 너무 아름다운 것 같아요. 하지만 북한의 문화는 수령에 대한 고정 방식으로 다양한 게 많지 않죠. 모든 척도가 우선 수령에 대한 한 가지죠. 그래서 북한에서는 별로 다양성에 대해 느껴보진 못 한 것 같아요.”

유엔을 비롯해 많은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21일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열며 문화 교류와 존중을 강조했습니다.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은 유엔총회가 2002년 제정한 기념일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며 인류가 직면한 문화의 획일화와 상업화, 종속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언어와 예술, 종교에서부터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 등 소수계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사회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할 때 국가와 인류가 모두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주한 미국대사관 등 미국 정부도 이날 ‘트위터’에 유네스코가 올린 다양한 전 세계 종교와 문화유산 사진들을 올리며 문화의 다양성 증진을 강조했습니다.

영국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탈북민 박지현 씨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더 배려하는 영국문화를 통해 다양한 문화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런던의 탈북민 지원단체 '커넥트:북한' 자원봉사자가 탈북민들을 위한 온라인 영어 강습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커넥트:북한' 박지현 간사.

[녹취: 박지현 씨] “영국에 처음 와서 영어를 배우려고 학원에 갔는데, 다양한 주제를 가르쳐요. 그런데 장애인 분들이 많이 와서 본인이 배우고 싶은 것들, 음식과 컴퓨터를 배우는 사람도 있고 처음에 참 놀랐어요. 북한에 살 때 저희 아파트에도 장애인이 있었는데, 막 아이들이 놀리고, 그 사람은 학교도 못 갔어요. 장애인이어서. 그런데 영국은 장애인 전용차도 있고, 말을 제대로 못 해도 본인이 배우겠다고 표현하면 국가가 나서도 배움을 주잖아요. 완전히 다른 문화죠. 북한에서 체험하지 못한.”

박 씨는 탈북 후 중국에서 체험한 언어 등 다른 문화가 영국 정착에도 도움이 됐다며, “문화적 장벽을 적극적으로 허물 때 다문화는 나 자신과 사회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실제로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독일에서 화가로 활동하는 송벽 씨는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아름다운 자연과 여러 문화를 즐기는 것 자체가 문화의 다양성임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송벽 씨] “길거리에 나가 보세요.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계절이에요. 꽃들이 만발하고, 새봄에 만물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사람들도 자기 몸매를 뽐내느라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나와 즐기고,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기 삶의 의욕과 자태를 자랑하잖아요.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표정도 제대로 없잖아요. 자연이 가져다주는 이 아름다움을 감상도 못 하고. 그런 게 안타깝습니다.”

송 씨는 북한에서 “이천만이 총폭탄이 되어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하자”고 외치던 구호와 포스터를 보다가 독일에서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공연, 나를 뽑아달라는 정치인들의 선거 포스터를 보면 “문화 다양성은 곧 자유”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송벽 씨]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인간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질 권리와 행복을 찾을 권리를 하나님이 주셨잖아요. 그런데 이천만이 김 씨 일가를 위해 총폭탄이 되자는 게 말이 되나요? 북한에서는 당연시 생각했던 구호들이 서방세계와 유럽, 한국 문화를 접하면서 아 인간을 위해서 문화의 다양성이 존재하는구나. 문화를 통해, 글을 통해, 나처럼 그림을 통해 삶과 정의를 구현하는 겁니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북한에서의 그 억압된 문화가 어떻게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종종 들 때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지현아 씨는 한국과 국제 행사에서 다문화를 체험할 때면 북한에서 캐던 다양한 산나물과 약초가 떠오른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 여성들이 한국 정부의 탈북민 정착지원 센터인 하나원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자료사진)

[녹취: 지현아 씨] “우리가 먹을 것이 없어서 산에 가서 산나물이나 약초를 뜯을 때 아 이런 것이 있구나! 저런 것도 있구나 하고 종류별로 알아가던 때와 비슷해서 너무 다양한 문화에 놀라기도 합니다. 제가 기독교인이다 보니 큰 국제 집회에 참여도 하거든요. 그럼 찬양도 각 나라의 곡조에 맞게, 다양한 문화로 찬양을 하고, 춤도 그 나라 문화에 맞게 표현하는데요. 참 아름다웠어요.”

지 씨는 한국에도 일부 차별이 존재하고 개인적으로 불편한 문화가 있지만, 북한처럼 문화를 누릴 자유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현아 씨] “우리가 제일 많이 외쳤던 게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겁니다. 장군님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얘기죠. 그런 구호가 그냥 글자인 것 같지만, 그 구호 하나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희생양이 됩니다. 전체주의와 집단주의 체제다 보니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건데, 사실 어느 조직이나 집단주의가 있지만, 개인의 의견도 수렴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그런 권리를 무시하고 그런 의견을 내놓으면 바로 총살이나 정치범 수용소에 가는 현실이 있는 거죠.”

영국의 박지현 씨는 북한에도 다양한 음식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영국인들과 음식을 나누며 북한의 장단점을 소개하는 문화교류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이렇게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다양한 전 세계 사람들과 친하려면 우선 우리한테 있는 오만과 편견을 버려야 할 것 같아요. 북한에서 저희가 처음으로 받는 세뇌교육 중에 증오와 미움이란 게 있어서 미국 등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볼 때 편견이 많아요. 세계인을 대할 때 그런 편견을 내려놓으면 많은 도움이 되고 저희도 그 분들한테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